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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라이트]편견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이지은의 四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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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人 영화감독의 단편 묶음 '페르소나'...'아이유' 이지은의 새 출발 예고

[라임라이트]편견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이지은의 四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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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남성과 정서적 교류 내용만으로 지적 대상이 되는 편견…성적 대상화에 편승한다는 비판까지

드라마보다 제약이 적은 영화에서 이미지 전복 가능성 암시 "보시는 분들께서 달라졌다고 생각할 듯"

부각되지 않은 분위기로 편견의 구속에서 벗어날 듯…사회 행동 규범이나 역할 대변하겠다는 의지 표명


아이유는 감미로운 목소리를 타고났다. 어떤 분위기에도 능숙하게 어울린다. 노래가 없어도 다른 표현으로 메운다. 무대를 숙달한 만큼 연기 감성이 풍부해졌다. 많은 연출자들이 '배우 이지은'으로 주목한다. 단순히 연기 때문은 아닐 거다. 여성 솔로가수로서 그려온 경험의 곡선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보여준 다채로운 얼굴이 친숙함을 넘어 호기심을 유발했다.

소녀에서 여성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혼란도 있었다. 이지은에게도 과도기였겠으나 성애화에 길들여진 연예 산업을 마주한 일부 대중에게 자주 표적이 됐다. 미성년 여성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편승한다는 비판이다. 데뷔 초 로리타 이미지는 분명 앨범의 흥행에 촉매제 역할을 했다. 그런데 그 틀에서 벗어나 막 스스로를 드러내는 순간에도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소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모티브로 한 노래 '제제(Zeze)'는 그 정점이었다. 순수하면서도 간사하고, 투명하면서도 혼탁한 모순이 소아성애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 노래에서 여성은 소년으로 짐작되는 아이에게 "나쁜 상상이 사랑스러워"라고 한다. "하나뿐인 꽃을 꺾어가"라며 도발한다. 이지은은 성적 표지를 내세우지 않고도 성애의 대상으로 부각됐다. 역설적으로 이미지 뒤에 숨겨진 함의까지 주목받는 영향력을 확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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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숱한 논란에도 연기로 활동영역을 넓혀갔다. 해방구라도 찾은 듯 꾸준히 문을 두들겼다. 지탄과 지지로 점철된 마음으로 전하는 표현은 꽤 독창적이다. 일반 배우들만 접하는 연출자들은 더 큰 매력을 느낄 거다. 기술은 떨어질 수 있어도 화면 안에서 늘 자유로운 느낌을 준다. 아울러 뚜렷하거나 일관된 감정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더 치중한다. 가수를 겸하고 있어 가능한 표현 같다. 배우로 전업했다면 그녀 또한 익숙한 표현을 강요받았을 거다.

'나의 아저씨(2018년)'는 이 같은 장점이 효과적으로 스며든 드라마다. 모진 고초에도 할머니를 책임지는 20대 가장 이지안. 언제 웃어봤는지조차 알 수 없을 만큼 억척스럽고 외로운 삶을 산다. 이지은은 사랑스럽거나 귀엽다는 수식어가 붙을 수 없는 배역의 성격에 강한 매력을 느꼈을 거다. 실제로 '아버지 뭐 하시니'라는 물음에 "그런 거 왜 물어봐요? 그런 질문은 실례에요"라고 말하는 얼굴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반항적인 이미지가 깃들었다. 주체적이고 강인한 여성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는 첫 회가 방영되고 무수한 비판에 시달렸다. 이지안이 중년남성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합리화한다는 오해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그들을 한심하게 바라보며 부조리를 전시했으나, 한동안 논란은 사그라질 줄 몰랐다. 아이유라는 스타가 지닌 이미지의 영향 탓이 클 게다. 그녀는 여전히 어려 보인다. 고로 성적 대상화 비판의 연장선상에 있다. 중년남성과 정서적 교류를 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지적의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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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석 감독은 제작 전부터 이런 상황을 우려한 것 같다. 아이유로서 고착화된 이미지를 역으로 활용하고, 비틀어서 그리기도 한다. 이지은은 의도를 무난하게 따라간다. 반목하는 다른 세대와 성별의 인물들이 서로 이해하는 과정을 합당한 얼굴로 보여준다. 다만 이지안으로서 대중과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섭렵하는데 한계를 보인다. 어둠과 조소, 불신 등을 무표정으로 구현하지만, 굳게 닫힌 마음을 여는 내면의 변화까지 전하기에 다소 미흡했다. 유독 편집, 음악 등의 도움을 받는 경향이 컸다.


