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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다이내믹 코리아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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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명법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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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변화해왔다. '다이내믹 코리아'라는 말이 있을 만큼.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꽉 막혀 정체가 심각하다.


얼마 전 후배로부터 조직의 중간 관리자가 된 선배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오래 버티니까 중간 관리자도 되는군요"라는 후배의 말투는 투덜거림 반, 부러움 반이었다.

무한 경쟁사회라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사회는 줄서기만 잘하면 실력과 무관하게 일정한 지위에 오를 수 있다. 낯 부끄러운 줄 모르고 '연줄도 실력'이라는 억지가 횡행하고 있으니 기회의 공정성을 기대하기는 멀었다.


오랜 을의 시간을 견디고 60대 초반에 마침내 중간 관리자가 된 그 선배도, 그 선배를 부러워하는 후배도 모두 시대의 희생양들이다.


하지만 인생의 거의 대부분을 취업 준비로 보내는 요즘 젊은이들이 과거의 고시 폐인처럼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있을까. 설사 취업을 한다 하더라도 어느 세월에 경력을 쌓고 어느 세월에 중간 관리자가 될 수 있을까.

후배들이 60대가 되었을 때 중간 관리자가 될 가능성은 거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사찰에 있으면 세상의 변화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실감하게 되는데 입시철이면 사찰과 교회를 가득 채웠던 대학 입시생의 학부모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든 대신 최근 들어 이른바 '취준생'의 부모들이 그 자리를 채워주고 있다.


취업준비생의 대다수가 30대, 40대고 심지어 50대도 있다. 그들 중 대다수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모두가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시대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기를 바라던 시대보다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젊은 세대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사회는 분명 역동적인 사회가 아니다. 출산율 0%라는 충격적인 숫자를 들먹이지 않아도 어린아이의 울음소리가 끊어진 지 오래고 일터에서 젊은이들 보기도 어려워졌다. 이러다간 젊은이를 만나려면 도서관이나 고시원에 가는 것이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젊음은 실패하고 좌절하면서 성장하는 시기이다. 사람들과 만나고 부딪히며 몸소 겪고 배워야 할 시기이다. 무모함도, 어떤 새로운 도전도 젊다는 이유로 허용되는 그 귀중한 시간에 단지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이 되기를 기대하며 독서실이나 골방에서 낡은 교과서에 밑줄을 그어가며 인생을 보낸다.


후배에게 물었다. 높은 직위를 얻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데 뭐가 그리 좋아 보이더냐고. 게다가 그가 그처럼 어렵게 얻은 그 직책이 다른 조직이라면 30대 직원도 거뜬히 해낼 정도로 단순한 업무인데.


부러워하면 지는 것이라고들 한다. 세월호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 중 한 가지는 갑을 부러워하지 않는 을이 많아졌다는 점이 아닐까. 갑은 여전히 갑질을 하고 있지만 말이다.


투표권이 없다고 그 흔한 선거철 선심성 예산마저 책정되지 않지만, 미래 세대라고 하면서도 자신들의 미래가 누구에게 달렸는지조차 모르는 기성세대에게 밀려 기회도 제공받지 못하고 있지만, 젊은이들에게 희망한다. 갑이 되려고 하기보다, 좀 더 안정적이고 안전한 을이 되려고 하기보다 당당하게 자기의 삶을 살기를, 떳떳하게 실력으로 승부하기를.


명법스님 은유와마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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