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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tests] 찰스 부코스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와 『창작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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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부코스키는 미군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하여 로스앤젤레스에서 성장했다. 아버지의 잦은 구타로 인한 고통을 덜기 위해 열세 살 때부터 술을 마셨다고 한다. 스무 살 전후로 엄청난 독서가였고, 오랫동안 하급 노동자로 일하며 미국 전역을 유랑했다. 심각한 궤양으로 죽음의 문턱에서 생환한 후인 서른다섯 살에 시를 쓰기 시작했다. 우체국 직원으로 일하면서 틈틈이 시와 칼럼을 잡지와 신문에 발표했다.


1969년 마흔아홉 살에 비로소 ‘블랙 스패로 프레스’의 제안을 받아 전업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일흔세 살의 나이에 백혈병으로 사망할 때까지, 평생 예순 권이 넘는 소설과 시집, 평론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시집은 사후 출판까지 포함하여 서른세 권에 이른다.

시인이 영향을 받은 선배 작가들 중에는 이백과 두보, 헨리 밀러, D. H. 로렌스, 도스토예프스키, 알베르 카뮈, 크누트 함순, 어니스트 헤밍웨이 등이 있으며, 대중문화에서는 영화감독 장뤼크 고다르, 마르코 페레리, 록밴드 ‘레드 핫 칠리 페퍼스’ 등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미국에서 그의 책들은 서점에서 가장 많이 도난당하고 있다고 한다.


『망할 놈의 예술을 한답시고』와 『창작 수업』은 시인이 노년에 마지막으로 출간한 대표작(THE LAST NIGHT OF THE EARTH POEMS)을 두 권으로 나누어 출간한 것이다. 죽음과 시간에 대한 고민이 많이 담겨 있고, 초기 시와 달리 사색적인 색채를 더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내뱉는 말들에 담긴 아픈 의미들을 끄집어내면서도 특유의 유머로 승화해 낸다.


부코스키 만년의 시는 가장 성숙한 시인의 모습을 보여준다. 노시인은 죽음 앞에서도 결코 지나온 삶을 미화하진 않는다. “하지만 나이는 /우리의 행적이다.”라면서 ‘노년’이라는 주제를 말랑하게만 다루고 있지 않다. 작가에게 죽음은 인간 보편의 경험이자 생명력에 힘을 부여하는 중요한 주제이기 때문이다. “거기 윗동네는 /진짜 멋진 /별천지. (…) 거기도 /여느 /사람들처럼 /먹고 /마시고 /죽음에 /봉사하는 게 /전부이긴 /하지만.”

가디언은 “위대한 시를 쓰는 것이 쉬워 보일 수 있다는 점, 이것이 부코스키의 뛰어난 재능”이라고 썼다. 또한 인디펜던트는 “야생마 같은 과도한 존재감을 표현하는 데 있어 한결같이 저널리즘의 무표정한 내러티브로 접근하는 방식이 바로 그의 시에 육중한 아이러니를 덧입힌다”고 평가했다.


작가의 창작 태도는 명확하다. 철저하게 일상의 삶에 뿌리박아야 한다는 신념, 그리고 그것은 알맹이 없는 형식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확신이다. 그래서 “능수능란한 글이지만 /형편없는 허술함, 부자연스러운 /구멍이 있”는 글을 경계한다, “수명을 재촉하는 원고”이므로.


“뜬구름 잡는 소리”는 “지나가는 풍경처럼 따분하고 지루”하다고 말하는 시인은 구체적인 에피소드에 자기 철학을 담는다.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보여준 작가의 강인한 생명력은 삶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긍정하는 힘에 있다. 그는 “우리의 이기심, 우리의 비통함에도 /삶은 아직 여기 있다.”고 긍정한다. 이것은 지옥 같은 기나긴 삶의 터널을 지나 성공한 작가가 내린 결론이다.


(찰스 부코스키 지음/황소연 옮김/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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