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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뚫린 못생긴 슬리퍼로 대박신화 쓴 '크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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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120여 개국에서 3억5000만 켤레 팔린 크록스
창업 4년 만에 매출 9900억원 돌파 '나스닥' 상장 성공하며 급성장
크록스라이트·라이트라이드 등 크록스만의 소재 개발...'편안함'이 무기

구멍 뚫린 못생긴 슬리퍼로 대박신화 쓴 '크록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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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투박한 앞코에 구멍이 송송 뚫린 고무 슬리퍼 '크록스(Crocs)'는 어글리슈즈의 대명사다. 디자인적인 요소 하나 없이 원색의 촌스러운 이 슬리퍼는 전 세계 120여 개국에서 3억5000만 켤레가 팔렸다. 창업 첫해 120만 달러(약 14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2년 만에 100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을 보이며 지난해에는 10억8800만 달러(약 1조27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크록스는 2002년 미국 콜로라도에 사는 청년 3명에 의해 만들어진 신발 브랜드다. 당시 린든 핸슨(Lyndon Hanson), 스캇 시맨스(Scott Seamans), 조지 베덱커(George Boedecker)는 바다에서 서핑을 하던 중 "물이 잘 빠지는 신발이 있으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를 떠올렸고, 크록스를 만드는 계기가 됐다. 크록스라는 이름과 로고에서 알 수 있듯 크록스는 악어를 뜻하는 단어 '크로커다일'에서 따 왔는데, 물과 육지 생활이 모두 가능한 악어처럼 크록스도 수륙 모두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전 세계 모든 발에 편안함을 제공한다"

3명의 창업자는 크록스의 '전 세계 모든 발에 최상의 편안함과 즐거움, 그리고 혁신을 제공한다'는 사명을 내걸고 디자인보다는 '편안함'에 집중했다. 슬리퍼에 구멍을 뚫는 일은 쉬웠지만 소재에 차별화를 둬야 했다. 그래서 폴리우레탄계 합성수지의 일종인 특수 소재를 사용했다. 이 소재를 개발한 회사 '폼 크리에이션'을 인수해 '크록스라이트(Crocs Lite)'라는 이름으로 소재를 독점했다.

크록스라이트는 체온에 따라 소재가 유연해져 신발을 신는 개개인의 발 모양에 맞게 변형이 된다. 이는 발바닥에 힘이 고르게 분산되는 역할을 해 착용감을 높인다. 또 고도로 압축돼있어 체중의 압력을 잘 버텨 근육 피로도를 일반 신발보다 60% 이상 감소시켜준다. 소재로 초경량으로 0.17kg밖에 나가지 않는다.


신발 구조가 간단해 일명 '찍어내기'가 가능하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사출성형(射出成形) 공정으로 생산된다는 것이다. 사출성형 공정이란 재료를 형틀 속에 채운 다음 냉각해 생산하는 방식이다. 가죽이나 천으로 만들어져 밑창을 붙이고 그 위에 디자인을 덧입혀야 하는 봉제와 접착 과정을 반복하는 일반적인 신발은 불가능한 방법이다. 그런데 크록스는 신발 구조가 간단하기 때문에 이런 공정이 가능했다. 속도나 단가 측면에서도 매우 유리했고 크록스가 창업 4년 만에 흑자를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제조 방식이 꼽힌다.

[출처=크록스 인스타그램]

[출처=크록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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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편한 크록스는 출시되자마자 '크록스 열풍'을 가져왔다. HBO방송의 유명 앵커는 고무처럼 보이는 값싸 보이는 소재에 촌스러운 원색의 투박한 겉모습을 보며 '유치원생 혹은 미치광이들이나 신는 신발'이라고 조롱했지만 소비자 반응은 달랐다. 3일 만에 1000켤레가 완판됐다.


헐리우드 스타들이 착용하기 시작했고, '세상을 바꾼 50가지 신발' 중 하나로 꼽히기도 했다. 미국에서 시작된 크록스 바람은 전 세계로 번졌고, 창업 5년 만에 전 세계 90여 개국에 진출했다. 이런 성장 속에 2006년에는 나스닥(NASDAQ) 상장에 성공했고, 당시 매출은 8억4700만 달러(약 9900억원) 수준이었다. 현재 시가총액은 14억2500만 달러(약 1조6680억원)에 달하며 연매출은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를 넘은 지 오래다.

크록스 제2의 아버지 '론 스나이더'

창업자 3명은 2005년 경영에서 물러났다. '사공이 많으면 배로 간다'며 사실상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전문경영인에게 사업을 모두 맡긴 셈이다. 창업자 3명에게 발탁된 인물은 바로 론 스나이더(Ron Snyder). 그는 크록스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운 크록스 ‘제2의 아버지’로 불린다.

론 스나이더는 2005년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되자마자 캐나다, 이탈리아, 중국, 멕시코 등지의 제조공장을 인수했고, 2006년부터는 바이트 풋웨어, 오션 마인디드, 엑소 이탈리아 등을 인수하면서 제품 다각화에 초점을 뒀다. 슬리퍼 단일품목에만 주력했던 크록스는 점차 라인을 확대해 나갔고 지금은 샌들, 운동화, 메리제인 슈즈나 하이힐까지 제작하는 브랜드로 거듭났다. 론 스나이더는 약 10년 동안 크록스를 정상에 올려놓고 현재는 경영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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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김에 개성을 더한 '지비츠'

크록스는 자신들의 약점인 '못생긴 신발'을 '개성'으로 바꿨다. 크록스에 난 구멍에 끼울 수 있는 핀 '지비츠(Jibbitz)'를 내놓은 것. 사실 지비츠는 세 명의 자녀를 키우는 한 주부가 자녀의 크록스에 재미 삼아 단추, 보석 등을 끼운 것이 시초다. 그녀는 곧바로 사업 지하실에 '지비츠'라는 크록스용 액세서리 업체를 차렸고 크록스는 이 업체를 인수했다.


지비츠의 인기는 엄청났다. 지비츠로 신발을 꾸미기 위해 크록스를 구매하는 사람들까지 생길 정도였다. 현재 판매 중인 지비츠 상품은 디즈니나 마블 등의 캐릭터부터 숫자나 알파벳 등 5500여 가지가 넘는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신발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소비자에 제공한 것이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크록스는 단기간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에 직면해야 했다. 2009년에는 파산 위기까지 겪었다. 하지만 2010년부터 제품군 축소, 수익성 낮은 점포와 공장 정리,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이는 등의 전략을 통해 2016년 다시 제자리를 되찾았다. 당시 2년의 연구 끝에 그로스라이트보다 25% 가볍고 40% 더 부드러운 신소재 '라이트라이드(LiteRide)'로 만든 신발을 내놓으면서 다시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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