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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표현의 자유와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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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선임기자] 북한이 지난 9일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차단한 데 이어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했다. 북한이 내세운 빌미는 탈북민들의 대북 전단 살포다. 통일부가 지난 10일 '대북 전단ㆍ페트병 살포 관련 정부 입장'을 발표했음에도 북한이 행동으로 나선 것이다.


통일부는 대북 전단 살포 등으로 잘 알려진 탈북민 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큰샘을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으로 고발하고 법인 설립 허가 취소 절차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일부 국제 인권단체와 전문가는 우리 정부의 취소 움직임에 대해 우려하고 나섰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는 것이다. 대북 전단 살포가 외부 세계와 차단된 북한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표현의 자유는 1948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세계인권선언 19조에 명시돼 있다. '모든 사람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 소재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사무소(OHCHR)는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19조에 근거해 모든 사람이 간섭 없이 자기 의견을 지닐 권리가 있는데다 국경에 관계 없이 모든 매체로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한다.

더불어 유엔의 9개 국제규약이 표현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고, 모든 나라에 의견과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할 의무가 있으며, 이에 대한 권리는 절대적이며 제한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물론 전단 살포는 비폭력적 시위 수단으로 세계인권선언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속한다. 문제는 대북 전단 살포가 단순한 의사 표현을 넘어 남북의 군사적 충돌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라는 점이다. 2014년 대북 전단 살포 후 북한군이 연천군 중면에 고사총을 발사한 사례도 있다. 대북 전단 살포는 북한 접경지역 주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탈북민 단체가 살포하는 전단에는 북한 최고 지도자를 비방ㆍ중상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남북은 1972년 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2018년 판문점선언에 이르기까지 상대를 비방ㆍ중상하지 않기로 여러 차례 합의한 바 있다. 특히 판문점선언에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 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행위를 중지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남북의 합의 준수는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시민적ㆍ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협약 19조 가운데 3항은 매우 제한적인 환경이라는 단서 아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타인의 권리, 국가안보, 공공질서, 공중보건 등의 목적에 한해 법률로 규정한 경우 표현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헌법도 마찬가지다.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이 언론, 출판, 집회, 결사 등 표현의 자유를 갖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동시에 이런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할 경우 법률로 제한될 수 있다고 37조 2항에서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 전단 살포를 규제하고 공공복지와 지역주민의 안전 등을 위해 필요할 경우 전단 살포를 제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도 이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북한의 비위를 건드리면 안 되니까, 북한을 맹목적으로 추종해서 전단 살포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한반도 평화보다 우선할 수 없기에 반대하는 것이다.




이진수 선임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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