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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사건' 누가 진범일까…재심 문턱 높고 진실공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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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사건' 진범은 누구…진실공방 불가피
당시 범인 윤 씨, 재심 통해 무죄 입증할 것
윤 씨 변호인으로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경찰, 8차 사건 다각도로 검토…의혹 밝힐 것

이춘재 고등학교 졸업사진.사진=채널 A뉴스

이춘재 고등학교 졸업사진.사진=채널 A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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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화성 연쇄살인 사건의 용의자 이춘재(56)가 8차 사건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하면서, 이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0년간 복역 후 출소한 윤모 씨(52)가 과연 실제 진범이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윤 씨는 당시 자백에 대해 경찰의 고문 등 강압 수사로 인해 이뤄진 허위 자백이라며 재심을 통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화성 8차 사건'과 관련해 △이춘재 자백 신빙성, △당시 수사기록 검토 등 관련 의혹에 의문이 남지 않도록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관련해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은 강압 수사 의혹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윤 씨 재심을 담당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당시 재판부는 객관적 증거보다 윤 씨 자백에 더 근거해 유죄 선고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만일 재판부가 윤 씨 유죄 선고 이유로 물리적 증거보다 자백에 더 근거해 유죄를 선고했고, 이 자백이 경찰의 고문 등 강압 수사로 인해 이뤄진 허위 자백으로 재심을 통해 입증된다면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윤 씨를 특정할 수 있는 `직접증거`가 없어 죄를 물을 수 없으므로 윤 씨는 무죄를 선고받을 수 있다.

직접증거란 주요사실의 존부를 직접 증명하는 증거를 말한다. 범행의 정황, 용의자 자백이 있어도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있는 명백한 증거가 없으면 용의 선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다.



1989년 7월 '화성 8차 사건 관련 보도' 당시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 언론은 범행현장서 발견된 윤 씨 체모 8개 증거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1989년 7월 '화성 8차 사건 관련 보도' 당시 동아일보 경향신문 등 언론은 범행현장서 발견된 윤 씨 체모 8개 증거능력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사진=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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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8차 사건 범인 윤 씨 20년 복역…그날 무슨 일 있었나

경찰 등에 따르면 윤 씨는 1988년 9월16일 화성시 진안리(현 진안동) 자신의 집에서 혼자 자는 박모양(13)을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후 20년으로 감형 지난 2009년 8월 청주교도소에서 출소했다.


당시 경찰은 범행이 벌어진 박양 방 안에서 발견된 음모가 윤씨의 것과 일치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의 (방사성동위원소 감별법)감정결과를 토대로 용의자를 윤씨로 특정했다. 이어 윤 씨는 경찰과 검찰 1심 재판에서 자신이 저질렀다고 자백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의 진술과 신문조서 내용으로 볼 때 범죄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방사성동위원소의 함량이 12개중 10개가 편차 40% 이내에서 범인과 일치한다는 감정 결과에 따라 피고인이 범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당시 국과수는 현장서 발견된 체모 등의 중금속 성분을 분석한 결과 농기계 수리공으로 일한 윤씨의 것과 일치한다고 봤다.


하지만 윤 씨는 항소해 "경찰에서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으나, 2심과 3심은 이를 모두 기각했다.


1990년 2월 열린 2심 선고문에 따르면 윤 씨는 "사건 당시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범행을 저지른 바가 전혀 없는데도 경찰에 연행되어 혹독한 고문을 받고,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이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고 허위로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과 1심 법정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진술하도록 강요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은 신빙성이 없는 피고인의 자백을 기초로 하여 유죄로 인정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범행 현장에서 방안에 침입한 방법과 경로, 범행 후의 피해자 유기상태 등을 소상하게 진술하고 있고, 범행 직후 수사관이 현장을 조사한 내용과 일치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피고인의 자백내용에 그 신빙성을 의심할만한 부분이 전혀 엿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수사기관에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아무런 자료도 없으며, 윤씨가 스스로 친척과의 면담에서 범행 과정 등을 진술한 점을 들어 윤씨의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역시 1·2심의 판결이 정당하다고 판단, 윤씨 상고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자백을 하게 된 경위와 자백진술의 내용, 기록에 나타난 제반사정을 살펴봐도 자백이 고문 등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할 아무런 자료도 발견되지 않았고, 자백의 신빙성도 넉넉히 인정된다"고 했다.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의 고향인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 일대.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 이춘재(56)의 고향인 경기도 화성시 진안동 일대.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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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냐 무죄냐…윤 씨 재심 열릴 수 있나

그러나 최근 이춘재가 8차 사건도 자신이 저지른 것이라고 경찰에 진술, 윤씨가 끝까지 혐의를 부인한 이유에 대해 의혹이 커지고 있다. 윤 씨가 지속적으로 주장한 무죄 이유가 경찰의 강압수사 등 부실수사가 아니냐는 것이다.


