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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블루오션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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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IE경영대학원이 설립한 '싱커스50 (Thinkers 50)' 재단은 2년마다 전 세계 경영사상가 50명을 선정해 순위를 발표한다. 11월에 발표한 2019년 1위는 '블루오션전략'의 저자인 김위찬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와 같은 대학원의 르네 마보안 교수였다. 이들은 2위(2013년과 2011년)를 두 번했고 직전(2017년)에는 4위를 했다가 올해 1위에 오른 것이다. 김 교수는 한국인 및 동북아시아 출신으로는 최초의 1위다. 마보안 교수는 여성 최초 1위라고 한다. 재단 측은 두 저자를 21세기 획기적인 전략을 제시한 사상가로 꼽았다.


2005년에 출간된 '블루오션 전략'의 핵심은 "경쟁자가 없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라"가 주된 메시지였다. 과당경쟁과 출열경쟁이 난무하는 기존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면 애초에 경쟁자가 없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이 블루오션이다. 블루오션이라는 개념은 기업경영뿐만 아니라 정부, 공공, 개인, 단체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되며 화제를 모았다. 이른바 '기승전 블루오션'이었다. 블루오션이 처음 나온 지 15년이 지나 여전히 주요한 경영전략의 하나로 꼽히고 이유는 블루오션이 풀기 어렵지만 반드시 풀고 싶은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가 마주한 현실도 비슷하다. 과거에 성공했던 빠른 추격자(패스트 팔로어) 전략은 이제 유효하지 않고 대세는 중국에 넘어갔다. 아무도 가지 않는 선도자 또는 개척자(퍼스트무버)를 표방하지만 주력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스마트폰, 조선, 철강 등은 하나같이 이미 레드오션이 됐거나 중국의 추격 및 추월로 레드오션화(化)되고 있다. 선진국에는 기술과 품질을, 후발국에는 가격에서 각각 뒤처진다는 의미로 너트크래커(Nutcrackerㆍ호두까는 도구) 신세라는 말도 나온다. 좁디 좁은 내수시장에서 퇴직자들이 몰려드는 자영업은 이미 검붉은 레드오션이 된 지 오래다.


4차 산업혁명은 우리 경제가 블루오션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그나마 몇 안 되는 기회로 평가된다. 각국이 앞다퉈 규제를 풀고 국가적 차원의 지원을 하고 있다. 국내서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나오기 전부터 스타트업에서부터 벤처, 중소제조업, IT기업,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뛰어들었고 이 시대에 마주할 경쟁을 대비해왔다. 문재인 정부를 기준으로 하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전략이 혁신성장전략이고 이는 곧 블루오션 전략이다.


승차공유 '타다' 논란과 독일 기업의 배달의 민족 인수는 블루오션이 누군가에게는 축복인 동시에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저주일 수 있다는 시사점을 제시한다. 타다 논란은 이익의 충돌과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을 조정하는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배달의 민족이 주도해온 배달 애플리케이션시장은 다수의 경쟁자가 뛰어들고 있지만 1인 가구 증가와 소비트렌드의 변화 등에 비춰보면 향후에도 블루오션시장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독일업체가 배달의 민족을 인수함으로써 시장점유율 99%가량을 차지한 것에 대해서도 한쪽에서는 배달료와 수수료인상 등 독과점 우려를 나타낸다. 반면에 스타트업의 창업과 투자, 회수시장의 활성화라는 혁신이 이뤄지는 생태계 조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김 교수는 2017년 실전적 매뉴얼 성격의 '블루오션 시프트'를 내놓으며 한국과 한국기업들에 "고객과 사회에 도움이 되는 가치를 만드는 것에서 출발함으로써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충고한 바 있다. 패스트팔로어 또는 너트크래커 같은 이미지는 스스로를 매우 제한된 사고방식에 가두고 경쟁의 틀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혁신적인 전략적 발상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경쟁을 불식해야 하고 기존의 사고방식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의 지평을 확장해야만 지금의 레드오션을 돌파할 수 있다. 5년, 10년 뒤 한국과 한국기업은 어느 바다(오션)에 있을까.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선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이경호 편집기획팀장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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