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벽화 그리기' 한계… 방향 튼 박원순式 도시재생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벽화 그리기' 한계… 방향 튼 박원순式 도시재생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서울시가 5년만에 '철거식 도시재생'이라는 절충형 정비안을 고민하게 된 것은 보존식 재생 사업이 갖고 있는 태생적인 한계 때문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전면철거형 정비 대신 보존에 방점을 둔 도시재생에 예산과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지만 현장에서의 효과는 크지 않다. 정비구역이나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돼 도시재생으로 방향을 튼 사업지 대부분이 기반시설이나 주거지 정비에 속도를 내지 못하며 주민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1면 '[단독]서울시, 철거식 도시재생 내놓는다' 참고)


서울시의 뉴타운 구역 첫 해제지로, 1호 도시재생사업지구로 지정돼 2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 서울 종로구 창신ㆍ숭인 일대가 대표적이다. 창신 1~3동, 숭인1동 일대 80만㎡ 넘는 대규모 사업지로 시비는 물론 국비까지 들였지만 골목길 등 보행길만 개선됐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는 도시재생이 CCTV, 비상벨, 태양광 조명등, 안심이장치 설치 등 주민 안전시설과 안전안심골목길, 생활창작예술 거점공간 창신소통공작소, 봉제역사관 등 지역성 공공시설에만 집중된 탓에 가시적인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좁은 도로, 가파른 언덕길, 개축이 불가능한 주거지는 한계가 있는 탓에 결국 '철거식 도시재생'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2014년 첫 도시재생사업지구 선정 후 매년 수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해만하더라도 도시계획ㆍ재생 분야 예산은 지난해보다 2배나 많은 1조원에 달한다. 2015년 1단계 도시재생 활성화 사업지로 지정된 13곳과 2017년 2차 사업지 17곳 등 총 30여곳에 이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도시재생 성공 사례지는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도시재생에 조 단위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동안 정비구역에서 해제돼 길을 잃은 곳도 400여곳에 육박한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서울시내 683개 정비 및 정비예정구역 중 사업이 정상 추진되는 곳은 262개소, 구역 해제가 결정된 곳은 393개소에 달한다.


서울시는 주민들의 의사를 반영해 전면철거식 개발을 멈췄다는 입장이지만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393곳이 전면적 주택개량이나 대규모 기반시설 정비가 필요했던 점을 감안하면 소규모 정비를 유도하는 게 적합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에 더 힘이 실린다. 실제 해제지의 건축물 노후도 현황을 살펴보면 20년이 경과된 건축물이 60%가 넘는 곳이 87.5%, 30년 이상 경과된 노후 건축물이 60% 이상인 곳이 28%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불거진 세운지구 논란의 원인도 비슷하다. 도시재생 명목으로 2014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해 정비를 시작했지만 노포 보존을 이유로 토지주들의 의사가 무시된 채 개발이 전면 중단됐다. 더욱이 노포 등 생활문화유산을 지정하는 과정에서의 형평성도 문제가 된 상태다.


지난달 서울시의회에서 내부적으로 '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한계 및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 용역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제지 393곳 중 60%인 222곳은 아직도 기존 정비사업을 대체할 주거재생방안을 마련하지 못해 이른바 '관리계획 미수립' 상태로 방치돼 있다. 이같은 문제가 장기적으로는 집값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정비사업을 통한 신규 아파트 공급 감소로 아파트값이 되레 올랐다는 얘기다. 이에 서울시의회에서는 정비구역 해제 전ㆍ후의 주거환경 변화를 비교하고 정비구역 재지정이 필요한 곳도 추가로 찾아볼 계획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보존식 도시재생으로는 도심 내 신규주택 부족이나 인근 재개발 사업지와의 주거 격차 등의 부작용이 더 심화된 만큼 정비구역이나 예정구역 해제지에도 부분철거를 통해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내이슈

  •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해외이슈

  •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 황사 극심, 뿌연 도심

    #포토PICK

  • 매끈한 뒷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 용어]'법사위원장'이 뭐길래…여야 쟁탈전 개막 [뉴스속 용어]韓 출산율 쇼크 부른 ‘차일드 페널티’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