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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뭐하시니? 형제는 어느 대학 다녀?" 아직도 이런 학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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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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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A양(18)은 최근 담임 선생님과의 신학기 상담에서 불쾌한 질문들을 받았다. 부모님과 형제·자매의 직업 및 학력, 심지어는 어느 직군에서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꼬치꼬치 캐물었다는 것. "구체적인 건 잘 모르겠다"는 A양의 대답에 해당 교사는 "어떻게 모를 수 있냐, 부모님과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냐"며 타박했다고 전했다.


A양만 이런 질문을 받은 건 아니었다. 상담을 마치고 돌아온 같은 반 친구들도 비슷한 질문들을 받았다고 했다. A양의 반 친구인 B양은 "아버지가 회사원이라고 했더니 선생님이 '정확히 어느 회사에 다니시냐'고 물었다"며 "대답은 했지만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형제자매가 있는 학생들에게는 어느 대학을 다니고 있는지, 무슨 과를 다니는지 상당히 구체적으로 물었다는 것이 학생들의 설명이다.

최근 새 학기를 맞은 일선 학교에서 신학기 상담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A양과 같이 가족들의 구체적인 신상을 묻는 일부 학교들에 논란이 일고 있다. 단순히 보호자의 전화번호 등 정보를 묻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직장명과 대학 이름 등 지나치게 자세하게 묻는 탓에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각종 맘카페에서도 '학교에서 아직도 부모 직업 조사를 하냐' 등의 질문을 하는 학부모들의 글도 쇄도하고 있다. 중학생 자녀를 둔 B씨는 “딸이 최근 우리 부부의 직업과 월수입을 묻기에 왜 그러나 했더니, 학교에서 알아오라고 한 것이었다”며 “학교생활에 필요한 아이의 취미나 질병, 알러지 유무는 묻지 않으면서 학부모 신상정보에는 열을 올리고 알아내려고 하는 건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밖에 보여 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가족에 대한 과도한 신상정보를 묻는 건 교육부의 방침에 어긋나는 행위다. 교육부는 지난 2016년 가족들의 학력과 직업을 구체적으로 묻는 건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차별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학부모 신상정보란'에 기본사항만 기재토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후 학교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가정형편과 가족들의 신상정보를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어졌으나 구두(口頭)로 묻는 관행은 아직 남아있는 것이다.

사실 교육부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이후에도 이런 관행들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들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에 교육청에서도 방안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공식 홈페이지에 ‘과도한 개인정보수집 신고 창구’를 개설했다. 신고창구에 접수된 사안은 교육청이 조사한 뒤 30일 내로 처리결과를 신고자에게 안내한다.


교육청 관계자는 "학기 초마다 부모의 직업·직장·학력·가정형편 등을 으레 수집하는 일선 학교에 대한 불만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신원 노출을 우려해 신고가 잘 이뤄지지 않아 개선이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만 개설된 신고 창구를 통해 고발된 건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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