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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륵사지 석탑 원형 훼손…안정성도 검증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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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후 미륵사지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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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문화재청이 전북 익산 미륵사지 석탑(국보 제11호)을 보수 및 정비하면서 일관성 없이 돌을 쌓아올렸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원형대로 복원하기 위한 사전 검토 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원형을 크게 훼손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석탑 내부를 구성하는 적심(積心)은 본래 모양이 일정하지 않은 돌과 흙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복원 과정에서 1∼2층은 직사각형으로 깎은 새로운 석재, 3층 이상은 기존 돌이 사용됐다.


감사원은 이 같은 내용의 '국가지정문화재 보수복원사업 추진실태' 감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2011년 미륵사지 석탑 보수정비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하면서 해체 당시 확인된 축석(築石·돌을 쌓음) 방식을 재현할 가능성과 구조적 안정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않았다. 기존 적심부 석재들의 품질이 저하됐다는 이유로 원형 복원을 하지 않고, 적심석의 97.6%를 새로운 석재로 반듯하게 쌓기로 결정했다. 2층 적심부까지 새로운 석재 가공작업을 하다가 2016년 초 원래의 축석 방식과 부재를 보존한다는 이유로 3층 이상부터 기존 부재를 다시 사용했다.

감사원은 "적심은 석탑 상부의 하중을 하부에 전달하기 때문에 석탑 구조의 안정성 확보에 중요하다"며 "적심 축석 방식을 변경하면 안정성을 다시 계산해 설계 도서를 마련하고 시공해야 하는데, 문화재청은 새로운 설계도서 없이 탑을 쌓아 올렸다"고 했다.


수리 전 미륵사지 석탑

수리 전 미륵사지 석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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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층 이상 적심석 사이 틈을 메우는 충전재의 선정 과정 또한 도마에 올랐다. 문화재청은 기존에 계획한 실리카퓸을 배합한 무기바인더 대신 이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황토를 배합한 무기바인더로 변경했다. 그러나 그 사유와 타당성에 대한 자문이나 연구는 거치지 않았다. 감사원은 문화재청에 실측설계도서 없이 축석된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 대한 구조 안정성 검증을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그 결과에 따라 적절한 조치 방안을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앞으로 축석 방식 보존과 기존 부재 재사용 가능 여부 등을 검토하고 계획을 수립해 일관성 있게 수리를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문화재청은 적심 구성이 달라진 점을 인정하면서도 "전문가 자문과 문화재위원회 검토를 거쳤다"고 해명했다. "실리카퓸 배합 충전제는 시멘트와 유사하다는 우려 때문에 사용 범위를 축소했고, 황토 배합 충전제는 흙과 성분이나 색상이 비슷하다고 판단했다"며 "새로운 설계도서를 기다리는 동안 공사를 진행한 것은 공사기간이 길어짐에 따른 예산 낭비와 공사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의 통보에 대해서는 "지난해 9월까지 석탑 변위 계측 모니터링 결과 이상이 없었다"면서도 "구조 안전점검을 시행해 안전성을 다시 검토하겠다"고 했다.

미륵사지 석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이다. 일제강점기에 보수하며 사용한 콘크리트가 노후화되고 구조적으로도 불안정해 국립문화재연구소가 2001년부터 18년간 해체 및 수리를 진행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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