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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직장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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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직장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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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출근길 공기가 여느 날과 사뭇 다르다. 오늘(16일)부터 직원이 5명 이상인 76만여개 업체에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한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ㆍ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할 경우 피해자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이같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수평적 기업문화 도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몇 해 전 국내 굴지 대기업 내에서 행해진 면벽(面壁) 근무 사례는 주변을 경악하게 했다. 구조조정 중이었던 이 회사는 명예퇴직을 거부하는 40대 가장 A씨에게 벽을 마주 보는 자리에 앉을 것을 강요했다. 점심시간과 오전ㆍ오후에 주어진 15분간의 휴식 외 근무 시간 7시간30분 동안은 자리에 앉아 '대기'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참다못한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문제를 제기했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면 A씨 같은 안타까운 사례는 자취를 감추게 될 가능성이 크다. 간호사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까지 몰고간 병원 내 고질적인 '태움(영혼이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도 변화의 기로에 놓일 것이다. 국내 빅5 병원 중 한 곳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에 맞춰 의료원장이 직접 '소통과 배려' 문화를 위한 경영 서신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법이 사회 곳곳에 적용되기까지는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법은 피해자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사용자, 즉 회사 대표나 사장, 인사 담당자 등에게 신고하도록 돼 있다. 만약 회사 대표나 사장이 가해자라면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4인 이하의 영세업체나 노조가 없는 소규모 사업장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 가해자에 대한 직접 처벌 조항이 없고, 피해 입증도 피해자가 해야 한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가장 큰 문제는 '괴롭힘'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약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하지만 자칫 '권리'만 행사하고 '의무'에는 소홀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괴롭힘 물증을 위해 녹음기를 구입했다는 직장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우스갯소리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 이유다. 직장 갑질이 사라지려면 결국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고대한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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