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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야근을 왜 해요?" '90년대생'을 아시나요

최종수정 2019.08.09 07:38 기사입력 2019.08.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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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최근 靑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 책 선물
90년대생들, 직장서 자기주장 확실히 말하고 워라밸 중요
안정적인 9급 공무원으로도 몰려

서울 명동 거리에 직장인들이 지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명동 거리에 직장인들이 지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1980년대 출생한 30대 직장인 A 씨는 같은 부서 90년대생 20대 사원 B 씨에게 업무 지원을 요청했다 거절 당했다. B 씨는 상사 요청에 직접적으로 "싫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혼자 일 처리를 하게 된 A 씨는 "사실 후배가 내 업무 지원을 안해도 되지만, 막상 거절당하니 기분이 묘하다"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선배 등 업무 지원을 애초에 하지 말았어야 했나"라고 토로했다.


# 또 다른 회사 1970년대생 관리자 C 씨는 급한 업무가 있어 퇴근한 사원 D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볼멘소리를 들었다. 퇴근했으면 이날 업무도 끝이라는 D 씨 설명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결국 이날 급했던 업무는 '관리자'인 C 씨 혼자 정리할 수밖에 없었다. 업무 정리 직후 시계를 보니 오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C 씨는 "예전 같으면 같이 고생하고 소주라도 한잔하고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사실 후배 말이 틀린 것도 아니고 하니 할 말이 없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후배들보다는 선배들을 더 찾게 된다"고 읊조렸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직원들에게 책 '90년생이 온다'를 선물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이 책에서 언급한 '90년대생들'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 책을 선물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책 선물과 함께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20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른바 '90년대생'은 1990~1999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90년생이 온다.' 저자 임홍택 씨가 채널 예스와 가진 인터뷰에 따르면 이들 세대는 '참는 것이 미덕' 환경이 아닌 '참을 필요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왔다.


임 씨는 이에 대해 "당연히 그걸 표출하는 세대에요. 80년대생도 같은 마음을 갖고 있긴 한데 굳이 표출하진 않죠. 어떻게 보면 90년대생은 대신 말해주는 세대에요"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조직에서도 소비자로서도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기업과 사회는 이걸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갈등이 생기는 거로 생각해요"라고 설명했다.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길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서울 중구 을지로입구역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길 발길을 재촉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렇다 보니 90년대생들의 또 다른 특징은 '빠른 선택'과 '결정'이다. 90년대생들은 '보여주기식 업무 진행'은 물론 '비효율적인 야근'을 이해하지 못한다. 70~80년대 상사가 야근을 권하면 차라리 내일 일을 두 배로 하는 쪽을 선택한다. 목적의식이 분명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최근 대학내일20대연구소가 1970년생~1999년생 남녀 600명을 상대로 한 '일과 동료에 대한 인식조사'에서 근무시간에 대한 세대간 인식 차이는 확연히 갈린다.


'일찍 출근해 정해진 출근 시간 전까지 업무 시작 준비를 마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에 대해 90년대생은 35.0%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반면 80년대생은 43.0%가 동의했고 70년대생은 절반이 넘는 54.0%가 동의했다. 또 '야근, 주말 근무를 해서라도 내가 맡은 일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에 대해선 90년대생의 32.5%만이 동의한 반면 80년대생과 70년대생 동의비율은 각각 42.5%, 43.0%였다.


90년대생 직장인 E 씨는 "야근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합리적 이유가 있으면 야근을 할 수 있다. 직장 상사에게 야근을 무조건적으로 강요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고 본다"면서 "일종의 설득이라 볼 수 있는데 퇴근 후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임을 인지시켜주면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90년대생들의 특징은 저자에 따르면 '안전한 직장생활'이다. 이들 세대는 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성장한 80년대생들이 치열하게 직장을 구하는 모습을 보고 자랐다.


저자는 2016년 모 방송국에서 서울 시내 초·중·고등학생 830명을 대상으로 장래 희망을 조사한 결과 공무원이 희망직업 1위로 꼽히는 등 다수의 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사진은 기사 중 특정표현과 관계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실제 통계청이 2016년 5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 준비자 65만2000명 중에서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는 25만7000여명으로 약 40%에 달했다.


이 가운데 일부 90년대생들의 특징은 '안정적인 일 자리' 차원에서 '9급 공무원'을 선택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이를 두고 일종의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생존·행복 전략'을 찾게 되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을 외치며 자기 할 일만 정확히 끝내는 지금 20대들의 모습이 야근 없이 소위 '칼 퇴근' 하는 공무원 생활과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저자는 90년대생들의 특성이 이들 스스로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외부 영향으로 빚어진 자화상이라고 판단했다.


임 씨는 YTN과 인터뷰에서 "(90년대생이) '회사는 처음부터 가족이 아니고 남이야, 어차피 남이고 우리는 돈을 주는 만큼만 일할 거야'하고 말하는 부분들이 나쁜 조직 문화라든가, 예를 들면 헌신하면 헌신짝이 되는 조직 문화를 너무도 많이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봐왔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다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족이라는 핑계로 수없이 희생을 강요하거나 더 일하면 안 돼? 네가 이런 것 좀 해보면 어때? 희생하고 충성하는 거라고 했던 수많은 폭력적인 대화들이 이제는 따스함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변화한다면 90년대생들이 긍정적인 변화를 먼저 할 수 있겠죠"라고 내다봤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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