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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경기 르포]치솟는 한가위 장바구니 물가…"태풍보다 무섭더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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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앞둔 주말 유통가 풍경…저물가 시대라지만 체감물가 혀 내두를 수준
대형마트 북적·재래시장 손님 없어 '강제 칼퇴근'…백화점은 올해도 VIP 풍년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이 추석 명절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들린 고객들로 분주하다. 
 차민영 기자 blooming@

지난 8일 오후 방문한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 지하 1층. 식품관이 추석 명절 선물을 구매하기 위해 들린 고객들로 분주하다. 차민영 기자 blo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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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성기호 기자, 차민영 기자, 김봉기 기자] 추석 직전 주말인 지난 7일 오전 서울 영등포의 이마트. 추석 차례상에 필요한 차례용품을 고르는 사람들의 카트는 생각보다 많이 비어 있었다. 생선 코너에 있던 주부 김순주(57)씨는 차례상에 올릴 조기를 들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가격표를 꼼꼼히 살펴보던 김씨는 결국 가격이 가장 저렴한 중국산을 카트에 담았다. 그는 "뉴스에서는 저물가라고 하는데 집어드는 것마다 전부 다 너무 비싸다"며 "설날은 그래도 떡국만 준비하면 명절상 절반이 해결된 느낌인데 추석은 너무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일요일인 8일 오후 3시 롯데백화점 서울 소공동점. 대형마트 3사 의무 휴업 일정이 겹치면서 명절 선물 코너뿐만 아니라 일반 식품관이 가족과 연인 단위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특판 매장 주변 패션 아이템과 건강기능식품, 주류, 푸드코트, 베이커리 등도 명절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전날 태풍으로 외출이 불가능했던 탓에 온 가족이 백화점 나들이를 감행한 듯 남녀노소 고객들로 붐볐다. 롯데백화점 정육코너 직원 배우정(38ㆍ가명)씨는 끊임없이 찾아오는 고객들을 응대하느라 분주했다. 배씨는 "20만~30만원대 한우 실속세트는 100세트를 선착순으로 한정 판매하고 있는데 대부분 팔렸다"고 귀띔했다.

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일주일여 앞둔 주말 찾아간 백화점과 대형마트, 전통시장 등은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은 치솟은 물가 탓에 최악의 불경기라는 푸념이 곳곳에서 들렸다. 장을 보러 나온 소비자들은 "산 것도 없는데 작년보다 돈은 더 많이 나갔다"고 한숨지었고 상인들은 "손님들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추석 대목도 옛말이라고 하소연했다.


실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서울 시내 대형마트 25곳을 조사한 결과 올 추석 차례상차림 비용은 23만6565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만1285원보다 6.9% 상승한 것이다.


고객들은 체감물가가 이보다 훨씬 더 높아졌다는 반응이다. 이마트 영등포점에서 만난 주부 김서영(45ㆍ가명)씨는 "정확히 계산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추석 때와 비슷하게 담았는데 5만원 정도 더 내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태풍으로 농산물 피해가 심해지고 나면 명절과 맞물려 주요 품목들의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다는 걱정에 소비자들은 신선코너로 몰렸다. 홈플러스 합정점을 찾은 주부 이정미(58ㆍ가명)씨는 "태풍이 오고 있다는 소식에 서둘러 장을 보러 나왔다"며 "태풍이 지나고 나면 농산물 가격이 더 뛸 것 아니냐"고 혀를 내둘렀다.


8일 오후 아현시장 내 골목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몇몇 상점은 이미 문을 닫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

8일 오후 아현시장 내 골목에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몇몇 상점은 이미 문을 닫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마저 자아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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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다른 매대에서는 손님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계산대에서는 대기하는 줄도 거의 없었다. 손을 놓고 있는 계산원이 없을 정도로 매장을 찾은 손님은 적지 않았지만 대부분 신선제품 코너를 이용한 손님들이었다. 정육코너 직원 최진우(45ㆍ가명)씨는 "태풍 영향 때문인지 추석 직전 주말인데도 사람이 평소 주말보다 더 없는 편"이라고 고개를 내저었다.


전통시장의 상황은 아예 개점휴업 상태나 마찬가지였다. 서울 마포구 아현시장은 주말에 덮친 태풍으로 대목임에도 불구, 아예 문을 닫은 가게도 있었다. 시장 초입에는 '한가위 맞이 할인행사'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내부에 보이는 손님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썰렁했다. 나물을 손질하고 있던 상인 김연수(78)씨는 "명절 특수는 기대하지도 않는다"며 "손님들이 가격만 물어보고 비싸다며 돌아가기 일쑤"라고 털어놨다. 용산 인근 시장을 찾은 최지선(80ㆍ여)씨는 "시장은 집이랑 가까우니까 오가는 길에 조금씩 채소를 사지만 명절 준비는 불편해 대형마트를 이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백화점은 모처럼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은 한우나 굴비, 전복 등 50만원 이상 금액대 선물을 들여다보는 손님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롯데백화점 선물세트 코너 직원 최민서(43ㆍ가명)씨는 "지난해 추석 135만원짜리 한우 선물세트 100세트와 1000만원짜리 '세계 최정상(샴페인+코냑) 세트'가 10세트 모두 완판됐다"면서 "올해도 고가의 선물 예약판매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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