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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생의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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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생의 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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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대학입시 수능 날은 한파가 몰아쳤다. 수능일과 한파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기사도 많지만, 수능과 한파 사이에 직접 관련은 없다고 한다. 다만 매년 겨울 초입의 대입 수능일은 가뜩이나 시험에 대한 강박으로 불안한 수험생과 가족들에게 더없이 매서운 추위로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강남의 명문 여고 쌍둥이 자매의 부정 시험 논란이 들끓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장관 후보자 자녀의 대입 허위 스펙 논란으로 전 국민이 둘로 나뉘어 격렬한 대립과 갈등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때문인가. 급기야 교육당국은 향후 대입 제도의 정시 비율을 높이겠다는 방침을 내놨고 앞으로 대입을 준비해야 할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새로운 정책에 어찌 대비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우리나라 입시 정책이 변화무쌍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81년 대입 본고사 폐지와 졸업정원제 시행을 처음 겪은 세대였던 나는 갑자기 제도가 변경돼도 아무런 항의나 대책도 세울 수 없는 현실에 "이럴 수도 있구나!"라며 당혹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본고사 폐지와 졸업정원제는 과열 과외와 대학생 데모를 막기 위해 당시 정권을 잡은 신군부가 전격 도입한 제도였다. 학력고사 성적만으로 입시를 치르는 첫 해였기에 제도에 구멍이 숭숭 나있었다. 여러 대학에 복수로 원서를 내고 동시에 모든 대학이 면접을 치르니 수험생들은 면접 당일 어디로 갈지 우왕좌왕했고, 면접에 나오지 않으면 불합격 처리되니 상위권 학교는 정원 미달이 속출했고, 반면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한 대학들도 많았다.


교육당국이 모두가 만족하는 대입 제도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첨예한 이해관계의 대립, 너무 많은 생각과 의견이 분분해 합일을 이루기가 어렵다. 지난해 이맘때도 정시와 수시 비중을 놓고 대통령 직속 국가교육회의가 공론화 위원회를 구성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논의를 거쳤으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오죽하면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다는 결론을 내렸을까.

완벽한 제도란 없다. 수시든 정시든, 본고사든 내신이든, 나름의 합의에 이르렀다면 그로 인해 유리하든 불리하든 합의된 제도를 존중하고 지켜야 한다. 문제점이 노출된다면 제도 개선이나 변경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문제점을 고치겠다고 정책을 변경했을 때 예상되는 결과가 그보다 훨씬 낫다는 보장은 없다. 제도 자체에 내재하는 문제점은 어디나 있으므로 제도를 운용하면서 진행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제도 시행 취지에 맞게 수정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그 제도가 생명력을 발휘해 유지, 발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추위와 함께 입시, 취업 등 중요한 시험의 때가 도래했다. 인생에 있어서 시험은 더없이 중요하다. 시험은 "시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묻는 신의 은총"이라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공감했던 적이 있다. 특히 사회에 진출하는 젊은 세대에게 시험은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홀로 맞서 견디고 넘어서 통과해야 하는 중요한 통과의례이기도 하다.


원하는 대학이나 명문대에 합격했다고 끝이 아니다. 합격했을 때 기분 좋은 것도 잠시, 또 다른 인생의 장이 펼쳐진다. 마찬가지로 원하는 대학에 못 가도 그것으로 끝이 아님은 더욱 자명하다. 인생의 또 다른, 새로운 라운드가 시작되고, 계속 이어짐을 우리 모두는 경험하지 않는가.


인생의 라운드는 짧게 또는 길게, 예측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갑자기, 모든 사람에게 다가온다. 시험의 순간이자 기회이다.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지는 인생의 라운드가 계속 이어진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새로운 라운드에 대한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조희진 법무법인 담박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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