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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외교 마찰 점입가경…'강경 기조' 韓 VS '요지부동' 日

최종수정 2020.06.08 09:38 기사입력 2020.06.06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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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일본 수출규제 유지에 WTO 분쟁 해결 절차 재개…양측 '강한 유감 표명' 주고 받아
韓 법원, 日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본격화…日 "모든 선택지 놓고 대응"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강대강 대치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7월 일방적으로 시행한 수출규제 조치를 유지한 것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 정부가 2일 세계무역기구(WTO) 제재 절차를 재개하면서 급속하게 냉각되기 시작한 한일관계는, 한국 법원이 일본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에 대한 법원 결정문을 공시송달하기로 결정하면서 더욱 악화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가 종료를 하루 앞두고 유예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다시 거론하고, 일본 정부는 “모든 선택지를 놓고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양국관계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높아질 전망이다.

◆韓, 수출규제 철회 촉구…日, WTO 분쟁 재개에 유감 표명= 산업통상자원부는 5월말까지 수출규제 철회와 관련한 분명한 입장을 달라는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일본 정부에 대한 WTO 분쟁 해결 절차를 2일 재개한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11월 대화 재개에 공감하고 WTO 분쟁 해결 절차를 그간 중단했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7개월 동안 일본의 태도를 볼 때 문제해결 의지가 없다고 판단하고 재개를 결정했다.


정부는 특히 일본이 한국 수출규제 강화 조치 당시 제기한 ▲한일 정책 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의 불충분 등 3가지 이유를 모두 해소했음에도 이에 상응하는 구체적이고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WTO 절차 재개 결정의 배경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본 정부는 그간 당국간 대화가 지속됐음에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WTO 절차 재개를 발표했다면서 유감을 표명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수출관리 문제에 대해 그동안 당국간 대화가 지속됐는데도 한국측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유감”이라면서 “수출관리 개편은 제도 정비와 운용 실태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가 제시한 5월말 시한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한국의 발표 내용을 조사해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업통상자원부가 WTO 절차 재개 결정을 발표한 다음 날인 3일에 성사된 한일 외교장관 간 전화통화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한국이 대외무역법을 개정하는 등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일본 측이 제기한 수출규제 조치 사유를 해소했음에도 수출규제가 유지되는 데 깊은 유감”이라면서 조속한 철회를 촉구했다. 이에 모테기 외무상은 “현안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받아쳤다. 양국의 큰 입장차만 확인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일본 정부가 WTO 분쟁해결 절차 재개에 대한 대응으로 양국 간 대화 중단 카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 역시 지난해 11월 한일 수출관리 정책 대화재개에 공감하며 유예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양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일 정례브리핑을 통해 “(지소미아 종료는) 논의 동향에 따라 신중히 검토해야될 사항이고 그렇게 할 예정”이라며 지난해 11월 22일 지소미아 종료 유예 당시 지소미아의 효력을 언제든 종료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 한국 정부가 협정 종료 통보 효력을 정지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나승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법원, 日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 본격화…日 정부 "모든 선택지 놓고 대응"= 한국 정부의 일본에 대한 WTO 분쟁조정 절차 재개 결정 이틀만인 4일 한국 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가해 기업의 국내 자산 압류 결정문을 공시송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대구지법 포항지원이 지난 1일 포스코와 일본제철(옛 신일철주금)이 합작한 피앤알(PNR)에 대한 압류명령 결정 등의 공시송달을 결정했고 법원 결정에 따라 오는 8월 4일 송달의 효력이 발생한다. 공시송달이란 소송 상대방의 주소를 알 수 없거나 서류를 받지 않고 재판에 불응하는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게재한 뒤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채권 확보를 위해 가해 기업의 국내 자산이 압류됐다는 법원 결정문을 해당 기업에 송달하려했지만, 해외송달요청서를 수령한 일본 외무성이 아무런 설명 없이 관련 서류를 반송하는 등 일본 정부가 결정문을 해당 기업에 송달하지 않고 있어 내려진 조치다.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절차와 관련해 공시송달 결정이 내려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8월 4시 0시부터 일본제철이 소유한 PNR 주식을 강제로 매각해 현금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해당 압류사건은 2018년 10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신일철주금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각각 1억원을 배상하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원고측에서 제기한 것으로 법원을 올들어 1월과 3월 두 차례에 걸쳐 PNR 주식 19만4794주를 압류했다.


일본 전범기업의 자산 현금화가 본격화하자 예상대로 일본 정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해당 소식이 알려진 직후 기자회견에서 “일본 기업의 경제 활동을 보호한다는 관점에서 모든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강경화 장관과 통화를 한 모테기 외무상 역시 “현금화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하므로 피해야한다”는 뜻을 전달하기도했다.


한국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일본의 일방적 수출규제 조치, 한국 정부의 WTO 제소, GSOMIA 종료 등 문제가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온 만큼 여파는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을 들어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논리를 강하게 펴고 있는 탓이다. 반면 한국 대법원을 청구권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까지 소멸한 것을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 對 일본 강경 행보 이어갈 듯…일본 맞대응 촉각= 일본에 대한 한국의 강경 행보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가까스로 재개한 한일 당국자간 대화를 일본측이 보복의 일환으로 중단할 경우 한일관계는 예측할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이미 양국 사이의 긴장감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 5일 일본 정부는 올해 처음으로 실시된 독도방어훈련을 두고 독도 영유권을 거듭 주장하면서 한국 정부에 항의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이날 "이번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훈련은 다케시마가 역사적 사실에 비춰보거나 국제법상 명백하게 일본 고유영토임을 고려하면 받아들일 수 없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가 관방장관은 그러면서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에 대한 한국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사법절차는 명확하게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연 이틀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의 맞대응 카드는 산케이 등 일본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산케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일본 전범기업 자산 매각에 대비해 한국측 자산 압류와 한국산 제품 관세 인상 등 두 자릿수의 보복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일본이 한국을 이미 화이트리스트 내 B그룹으로 분류해 통관을 어렵게 만들어 놓은 만큼 이에 더해 전기차 배터리, 정밀화학 원료 등 품목을 수출 제재 대상에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외교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지속적으로 대화를 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국이 대화를 하면서 해법을 찾으려고 하고 있고, 실무선에서 지난달 담당 국장이 협의를 한 것처럼 그런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2일 나승식 산업부 무역투자실장도 기자브리핑을 통해 "(일본과) 대화는 지속적으로 할 계획"이라며 "일본 측에서도 대화를 계속해서 지속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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