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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을 닮은 화웨이"의 정체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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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을 닮은 화웨이"의 정체성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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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 "화웨이가 사기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을 증명해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 공산당과 서양기업의 가치관이 혼재된 기업 상황 때문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화웨이가 자사는 개인 기업이고 중국 정부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줄기차게 주장함에도 먹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심층 분석하며 이같이 밝혔다.

NYT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20년지기 친구이자, 화웨이의 국제자문 위원으로 활동 중인 티엔타오 경영학과 교수가 쓴 '화웨이 스토리'를 바탕으로 화웨이가 공산당의 가치 시스템을 근간으로 설립돼 서양의 기업문화를 받아들이면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공산당을 닮은 화웨이

NYT는 화웨이의 운영 체제부터 직원들의 충성심 교육까지 다양한 부분에서 공산당과 유사한 부분이 발견된다고 밝혔다. 화웨이는 7명의 고위 관리에 의해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는 소수의 고위 관리로 운영되는 공산당의 운영체제와 닮았다고 봤다. 또 화웨이 자체적으로 경영을 가르치는 '중앙당 학교'라는 곳이 있는데 공산당에도 같은 이름의 간부 육성기관이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에서나 할 법한 청렴 선언식을 갖기도 한다.


특히 시진핑 집권 이후 부활한 '민주생활회'가 화웨이에서도 운영되고 있다. 민주생활회는 당원들이 모여 앉아 상대방에 대한 비판과 함께 자아비판을 하는 자리다. 당원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하자는 취지의 제도다. 화웨이 스토리는 이에 대해 "이는 공산당의 유산으로 서양 기업들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실행에 옮기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자본주의에 입각한 기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제도라는 얘기다.


NYT는 런정페이 회장의 '늑대정신'도 공산당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정신은 전 직원이 단결해 몸을 불사르는 공격적인 자세로 근무해 시장을 공략하자는 경영 철학이다.

화웨이 성장의 원동력이었지만 십여년 전에는 직원들의 자살 사건에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사건 당시 런정페이 회장은 "노력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 우리는 공산당으로부터 이걸 배웠다"라며 "우리는 우리의 삶이 끝날 때까지 공산주의가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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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정페이의 삼각고지전투

NYT는 런정페이가 군대 문화를 화웨이에 주입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했다.


NYT는 런정페이 회장이 중요한 비즈니스 딜이 있을때 마다 '삼각고지전투'에 비유하곤 한다고 했다. 삼각고지 전투는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 강원도 김화에서 우리나라와 연합군이 중국군과 벌인 격전을 말한다. NYT는 런전페이 회장은 2012년 연차보고서에 "우리는 강한 열망을 갖고 단결해 태평양(미국으로)을 횡단하는 중"이라고 적은 부분도 지적했다. 이는 "한국전쟁 당시 한국군과 미군과 싸우러 압록강을 건너고 있다"는 중국의 유명한 군가를 인용한 말이라는 것이다.


런정페이 회장은 소통을 위해 군대 용어를 사용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미 경제 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어떻게 사업이 돌아가는지 쉽게 표현할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을 때 군사용어를 사용하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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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 혼란

이처럼 화웨이는 중국 공산당과 군 문화를 토대로 성장한 기업이다. 하지만 런정페이 회장이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서 화웨이는 서양 기업 문화를 대거 수입했다.


런정페이 회장은 IBM을 통해 20년간 경영 컨설팅을 받기도 했다. 그는 직원들에게는 "미국의 신발을 신어라"라고 말했다. 서양의 경쟁자를 잡기 위해서는 그들과 같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설사 그 신발이 자기 발에 맞지 않더라도 말이다.


다만 NYT는 이같은 변화가 화웨이의 대내외적인 정체성 혼란을 불러 일으켰다고 봤다. NYT는 개인의 권리보다 애국심, 충성심, 집단의 가치를 중시하는 중국의 전통적 가치에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서양기업의 문화가 접목되면서 내부적으로는 괴리감이 형성됐다고 했다. 이어 대외적으로는 개인보다 국가를 지향하는 기업문화로 인해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NYT는 화웨이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DNA자체를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고 결론냈다. 화웨이가 모든 것을 열어 놓 고 있다고 하지만 양립할 수 없는 가치가 한 기업내 공존하고 있는 만큼 해법을 찾기는 사실상 힘들 것이라는 게 NYT의 설명이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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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호 기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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