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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오찬도 없이 간담회 진행…재계 "외교로 풀 문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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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고위 공직자 임명 수여식 장소 '충무실'서 경제계 초청 간담회
日 수출 규제 대응 마련 '대책 회의' 자리라는 점 강조
재계 일각 "기업인 청와대 소집령 너무 잦아, 새로운 靑經유착 같다" 볼멘소리

[아시아경제 황진영 기자, 김혜원 기자] 청와대는 10일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대응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한 '경제계 주요 인사 초청 간담회'를 본관 충무실에서 개최했다. 기업인들과의 행사를 장관 등 고위 공직자 임명장 수여식이 열리는 충무실에서 개최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기업인 행사는 주로 연회 장소인 영빈관에서 열렸다. 이날 간담회는 이벤트가 아니라 일본 수출 규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대책 회의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장소 선택으로 해석된다.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해 점심 때까지 회의가 이어졌지만 오찬을 함께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날 간담회가 같이 밥을 먹고 얼굴을 보는 자리가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오찬을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 경제가 엄중한 상황 속에서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 여러분을 모시고 함께 대책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취지에 따라 발언을 원하는 참석자들에게 모두 발언 기회를 주기로 했다. 문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대응하고 타개해나갈지 여러분의 말씀을 경청하고자 한다"며 "정부와 기업 간에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우리 경제 상황에 대해 "내부적인 요인에 더해 대외적인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보호무역주의와 강대국 간의 무역 갈등이 국제 교역을 위축시키고 세계 경제의 둔화 폭을 더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것만으로도 무역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경제를 어렵게 만들고 있는데 거기에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가 더해졌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날 참석 대상을 '총 자산 기준 10조원 이상 기업'으로 정했다. 이 기준 때문에 일본 수출 규제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농협금융지주, 교보생명, 미래에셋 같은 금융회사와 현대백화점 , 신세계 등 내수시장이 주력인 기업도 포함됐다. 특히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현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청와대에 초대돼 눈길을 끌었다. 박 회장은 문 대통령 취임 후 오랜 기간 해외에 체류해 현 정부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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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면 총수나 총수 일가가 참석했다. 이는 전문 경영인보다는 그룹 오너를 만나야 효과적인 대화가 가능하다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이유로 현대중공업그룹의 경우 권오갑 부회장 대신 정기선 부사장이 참석했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아들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참석 기업을 둘러싸고 불필요한 해석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산 기준으로 대상 기업을 정했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날 기업인 간담회를 포함해 올해 들어 '청와대 소집령'이 부쩍 잦아진 데 대해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 새로운 방식의 '청경유착(靑經癒着)'이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흘 전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 실장 등이 3대 그룹 총수와 회동한 바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재계가 가장 우려를 표하는 대목은 양국 간 무역 갈등을 넘은 외교 갈등이 추가적인 경제 보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다.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의 근거로 전략 물자인 에칭가스의 대북 유출설을 제기하면서 사태를 더 이상 양국 간 무역 갈등으로만 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A그룹 관계자는 "한일 간 혹은 다자 간 외교로 풀어야 할 문제를 우리 기업에만 책임을 떠넘기는 형국"이라며 "청와대는 대책 회의라지만 솔직히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 식 이벤트에 불과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일부 품목 수출 제한 조치는 예견된 악재로, 근본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에 정부가 더 기민하게 대처해야 했다는 반응도 있다. B그룹 관계자는 "일본의 소재·부품 경쟁력과 관련해서는 몇 년 전부터 한일 관계가 나빠질 때마다 위험 신호를 감지하고 대응해온 게 사실"이라며 "정부가 몰랐을 리가 없고, 막상 문제가 터지고 뒤늦게 기업인들과 머리를 맞댄다고 한들 대책이 나올까 의문"이라고 전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전날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서로 약속과 거래를 지킬 수 있도록 (정치가) 도와달라"고 하소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이번 사태를 한일 정부와 정치권이 책임지고 나서야 우리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속내를 담은 발언이다.


청와대의 갑작스러운 부름에도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가 회사 경영상의 일정을 조율하고 대책 회의에 참석했다. 이들을 포함해 총 자산 10조원 이상의 대기업 30개사와 경제단체 4곳이 간담회에 참석했다. C그룹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제한 조치와 관련해 기업의 애로 사항을 듣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에 일본과 사업 연관성이 떨어지거나 없는 기업인도 함께 하도록 했다"면서 "재계와 접촉과 소통을 늘리려는 움직임은 고무적이지만 시기나 기준이 모호하거나 지나치면 역효과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수입처 다변화와 국내 생산 확대를 위해 인허가 등 행정 절차 간소화 규제 완화의 의지를 내비친 데 대해서는 일부 긍정의 목소리가 나왔다.






황진영 기자 young@asiae.co.kr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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