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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스스로 타오르다…'시스투스'의 이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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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투스의 꽃잎. 치명적인 아름다움 속에 스스로를 태우는 불꽃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시스투스의 꽃잎. 치명적인 아름다움 속에 스스로를 태우는 불꽃을 잉태하고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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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사람이나 동물은 자신의 영역을 두고 서로 다툽니다. 사람은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땅을 넓히기 위해 살아온 역사가 있습니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인류의 역사 자체가 '땅따먹기'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동물도 마찬가집니다. 동물들은 저마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데 이는 종족보존을 하기 위한 본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식물은 어떨까요? 사람이나 동물과 달리 식물은 움직일 수 없는데 영역 타툼을 벌일 수 있을까요?

모든 식물이 영역 다툼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내 영역을 침범한 다른 식물들을 태워 없애 버리는 무서운 식물이 있습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시스투스(Cistus)'라는 식물입니다.


시스투스는 북아프리카의 카나리아 제도, 모로코, 포르투갈, 지중해 연안의 중동지역, 지중해의 분지, 코르시카섬 등에 서식하는 여러해살이 식물로 햇빛이 내리쬐는 질이 나쁜 토양이나 바위에서도 잘 자랍니다.

스스로 발화하는 시스투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스스로 발화하는 시스투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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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색에서 자주색, 어두운 분홍색 등 여러 색깔의 꽃잎이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기도 합니다. 성경에 '바이블 플랜트'라는 이름으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유럽에서는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합니다.


이 아름다운 꽃잎을 피워내는 시스투스의 가장 큰 특징은 '이기심'입니다. 얼핏 가냘프게 보일 수도 있는 시스투스는 간혹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태워버리는 무서운 행동을 보여줍니다. 고온건조한 중동이나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가끔 자연 발화로 인한 산불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시스투스가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시스투스는 자신이 서식하고 있는 주위에 다른 식물이 빽빽이 들어차 밀도가 높아지면 견디질 못합니다. 오로지 자신만이 여유로운 공간에서 생존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주위가 빽빽해지고 외부 온도가 32℃ 이상 올라가면 부름켜 내부의 휘발성 오일을 뿜어 스스로를 불태웁니다.


시스투스가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려고 마음먹기 전에 하는 행동이 있습니다. 바로 불에 타지않고, 불에 잘 견디는 내화성 씨앗을 몸속에 숨기는 일입니다. 시스투스의 몸이 불타기 시작하면 주변의 잡초들도 날벼락을 맞습니다. 시스투스 주변에 있는 온갖 식물들은 잿더미가 되고 마는 것이지요.

주변의 모든 것을 태워버린 잿더미 속에서 자라나는 시스투스의 새싹.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주변의 모든 것을 태워버린 잿더미 속에서 자라나는 시스투스의 새싹.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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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투스는 알칼리 토양에 강한 식물입니다.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경쟁자들이 모두 불탄 잿더미 속에서 시스투스의 싹이 고개를 슬며시 내밉니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불태워 재가 되지만 후손이 생육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면서 자신은 사라지는 것이지요.


식물의 의지가 놀라울 정도입니다.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한 분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후손의 번영을 위한 희생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일까요? 우리나라에서 시스투스의 꽃말은 '인기'입니다. 호감을 끌기 위한 테크닉이 뛰어나다는 말입니다. 이 말 속에는 자신의 테크닉을 너무 믿다보니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 진지해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시스투스의 꽃말이 '나는 내일 죽습니다'라고 합니다. 시스투스의 생태 그대로 스스로 몸을 불태워 죽는다는 의미겠지요? 유럽 등에서 이 휘발성 오일을 채집해 유명한 향수의 재료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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