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IMF와 7조원대 구제금융 합의…부채율 70%로 상승
몰디브 100%·몽골 90%·지부티 87% 등 개도국 공공부채 심각
IMF 경고에도…중국, 세계경제 성장 기여 등 순효과만 주장
[아시아경제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김은별 기자]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 사업이 세계경제의 발목을 잡는 '부채 덫'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장밋빛 계획에 환호하며 참여했던 국가들이 빚더미에 올라앉으며 한계점이 속속 드러나는 모양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중국이 주도하는 빚 잔치에 대해 경고하지만 중국은 순효과만 주장하고 있어 파열음이 점점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믿었다 빚더미에…=12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파키스탄 정부는 이날 국영TV를 통해 IMF와 60억달러(약 7조680억원) 규모의 구제금융에 합의한 소식을 발표했다. 파키스탄은 1980년대 이후 IMF의 지원을 12차례나 받았다. 파키스탄은 중국과 620억달러 규모의 일대일로 관련 인프라 사업을 진행하며 대규모 자금을 투자했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201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60% 수준이던 파키스탄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70%까지 올랐다. 파키스탄이 중국에 진 빚은 63억달러에 달한다.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몰린 파키스탄은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에서 급전을 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인플레이션율이 8%를 넘기고 지난해 루피화 가치가 3분의 1 수준으로 하락하자 결국 IMF에 손을 내밀었다.
다른 개발도상국들의 상황도 불안하다. 미국의 싱크탱크 세계개발센터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여국들의 GDP 대비 공공부채는 몰디브 약 100%, 몽골 약 90%, 지부티 약 87%, 라오스 약 70% 등으로 높다. 비용 감당이 어려워진 말레이시아는 일대일로의 일환인 동부 고속철도 사업을 철회했다가 중국과의 논의 끝에 재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스리랑카는 항만 등 인프라 운영권을 중국에 내주기로 했고 파키스탄과 미얀마, 방글라데시 등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일대일로 참여국들이 빚더미에 앉게 되는 이유는 뭘까. 이 국가들은 인프라 건설을 완성한 뒤 수익을 통해 중국에 빚을 갚아야 한다. 사업 채산성을 판단하는 능력이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이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하다. 중국은행을 통한 대출 계약이 필수이기 때문에 투명성을 보장받기 어렵고, 사업의 대부분은 중국 회사가 시공을 맡게 된다. 자국 기업에 돌아가는 것은 별로 없고 중국에 지불할 부채만 늘어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성장 기여" 문제 없다는 중국=이 같은 논란에도 중국은 여전히 순효과에만 방점을 찍고 있다. 일대일로가 개발도상국의 경제 개발을 견인하고 시장 개방을 촉진해 전 세계 경제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중국은 지난주 발표한 4월 수출입 경제지표를 통해 일대일로 연선 국가들에 대한 성장 기여를 과시했다. 4월 일대일로 연선 국가 수출입 규모는 총 2조7300억위안(약 469조원)으로 9.1% 증가해 전체 수출입 규모 증가율 4.8%의 두 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대외무역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28.7%로 1.3%포인트 높아졌다고 호평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서 "일대일로는 개방적이고 친환경적인 발전을 추구한다. 우리는 공동 논의, 공동 건설, 공동 향유의 원칙에 따라 평등하게 협의하고 함께 책임지고 이익을 공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강(易綱) 중국 인민은행장 역시 "한 나라의 전체적인 채무 부담 능력을 충분히 고려함으로써 채무의 지속성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며 일대일로 채무 함정론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에 나섰다. 중국은 4월 말 기준 131개국가, 30개 국제단체와 187건의 일대일로 관련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베이징=박선미 특파원 psm82@asiae.co.kr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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