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과학을읽다]'물'도 많이 마시면 죽는다?

최종수정 2020.02.04 17:30 기사입력 2018.11.13 06:30

댓글쓰기

물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물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사망에 이를 수 있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물'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어떤 화합물을 사람이나 동물에게 투여했을 때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양을 '치사량(致死量, lethal dose)'이라고 합니다.
의약품의 경우 '용량'을 표시할 때는 무효량, 유효량, 상용량, 극량, 중독량, 치사량 등으로 표시합니다. 약물이 약리작용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일정량 이상의 용량을 필요로 하는데 이것을 유효량이라 하고, 약리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양을 무효량이라 합니다.

유효량 중에서 치료목적으로 통상 사용하는 양을 상용량이라고 하고, 유효량을 조금씩 늘리면 중독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것을 중독량이라고 합니다. 중독량 직전의 상용량의 최대량을 극량(極量)이라고 하는데, 극량은 상용량과 중독량의 경계량이기도 합니다. 극량을 넘어서면 중독을 거쳐 죽음에 이르게 하는 치사량이 되는 것입니다.

치사량을 초과해 먹거나 투여하면 구토·설사·두통·발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신부전증과 뇌 부종, 호흡 정지에 이르러 사망할 수 있습니다.
치사량을 나타낼 때는 보통 '반수 치사량(LD50, Lethal Dose for 50%)'이란 용어를 사용합니다. 반수 치사량이란 실험동물에 어떠한 물질을 투여했을 때 그 실험대상의 절반(50%)이 죽음에 이르게 되는 양을 의미합니다.

'최소치사량(MLD)', '100% 치사량(LD100)' 등의 용어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치사량을 나타낼 때는 'LD50'을 사용합니다. 실험대상의 50% 정도만 죽음에 이르러도 죽음에 대한 충분한 경고가 되기 때문 아닐까요? 치사량은 일반적으로 실험 동물을 이용해서 피부에 접촉시키거나 혈관에 투여해서 수치를 결정하는데 실험동물의 체중 1㎏에 대한 물질의 양으로 표기합니다.

독극물로 잘 알려져 있는 청산가리는 치사량이 0.2g/㎏, 복어독의 1만배에 달하는 독성을 지닌 신경독으로 '보톡스'로 널리 알려진 '보톨리눔 독소(botulinum toxin)'는 치사량은 약 1ng(나노그램, 1ng=10억분의 1g))/㎏ 이며, 복어독인 테트로도톡신은 300~500㎍(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라고 합니다.
보톡스는 복어독보다 1만배 독성이 강합니다. 적절한 양의 사용은 미용에 도움이 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보톡스는 복어독보다 1만배 독성이 강합니다. 적절한 양의 사용은 미용에 도움이 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먹거리인 물은 약 90㎖/㎏, 커피 등에 많이 함유된 카페인은 150~200㎎/㎏, 니코틴은 0.5~1.0㎎/㎏, 소금은 3g/㎏, 설탕은 30g/㎏ 등입니다.

체중 70㎏의 성인을 기준으로 치사량을 환산하면, 물은 6.3ℓ, 카페인은 10.5~14g, 니코틴은 0.035~0.070g이 됩니다. 6.3ℓ의 물을 한꺼번에 마시거나 카페인과 니코틴을 한꺼번에 이 정도 양을 흡입하면, 흡입한 사람의 절반은 사망한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그럴까요? 지난 200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물 마시기 대회 도중 세 아이의 엄마가 6ℓ의 물을 마시고 사망했습니다. 상품으로 걸린 오락기를 자녀들에게 선물하기 위해 무리해서 많은 물을 마시는 바람에 몸속의 전해질 균형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시중의 아메리카노 한잔에는 대략 90~190㎎의 카페인이 들었습니다. 카페인 중독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고자 한다면 100잔 정도의 커피를 마셔야 치사량에 도달하는 셈입니다. 과학적으로는 카페인 치사량 도달 이전에 물 치사량에 먼저 도달합니다. 커피 한잔의 부피가 0.2ℓ 정도라고 치면, 100잔을 마시면 20ℓ나 됩니다. 물 치사량의 무려 3배 이상을 더 마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사망한다면, 사인은 '물중독'이 될 것입니다.

스위스의 의사였던 필립스 파라켈수스는 "모든 물질에는 독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독'이 되는 것이지요. 보톡스는 물질 자체가 아주 위험한 독소이지만 적절한 양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미용약품으로 상용화된 것입니다. 중독의 선을 넘지 않는 적당한 양의 약품 사용과 음식의 섭취는 '약'이지만 지나치면 '독'이 됩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