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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지구촌 '불임' 시대-②플라스틱 불임

최종수정 2019.10.10 09:12 기사입력 2019.10.1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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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동물의 수컷 등 지구촌 수컷들의 불임이 늘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남성과 동물의 수컷 등 지구촌 수컷들의 불임이 늘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남성의 정자 수 감소로 인간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했던 이스라엘 히브리대 하가이 레빈 교수팀은 남성의 정자 수가 감소한 것은 "인간이 만든 화학물질에 일부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주변 환경과 근로 작업장 내의 화학물질이 정액의 농도와 품질을 낮출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살충제와 중금속, 플라스틱 제품의 유연성을 위해 첨가하는 가소제 등인데, 이들 화학물질에 인체가 노출될 경우 흡입하는 양이 많아 영향이 더 커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이런 상황을 빗대 '플라스틱 불임'이라고 일컫기도 합니다. 가소제 중에서 널리 알려진 것이 '프탈레이트'라는 화학물질입니다. 식품 포장제부터 향수, 세제, 화장품, 샤워커튼, 자동차 대시보드 등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제품에 첨가되는 제품입니다. 프탈레이트는 플라스틱을 유연하고 투명하며, 견고하게 만드는 용도로 활용됩니다.


스웨덴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매년 약 4억5000㎏만의 프탈레이트가 생산되고, 프탈레이트를 함유한 포장재와 점촉한 음식을 먹으면 체내에 축적되는데 어떤 사람들의 집단을 샘플로 선택해도 95%의 사람의 소변에서 검출된다고 합니다. 문제는 이 프탈레이트가 플라스틱 불임의 주범이라는데 있습니다.


여러 연구결과를 종합해 보면, 임신 중 프탈레이트에 노출된 생쥐의 자손은 고환 발달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인간에게도 동일한 영향을 미쳐 소년의 생식기에도 선천적 결함을 일으키며, 성인 남성의 생식기능도 손상시킨다고 합니다.

또 냄비나 프라이팬, 카페트 등이 물이나 기름, 얼룩 등에 저항하도록 하는 화합물인 퍼플루오로 화합물(PFC)은 여성의 임신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인간과 가장 친한 반려견의 수태에도 영향을 미쳐 출산률을 떨어뜨립니다.


정원의 잡초를 제거하는 용도로 미국이나 호주에서 주로 사용하는 제초제 아트라진은 수컷 개구리의 성 발달을 장해해 무리 중 75%의 성 능력을 약화시키는 등 양서류의 숫자를 줄이고, 그 외 화장품이나 청소제품 등을 통해 강으로 흘러들어간 화학물질들이 물고기의 여성화를 초래합니다. 이는 인체에도 비슷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합니다.


더 큰 문제는 이미 자연 속에 퍼져있는 화학물질입니다. 지금부터 인류가 화학물질 사용을 뚝 끊어도 이미 퍼진 화학물질들은 최소 수십년 동안 자연 속에 남아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생식 호르몬 생성을 방해해 불임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거의 40여년 전에 사용이 금지된 화학물질인 '폴리염소화비페닐'이 북극곰의 고환과 정자, 고래류의 고환 등에서 꾸준히 발견되고 있습니다.


화학물질로 인한 플라스틱 불임에 이어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도 불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바다물의 온도가 올라 가면서 산호의 번식 능력이 날로 감퇴하고 있고, 일부 파충류의 암수 불균형을 낳기도 합니다. 호주 북부에 주로 서식하는 녹색 바다거북의 새끼 거북은 99% 이상이 암컷이어서 암컷만 존재하는 동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스웨덴 출신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뉴욕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스웨덴 출신 16세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뉴욕 집회에서 연설하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실제로 지구온난화로 인한 무더위로 인간의 출산률이 감소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미국의 한 연구팀이 1931년부터 2010년까지의 80년간 미국의 기온 변화와 출산율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26.7℃보다 높아지면, 이후 8개월에서 10개월 사이에서 출산율이 크게 저하된다고 발표했습니다.


무더위가 계속되면 9개월간 출산율은 0.4% 감소하고, 출산건수는 1165회 줄어든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최고 더위는 대규모 출산율의 하락을 일으키는데 극단적 기온은 남녀 관계에 영향을 주고, 호르몬 수준과 성 충동에도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레빈 교수는 "더 늦기 전에 화학물질 노출 규제 등 각종 문제점을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고, 스웨덴 출신 16세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우리가 자라서 책임을 질 만한 나이가 될 때까지 기다릴 만한 충분한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모두가 시간이 없어 시급히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움직여야 할 주체는 누구일까요? 건강한 후손과 지구를 위해 지금 나부터 1회용품 사용부터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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