드라마보다 제약이 적은 영화에서 단점은 보완될 수 있다. 표현의 영역도 넓지만, 인물을 연구하는 시간이 충분하다. 오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페르소나'에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임필성, 이경미, 김종관, 전고운 네 감독이 이지은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단편영화 묶음이다. 이지은에게는 자신을 온전히 보여줄 수 있는 기회. 그녀는 "미숙했던 부분을 채우는 등 많은 걸 배울 수 있어서 보시는 분들께서 달라졌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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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새로운 얼굴은 아니다. 임필성 감독의 '썩지 않게 아주 오래'에서는 뮤직비디오 등에서 자주 본 이미지가 떠오른다. 매혹적인 여인(이지은)와 그녀 때문에 마음고생을 하는 남자(박해수)의 시선을 주목하는 작품이다. 이지은은 진홍색 입술 사이로 혀를 살짝 내밀다가 집어넣는다. "파도에 몸을 딱 맡기니까, 내가 설탕이 된 것 같았어." 임 감독은 "마성이 느껴지는 어두운 매력을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과장 없이 일상적이면서 기묘한 느낌을 주고 싶었다. 집시나 히피 같은 느낌을 부각했다. 복합적인 내면을 묘사하는데 공을 많이 들였다."


이경미 감독의 '러브 세트'에서는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이지은의 분노가 나타난다. 아빠의 애인이 되어버린 영어 선생님(배두나)과 테니스 경기를 벌이는 소녀의 이야기다. 발갛게 상기된 표정이 돋보인다. 한 손으로 머리를 가지런히 넘기면서 다른 손으로 자두를 들고 우적우적 씹는다. 아빠의 애인을 질투하는 마음이다. 테니스의 과격한 움직임과 라켓을 집어던지는 행위 등으로도 나타난다. 그간 억측에도 과묵한 태도를 보인 까닭에 참아온 분노를 폭발하는 듯한 인상까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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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운 감독의 '키스가 죄'에서는 키스마크 때문에 아빠에게 머리카락을 잘린 친구 혜복(심달기)을 구하는 여고생 한나를 연기한다. 표정과 행동이 밝고 활기가 있다. 특히 친구에게 키스마크가 무엇인지 안다고 우기는 얼굴에서는 데뷔 초의 호기심 가득한 눈빛이 재현된다. 세월의 갈피에도 닳고 퇴색되지 않은 순수다. 전 감독은 "원래 가지고 있던 똑똑하고 당찬 모습에 엉뚱하고 거친 모습을 입히면 귀여움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적의를 느낄 때는 눈빛에 거침없는 분노를 담되, 혜복과 있을 때는 무장해제가 되는 모습을 그려서 한나의 캐릭터를 확실히 하려고 했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된 배우라서 무엇을 맡겨도 잘 해냈다."


자기 객관화는 김종관 감독의 '밤을 걷다'에서 그린 가련한 여인에서도 돋보인다. 이별한 연인(정준원)과 산책하는 얼굴이 흑백영상으로 담기는데, 외로워 보이는 얼굴이 적적한 밤거리와 사뭇 잘 어울린다. 차분하고 나른한 표정에서 쓸쓸함이 새어나온다. 연애보다 관계의 감정에 방점이 찍힌 작품의 의도에 효과적으로 부합한다. 그동안 거의 부각되지 않은 분위기는 장기적 편견의 구속에서 벗어나는 탈출구가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페르소나라는 제목이 가리키는 바는 단순히 감독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표현하는 배우에 머물지 않는다. 본래 뜻인 가면 혹은 외적 인격으로 사회의 행동 규범이나 역할을 대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지은의 새로운 출발을 예고하는 일종의 신호탄인 셈이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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