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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침묵의 미래'와 '사랑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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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소설가 김애란은 2013년 이상문학상 대상을 받았다. 작품 제목은 '침묵의 미래'. 김애란이 이전까지 썼던 소설과 전혀 다른 내용을 다뤄 당황스러운 작품이었다.


단편소설 중에서도 짧은 편인데 이해하기도 어려웠다. 당시 이상문학상 심사위원들의 표현을 빌리면 '침묵의 미래'는 지금 막 사멸한 언어의 영(靈)을 화자로 삼고 있으며 언어의 황폐화가 진행 중인 작금의 현실과 무관치 않은 소설이다.

읽기 힘들었던 '침묵의 미래'를 다시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는 연극 '사랑의 끝' 때문이었다. 소설 '침묵의 미래'는 말의 중요성에 대해, 연극 '사랑의 끝'은 말을 함부로 내뱉을 때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랑의 끝'에 출연한 문소리는 이번 연극을 준비하는 자세와 관련해 감정이 말에 따라온다고 했다. "감정을 만들어내는 것을 우선시하지 말자. 감정은 따라올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말, 언어다."


'사랑의 끝'은 독특한 형식을 취했다. 공연시간이 두 시간인데 처음 한 시간은 남자 배우가, 이후 한 시간은 여자 배우만 대사를 했다. 상대에게 상처주기 위한 대사들이다. 선공은 남자. 남자는 "끝이야!"라는 대사로 사랑이 끝났음을 선언하고 맹렬한 기세로 더 이상 내 편이 아닌 여자에게 거친 말을 쏟아붓는다. 한 시간이 지난 후에는 여자가 남자에게 당한 것을 되돌려준다. 공격을 당하는 쪽은 상대의 거친 말에 서서히 무너져 내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남자와 여자가 거친 말을 쏟아내며 똑같이 자주 하는 말이 '똑바로 서!'다. 내 말 잘 듣고 뼈저리게 아파하라는 뜻이리라.

언어 황폐화의 단적인 예가 막말이 아닐까. 뉴스를 보면서 언어의 황폐화를 떠올린 게 어제오늘이 아니지만 최근에는 그 정도가 좀 심했다. 내 편이 아니면 모두가 적이라고 생각해서일까. 뉴스를 보면서 과연 저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내는 이들은 나중에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을까 궁금했다.


15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 '알리바이 연대기' 전막 시연이 있었다. 흥미로운 연극. '거침없는 말들이 난무했기에 거대한 알리바이가 필요하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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