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르포]'굳바이' AK플라자 구로점…애경 1호 백화점 역사 속으로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명품브랜드 키우는 트렌드 못 따라가 31일 폐점
고별전 세일행사 동참매대에만 사람들 몰려
재고정리 분주한 협력사 직원들 일자리 고심

외부 행사장을 찾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외부 행사장을 찾는 이들도 많지 않았다.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봉기 기자] 지난 26일 오후 서울 구로구 AK플라자 본점. 손님이 많지 않은 평일 오후 시간인 점을 고려해도 백화점 주변은 지나치게 한산했다. 건물 옆 공터에는 천막이 세워졌고 폐점 전 고별전 세일이 진행 중이었다. 도시철도 1호선 구로역 출구에서부터 이어진 구름다리로 곧장 여성 캐주얼 매장이 있는 2층에는 10여 명의 사람이 보였다. 그마저도 할인율 50%가 넘는 고별전 세일 판매대 주변에만 사람들이 서성이고 있었다. 남성복 브랜드 등 고별전 세일에 참여하지 않는 매장은 종이박스에 재고로 남은 옷을 정리하는 움직임만 분주했다.


손님이 없는 매장은 직원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거나 각자의 자리에서 스마트폰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고별전 세일을 진행하는 주요 장소인 1층 이벤트홀과 휴식공간에는 사람들이 붐볐지만 다른 매장에는 사람 목소리 대신 음악 소리가 훨씬 더 잘 들릴 정도로 인적이 뜸했다.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이혜경(49ㆍ여)씨는 폐점 이후 갈 곳을 찾지 못한 상태다. 이씨는 "AK플라자는 구로지역 어머님들의 만남의 장소 같은 상징적인 곳이었다"며 "주로 단골들이 많았는데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나 매장을 찾는 고객들이나 다들 너무 아쉬워한다"고 말했다.

1층 이벤트홀 주변 고별전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1층 이벤트홀 주변 고별전 행사장에는 사람들이 붐볐다.

원본보기 아이콘


AK플라자 구로 본점은 이달 31일을 끝으로 27년 만에 폐점한다. 1993년 문을 열고 이듬해 차인표 주연의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의 배경으로 나오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던 백화점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는 것이다.

구로점은 애경그룹의 출범과 함께 만들어진 1호 백화점 매장이다. 서울 서남권 상권의 첫 백화점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목동 현대백화점, 영등포 롯데백화점ㆍ신세계백화점ㆍ타임스퀘어ㆍ신도림 현대백화점 등 강력한 경쟁자가 출현하자 점차 경쟁에서 밀려났다. AK플라자는 2009년 이미 구로점을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에 약 1520억원에 매각하고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차) 방식으로 운영 중이었다.


AK플라자 구로점은 다양한 명품 매장을 갖추며 경쟁력을 키우는 최근 백화점 트렌드와 달랐다. 흔히 3대 명품 매장으로 꼽는 루이뷔통ㆍ샤넬ㆍ에르메스 등 인기 브랜드 매장도 없었다. 근처 대형 백화점 등으로 손님이 빠지는 데다 명품 매장 등 신규 고객을 끌어들인 요인도 없다 보니 인근 동네 주민들이 주로 찾는 백화점으로 변해갔다. 한정된 지역의 고객에게만 의존하다 보니 수익성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구로점은 그룹 차원에서도 큰 의미가 있는 장소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인근 상권의 변화로 오랜 기간 실적 부진을 겪었고 감내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해져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 내 최초의 백화점으로서 오랫동안 고객과 직원으로 만난 사람들이 많다 보니 폐점 사실에 진한 아쉬움을 드러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1999년부터 AK플라자에서 일한 이순분(61ㆍ여)씨에게 구로점은 다시 일할 수 있는 힘을 쥐여준 곳이다. IMF 경제 위기 당시 운영하던 금은방을 그만두게 된 이씨는 아르바이트 명목으로 구로점과 인연을 시작했다. 수완이 좋았던 김 씨는 직원으로 채용돼 2년 전까지 수산 파트에서 일했다. 정년퇴직 후에도 협력사에 입사해 다시 정육 매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씨는 "지난해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믿기지 않았는데 벌써 폐점일이 다가오다니 너무 낯설다"며 "더는 일할 수 없어 아주 아쉽고 향후 정해진 것이 없어 일자리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구로점 지하 1층 식품관 매대가 텅 비어있다.

구로점 지하 1층 식품관 매대가 텅 비어있다.

원본보기 아이콘


구로점 건물이 향후 어떻게 쓰일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매장의 직원들과 주민들은 비슷한 유통업체가 들어오기를 바라고 있지만, 아직 미지수다.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