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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없는 임상제도 개선, 中 격차 더 벌어질라

최종수정 2019.08.08 11:02 기사입력 2019.08.08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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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 발표

-신고제·시험기관 등록제 등 업계 요구는 빠져

-中, 규제 철폐 후 점유율 2배

-한국은 7년간 0.8%P 증가뿐

파격없는 임상제도 개선, 中 격차 더 벌어질라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 "최근 중국이 임상시험 규제를 확 풀어 우리나라를 앞질렀다. 앞으로 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임상시험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임상시험 제도 발전 로드맵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선진국에 비해 걸음마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산업계에서 줄기차게 요구해온 임상시험 신고제 전환, 임상시험 실시기관 등록제와 같은 획기적인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파격적인 제도 개선 없이는 주변국과의 임상시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차등승인제·예비검토제로 승인 속도 ↑"= 식약처가 8일 발표한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2019~2023년)'은 크게 임상시험 국제 경쟁력 제고와 안전 관리 강화로 나뉜다. 이 중 제약·바이오업계가 기대를 건 쪽은 국제 경쟁력 제고였다. 식약처도 치열한 임상시험 경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면 정부 차원의 신약 개발 '신속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식약처가 임상시험 종합계획에 담은 경쟁력 강화 방안은 차등승인제 단계적 도입, 예비검토제 시행, 신약 개발 심사 역량 강화, 비임상 자료 허용 범위 확대다.


차등승인제는 임상 의약품의 위험도에 따라 심사를 간소화하거나 집중 심사하는 식으로 차등을 두는 제도다. 이미 허가된 의약품의 허가사항 범위 내에서 제네릭의약품(복제약) 수준의 비교임상시험을 하거나 미국·일본·영국·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위스·캐나다 등 의약품집 발행국가에서 승인한 다국가 3상시험, 시판 중인 항암제를 이용한 연구자 임상시험에 한해 의약품 정보, 임상시험 실시기관, 임상시험심사위원회(IRB) 승인 여부 등 필수 정보만 있으면 승인해준다. 다만 안전조치로 IRB 심의요건을 강화하고 심의 결과 정기적 제출, 상시 모니터링 절차 등도 마련하기로 했다.

현재는 임상시험 단계 구분 없이 임상시험계획(IND) 접수 후 30일 내 승인하도록 돼 있으나 자료 보완 등의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는다. 식약처는 법 개정을 거쳐 2021년 위험도가 낮은 임상시험부터 차등승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존 30일에서 1주일 안팎으로 당기겠다는 것이다.


9월부터는 예비검토제로 심사 예측성을 높인다. IND 접수 후 5일 안에 자료 요건을 검토해 피드백을 주고 최종 보완을 거쳐 규정대로 30일 내 모든 심사 절차를 끝내겠다는 것이다. 김영옥 의약품안전국장은 "규정상 임상 승인 기간은 30일인데 이 기간이 다 돼서 보완( 요청)이 나가면 기업은 자료를 다시 준비하느라 절차가 지연된다는 불만이 많았다"며 "예비검토제로 임상 승인이 30일 안에 완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업계는 이번 계획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며 아쉬워하고 있다. 이일섭 한국GSK 의학부 부사장(대한임상약리학회 고문)은 "국내·외에서 우리나라의 임상시험 환경이 변한다는 것을 인지할 정도로 파급력 있는 제도 개선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중국이 정부 주도로 임상시험 제도 변화를 꾀하면서 우리나라를 추월했는데 이 정도라면 그 격차가 더 커질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너무 늦었다"고 꼬집었다.


◆업계 "신고제 도입하는 등 문턱 낮춰야"= 전 세계적으로 임상시험 조기 진입을 비롯해 효율화, 세제 혜택 등 임상시험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 주목받는 중국은 임상시험 심사 절차를 60일 신고제로 간소화하고 임상시험 실시기관을 등록제로 전환해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다국가 임상을 유치했다. 그 결과 세계 임상시험 점유율이 2013년 2.15%(13위)에서 지난해 4.66%(3위)로 훌쩍 뛰었다. 호주는 일찌감치 임상시험 신고제, 임상시험 연구개발(R&D) 세제 혜택을 통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반면 우리나라는 제자리걸음 중이다. 그동안 우수한 인프라 등을 무기로 급성장했으나 2012년 이후 정체다. 세계 임상시험 점유율도 2011년 2.59%(10위)에서 지난해 3.39%(7위)로 0.8%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업계는 주변국의 경쟁에 발맞춰 단계적이라도 임상시험 신고제 전환, 임상시험 실시기관 등록제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현재 호주, 일본, 싱가포르 등은 임상시험 신고제다. 미국과 중국은 승인제이지만 일정 기간 내 피드백이 없으면 임상시험에 들어갈 수 있다. 또 일정 기준을 갖춘 기관만 임상시험을 할 수 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유럽, 중국은 등록만 하면 된다.


식약처도 신고제의 필요성을 논의했으나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 김 국장은 "바로 신고제 등을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논의했지만 차등승인제를 하되 안전 관리를 위한 여러 강제 조항을 둬서 관리하는 수준으로 정리했다"면서 "임상시험 실시기관 등록제는 학계와 산업계에서도 의견이 갈려 장기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임상시험 승인 속도를 높이려면 심사 인력 확충 및 역량 강화도 필수이지만 식약처는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지 못했다. 현재 식약처 심사 인력은 322명으로 중국(1000여명)이나 미국(1700여명)에 한참 못 미친다. 방영주 서울대학교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우리나라 임상시험은 승인이 까다롭고 지연되는 것이 문제"라며 "심사 인력을 확충하고 전문성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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