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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데이터 오너십 도입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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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기록은 누구의 소유일까. 포털에 제공한 이용자의 성명, 주소 등의 정보, 포털에 만들어낸 이용자의 검색성향 분석정보는 누구의 소유일까.


이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개념이 바로 '데이터 오너십(data ownership)'이다. 오너십은 소유권을 일컫는 말로 자동차·주택이 누군가의 소유라고 말할 때와 같이 물건을 전면적으로 지배하는 권리다. 소유자는 소유물을 법률 범위 내에서 자유로이 사용·처분할 수 있다. 소유권은 재산권의 기초이며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 형태인 사유재산 제도의 기초를 이루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데이터 주체의 데이터 지배권을 인정함으로써 제3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복제·이용하는 것을 차단함과 동시에 데이터의 이전·거래를 데이터 주체의 의사에 따라 가능하게 한다는 뜻이다. 데이터시장과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가치에 대한 안정적인 법적 보호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데이터 오너십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17년 1월 발간된 '데이터 소유권 백서(Data Ownership WHITE PAPER)'에서 유럽의 데이터 경제 구축을 위해 '데이터 소유권'이라는 새로운 권리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데이터 오너십의 도입은 전통적인 민법상 소유권 개념과 충돌하면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반대론의 논거는 먼저 소유권의 객체가 되는 물건의 개념에 관한 것이다.


민법상 물건은 유체물 이외에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에 한정돼있어 데이터는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또한 소유권은 객체에 대한 배타적 지배가 가능해야 하는데 데이터는 복제 가능성과 복제의 용이성으로 배타적인 지배를 인정하기 어렵다. 이런 이유로 이론적인 관점에서 데이터 오너십을 인정하기 어려우며 이를 인정할 경우 데이터라는 자원을 널리 공유·활용해 그 효율을 극대화하고 그로 인한 이익도 고르게 배분하지 못하고 오히려 정부와 소수 기업이 데이터와 그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을 독점하는 상황을 가중시킬 수 있다.

찬성론에 따르면 데이터도 비인격성, 경제적 가치성, 관리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물건의 개념에 포섭될 수 있으며 배타적으로 지배 가능한 물건인지에 대하여는 다툼이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데이터에 대한 사용, 접근, 수익 권능이라는 관점에서 '데이터에 대한 지배권'이라는 의미로 데이터 오너십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블록의 비가역적 체인구조를 통해 위조를 방지하고 블록에 대한 변경추적이 용이하기 때문에 배타적 지배도 가능하다고 한다.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 인정이 데이터 경제에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 오너십은 자칫 데이터의 자유로운 이용과 유통을 제한할 수도 있고 나아가 표현의 자유와도 충돌할 수 있다. 한편 최근 데이터 오너십 도입의 필요성은 인터넷 기업으로 데이터 쏠림 현상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막대한 이익이 기업에만 편중된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되기도 했다.


데이터 거래 활성화는 물론 데이터를 기업에 제공하고 이로써 기업에 발생한 이익을 데이터 주체와 공유하기 위해 데이터에 대한 소유권 차원의 법적 보호가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데이터 오너십 도입보다는 데이터에 대한 개인과 기업의 접근권을 확대해 데이터를 공유·개방하는 게 더 중요한 일인지 진지하고 치열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어떤 경우에도 데이터 경제라는 시대적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사이버법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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