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추석 경기 르포]"명절 대목 장사도 옛말"…손님 발길 끊긴 재래시장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추석 대목 장사는 옛말… 주말에도 한산한 시장
주차장 없고 카드 결제 어려운 시장 외면 당해
연휴 앞둔 주말에도 손님 없어 일찍 문 닫아

9일 오후 마포구 아현시장 초입. 골목을 오가는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한산한 분위기다.

9일 오후 마포구 아현시장 초입. 골목을 오가는 손님이 거의 보이지 않는 한산한 분위기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 "명절 대목이라고 사람 모이는 건 다 옛날 이야기지. 옛날에 비하면 사람들이 절반 아래로 떨어진 지 오래야."


서울 마포구 아현동 아현시장에서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이순임(77·여·가명)씨는 쪽파를 다듬으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 씨는 "50년 동안 이 가게를 지켜왔는데 매년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든다"며 "추석 대목이라고 채소를 더 많이 떼 놓지도 않은 지 오래"라고 토로했다. 추석 전 주말 손님이 몰릴 것을 대비해 이씨를 도우러 온 이씨의 아들도 한목소리를 냈다. 그는 "시장에서 파는 채소는 도매시장에서 현금으로 사 온 뒤에 현금이나 온누리상품권만으로 판매한다"며 "카드 결제도 안 되고 주차장도 없는 등 젊은 사람들이 이용하기에는 불편함이 많은 탓에 손님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아현시장 내 채소가게 매대 위체 팔기 위한 채소가 진열돼 있다.

아현시장 내 채소가게 매대 위체 팔기 위한 채소가 진열돼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추석 연휴를 앞둔 주말인 8일 오후 아현시장에는 손님보다 상인이 많아 보일 정도로 한산했다. 시장 초입에는 한가위 맞이 할인행사를 연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지만 내부에서 물건을 사러 오는 손님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였다. 나물을 손질해 좌판에서 팔고 있던 김연수(78·여)씨는 "주변에 아파트가 지어지고 하면서 시장에 손님이 싹 빠졌다"며 "젊은 사람들은 주차하기 좋은 마트에 많이 가는지 도통 손님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한숨지었다.

아현시장에서 만난 최지선(80·여)씨도 올해 추석 연휴를 쇠기 위해 시장이 아닌 대형마트에 가서 식자재를 준비할 작정이다. 최씨는 "우리 집이 큰 집이라 명절이 되면 많은 식구가 모여들어 미리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며 "한꺼번에 많은 양을 준비하려면 아무래도 차로 갈 수 있는 마트가 편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시장은 집이랑 가까우니까 오가는 길에 조금씩 채소를 사지만 명절 준비는 불편하다"고 덧붙였다.

후암시장 입구.

후암시장 입구.

원본보기 아이콘


같은 날 용산구에 위치한 후암시장은 상황이 더 나빴다. 아직 날이 밝은 오후 시간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은 상점이 제법 눈에 띄었다. 상점이 문을 닫은 이유를 설명하듯 시장 골목을 오가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채소·청과·떡집·수산물 가게 등의 상인들은 각자 점포를 지키지 않고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시장 초입에서 식자재 상점을 운영하는 이모(58·여)씨는 명절 대목에 큰 기대를 두고 있지 않았다. 이 씨는 "가까운 곳에 마트 등이 많아지면서 손님이 줄어든 지 오래다"며 "손님이 줄면 팔리는 물건이 그만큼 적어져서 많은 상품을 가져다 놓을 수 없고 과일 같은 경우도 상해서 버릴까 봐 많은 구색을 갖춰 놓을 수 없다"고 한탄했다. 이 씨는 명절 제수 음식 판매도 사전 예약을 받고 있었다. 이는 식자재만 판매해서는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워서 선택한 고육지책이었다.


후암시장에서 20년 동안 떡집을 운영해온 박정식(73·가명)씨는 전통시장에서 명절 대목은 없어졌다며 소리 높였다. 그는 "밤 9시까지는 문을 열어야 할 가게를 6시도 안 돼 닫고 있다"며 "도무지 사람들이 시장을 찾지 않으니 제시간까지 영업을 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토로했다. 박씨의 가게 옆 과일가게 주인 역시 "역대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추석에 판매가 늘어날까 해서 과일 선물세트를 마련했는데 매출이 신통치 않다"고 털어놨다.


이날 후암시장에서 만난 주부 정연선(38)씨는 "한 손에 들고 갈 수 있을 정도의 과일이나 나물 반찬 정도만 시장에서 장을 보는 편"이라며 "추석 때처럼 많은 양을 한꺼번에 살 때는 대형마트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물세트 등도 간편한 온라인을 통해 미리 구매한 상태"라고 귀띔했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