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은행 '통화신용정책보고서' 발간
연기금은 주식투자, 보험사는 채권투자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내국인의 국외투자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식과 채권같은 증권투자자금을 중심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났다. 국외투자의 빠른 증가세는 인구 고령화와 국내 투자수익률 하락 때문이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내국인의 2009~2018년 간 연평균 주식투자자금은 155억3100만달러로, 2000~2008년 연평균 80억4800달러 보다 크게 늘어났다. 채권 자금도 같은기간 41억8900만달러에서 187억4800만달러로 뛰었다. 대출 24억달러에서 75억3700만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1~9월까지만 떼어놓고 보면 내국인은 해외 주식에 333억8800만달러, 채권에는 126억9300만달러 투자하고 53억5600만달러를 대출해줬다.
한은은 "투자주체별로 보면 연기금 등 일반정부부문은 주식투자를, 예금취급기관은 대출을 중심으로, 보험사, 자산운용사 등 기타부문은 채권투자를 중심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연기금, 보험사는 가계부문 저축 증가 영향으로 자산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장기채권에 대한 투자수요가 증가했으나, 국내 장기채권 발행 증가규모는 이에 미치지 못하여 국외채권투자를 늘린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의 증권투자수익률 격차 축소도 국외증권투자 유인을 확대시켰다.
외국인의 국내투자를 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에는 주식자금 위주로 유입됐지만 위기 이후에는 채권자금의 유입 규모가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의 국내 투자자금 중 채권투자자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승하고 외국인 채권 투자자금의 국내 금리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2007년 4분기말 기준)에 외국인 국내투자의 자금별 구성비는 주식이 51.7%, 채권이 22%, 차입이 23.0%였던 반면, 이후(2019년 3분기말 기준)에는 54.5%, 29.4%, 16.2%로 달라졌다.
한은은 "외국인 투자자금 순유입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간 시차상관관계를 보면 상관계수는 동일 분기에 가장 높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외국인 국내투자가 경기동행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주식·채권자금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신흥시장국 간 외국인 자본유출입의 동조화도 강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와 신흥시장국으로의 글로벌 유동성 유입 규모가 모두 증가한 가운데 우리나라와 신흥시장국 간 경기동조화 정도가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우리나라와 주요 신흥시장국 간 GDP성장률의 상관계수는 위기 전 0.06에서 위기 후 0.84로, 중국 GDP성장률과의 상관계수는 ?0.17에서 0.80으로 크게 확대됐다. 한은은 "외국인 자본유출입이 국내요인 뿐 아니라 글로벌 금융·경제 상황 변화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한은은 "경상수지 흑자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외화유동성 사정이 양호한 수준을 나타내는 등 우리 경제의 대외건전성 상황 등을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미·중 무역분쟁 등 대외 리스크 요인들이 잠재하고 있는 만큼 대외 리스크 요인의 전개와 그에 따른 자본유출입의 변동을 면밀히 점검하는 한편, 거시경제의 안정과 대외건전성 유지를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인구구조 변화, 저금리에 따른 수익추구경향 강화 등으로 내국인의 국외투자도 늘어나고 있어 계속 그 추이를 주의깊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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