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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적이라면서…"엘리트 체육, 日에 밀릴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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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뒤 말끔히 청소된 일본 축구대표팀 라커룸[사진=AFC 공식 트위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마친 뒤 말끔히 청소된 일본 축구대표팀 라커룸[사진=AFC 공식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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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카타르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또 다른 화제는 준우승팀 일본이었다. 일본은 지난달 2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3-1 카타르 승)을 마친 뒤 대표팀이 사용한 라커룸을 깨끗이 청소하고 떠났다. 라커룸에 놓인 칠판에는 아랍어와 일본어, 영어로 "감사합니다"라고 쓴 인사도 남겼다. AFC는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이 장면을 사진으로 소개하고 박수를 치는 이모티콘을 곁들였다.


성인대표팀은 물론 유소년과 청소년 대표팀의 축구 국제대회가 끝나면 이처럼 라커룸을 말끔히 청소한 일본 팀의 사례가 종종 소개되곤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본의 '교육 지침'이 이러한 행동의 바탕에 있다고 강조한다.

◆ 운동도 인성이 먼저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스포츠과학연구실장은 "운동 선수라도 경기 성적에만 집착하지 않고 어려서부터 인성교육을 우선하는 문화 속에서 자연스럽게 체득한 습관"이라며 "일본에서는 가정과 학교, 훈련장 등 어디서나 일관되게 이를 가르치고 생활화한다"고 말했다. 송 실장은 일본체육대학에서 공부하며 일본의 체육시스템과 선수 육성 방식을 지켜보고 연구한 전문가다.


학업 등 일과를 마치고 운동을 즐기는 일본의 체육시스템

학업 등 일과를 마치고 운동을 즐기는 일본의 체육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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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엘리트 체육은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 성적을 두고 일본과 자주 경쟁한다. 메달 순위가 역전됨에 따라 '엘리트 체육의 위기'가 거론되면서 일본이 운영하는 체육 시스템의 장점과 효율성을 비교한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과 지난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에 연달아 종합순위가 밀리자 어김없이 이러한 목소리가 정치권과 체육계 안팎에서 불거졌다. "생활체육에서 엘리트 체육으로의 회귀" "스포츠청의 설치와 운영" 등 경기력 향상에만 초점을 맞춘 '일본식 대책' 마련을 촉구한 것이다.


송 실장은 그러나 "국가 체육 시스템은 '생활체육으로의 전환'이나 '엘리트 체육으로의 회귀' 등 이분법적인 잣대로 장단점을 구분할 수 없다"며 "일본도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교육을 비롯해 엘리트와 생활체육이 조화를 이루면서 성장했다. 둘을 따로 떼어 들여다보는 것은 우리 체육계가 특정 입장의 설득력을 높이기 위해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일뿐"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합숙·운동부 없어도 효과는 쑥쑥= 일본의 체육시스템은 우리 정부가 제시한 엘리트 체육 혁신안의 참고 대상이다.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체육회를 분리 운영하면서 중·고등학교에 운동부를 두지 않고, 클럽 중심의 학교 체육 모델을 활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송 실장은 "(일본은)학업과 인성 등 사회 구성원으로서 필요한 덕목을 배우는 게 우선이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운동에 입문하고 전문 선수로 진출하는 일은 모두 선택에 달렸다"고 말했다.


학업 등 일과를 마치고 운동을 즐기는 일본의 체육시스템

학업 등 일과를 마치고 운동을 즐기는 일본의 체육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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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학벌을 강조하지만 이러한 문화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운동을 택하는 청소년이 많다. 한 사례로 메이지대 부속 중·고교의 경우 전교생 1970명 가운데 1353명(약 70%)이 19종목 동아리에서 운동을 한다. 이들은 매일 정규수업을 마친 뒤 2~3시간 체육활동을 즐긴다. 운동부 학생만을 대상으로 하는 대입전형(체육특기자 제도)은 없으며, 학생 선수라도 일반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학업 성적을 기준으로 대학에 진학한다.


유소년 가운데 일부 종목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엘리트 아카데미 제도는 있다. 다만 이들도 일반학생과 같이 공부하고 국제대회에 출전할 경우 가정교사를 배치하거나 리포트를 제출하며 학업 결손을 막는다. 국가대표가 되더라도 우리 진천선수촌과 같은 선수촌에서 훈련만을 목적으로 하는 장기 합숙은 지양한다. 일본 대표선수들은 대부분 자체적으로 훈련을 하고 경기단체의 요청에 따라 진행하는 합숙은 1회 7~10일 정도로 제한한다.


방과 후 스포츠 활동을 보장하는 문화가 형성돼 선수와 지도자의 저변이 넓고, 은퇴 이후의 진로를 선수와 학부모가 스스로 설계하기 때문에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선순환 구조로 맞물린다는 것이 송 실장의 견해다. 그는 "국내외 대회의 성적을 기반으로 진학과 입단, 포상 등 모든 혜택을 판가름하는 우리 엘리트 체육 체계에서는 선수와 지도자에 대한 인성은 물론 체육인에 대한 존중과 경쟁력을 기대하기가 갈수록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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