관련해 법원이 윤 씨의 재심 신청을 받아들여 이 사건에 대한 재심에 들어갈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원은 관련법(형사소송법 420조 5호)에 따라 이미 선고가 내려진 재판에 무죄를 선고할 명백한 새로운 증거가 없으면 재심을 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 선고된 판결에 대해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심 사유는 유죄로 볼 수 있던 증거물이 허위인 것으로 증명될 때 등 재심 사유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요구하고 있다.


재심 사유는 △원판결의 증거가 된 증거물이 위·변조 또는 허위인 것이 증명된 때 △ 원판결의 증거가 된 재판이 확정재판에 의해 변경된 때 △ 무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 △ 판결의 기초가 된 조사에 참여한 자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한 것이 증명된 때 등 같은 법 제420조에 적시된 7가지다.


문제는 이런 재심 사유 기준을 총족케 하기 위해서는 당시 수사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8차 사건의 경우 관련 기록물이 모두 폐기처리돼 재심 청구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일반 사건서류의 보존 기간은 최장 20년이다. 따라서 8차 사건 확정판결 기준일(1990년 5월8일)에 따르면 관련 기록물은 2011년 이후 모두 폐기됐다.


다만 일부 사본이 남아 있어 윤 씨 재심을 담당하는 박준영 변호사는 이를 통해 재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이나 '삼례 나라 슈퍼 강도 치사 사건'의 경우 수사기록과 재판기록이 폐기된 상태였지만, 사본이 남아있어 재심 청구가 가능했다.



1987년 1월 경찰이 연쇄살인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987년 1월 경찰이 연쇄살인 사건 현장인 화성 황계리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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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 치열한 법정공방 불가피…당시 경찰, 강압수사 의혹 부인

관련해 재심이 열리더라도 윤 씨 무죄를 주장할 수 있는 직접증거를 확보할 수 있느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윤 씨는 경찰의 강압수사로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물리적 객관적 증거는 사실상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재심이 열리더라도 윤 씨는 장시간 힘겨운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법조계 일각의 분석이다.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 되는 것은 수사는 물론 법원의 판결에 오류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관련해 경찰은 '화성 8차 사건' 진범 의혹에 대해 다각도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지방경찰청은 19일 수원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8차살인 사건은 이춘재의 자백의 신빙성 확인과, 수사과오 확인 두가지 방향으로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기수 화성 연쇄 살인사건 수사본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춘재 자백의 신빙성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로써 자백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심문기법을 통해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내용을 진술로 이끌어내는 조사와 함께 당시 수사기록 및 증거물 감정검토, 사건 관련자 조사 및 자백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또 "두번째 (이춘재의) 자백이 맞을 경우 수사의 과오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시 수사관계자 등을 상대로 윤 씨를 범인으로 특정해 자백을 받은 경위 등에 대해서 수사중"이라며 "국립수사과학연구원을 상대로 당시 증거물 감정 도출 과정을 확인하고 있다. 특히 방사선 동위원소 분석결과 재검증과 현장에서 발견된 음모의 혈액형 판별에 오류 가능성에 대한 확인을 요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당시 윤씨를 상대로 수사를 했던 경찰들에 대해서는 "'국과수 감정 결과 그것을 믿고서 확실하다는 생각을 가지고서 대상자를 불러서 조사를 했기 때문에 특별하게 고문이나 이런 것을 할 필요가 없었다'그런 정도의 답변을 하고 있다"고 했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 가 화성사건을 비롯해 모두 14건의 범행을 저질렀다고 최근 자백한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이 씨의 고등학교 졸업사진.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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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 변호사, 재판부 유죄 선고 근거 윤 씨 자백에 집중했을 수도

관련해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는 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씨의 자백 신빙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박 변호사는 "1심. 경찰의 수사 과정서 고문이나 가혹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검찰 단계에서는 자백할 수 있지만, 법정에서까지 자백을 한 거. 이것에 굉장히 의미를 부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윤 씨는) 2심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무죄를 주장했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에서 이걸 배척했는데 배척한 이유를 보면 이런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우선시하진 않은 것 같다. 일단 자백 내용이 구체적이다, 라는 걸 가장 의미 있게 받아보고 있다"면서 "자백을 했다 하더라도 다른 중요한 증거가 객관적인 증거고 과학적인 증거라면 그걸 의미 있게 판결문에 담는데 판결문에 그걸 의미 있게 담지 않았다"고 했다.


또 "최근에 여러 전문가 얘기에 의하면 방사선 동위원소 이런 감정 결과라는 것이 어떤 범인을 좁혀갈 수 있지만 특징짓기는 무리가 있다고 얘기하고 있고 그 혈액형 감정도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는 얼마든지 나오고 있다"면서 "과학적인 증거로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보긴 어렵고 자백이 의미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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