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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경기불황' 경남 中企 아우성…위기 속 '돌파구'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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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주원 코텍 대표가 경남 사천에 위치한 공장에서 비행기 부품에 대한 표면처리 기술력과 글로벌 항공산업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최주원 코텍 대표가 경남 사천에 위치한 공장에서 비행기 부품에 대한 표면처리 기술력과 글로벌 항공산업 전망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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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사천·양산(경남)= 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경남지역 중소기업인들이 경기불황으로 인한 지역경제와 기업경영 환경 악화에 아우성이다. 정부에 대한 질책도 쏟아지고 있다. 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실효성 없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창원과 사천, 양산 등 경남지역에서 만난 중소기업인들의 표정은 어둡고 심각했다.
◆'외환위기' 때보다 기업경영 어려워= 지난 6일 창원의 한 음식점. 지역 중소기업인들이 교류 차원에서 모인 이 자리에서 손태호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 경남지회장은 "과거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 보다 제조업을 경영하기 더 어려운 상황"이라며 토로했다.

손 회장은 선박용 동파이프와 금속제품을 제조하는 동화티씨에이의 대표를 맡고 있다. 양산에 위치한 동화티씨에이는 3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강소기업이다. 하지만 손 회장이 체감하는 올해 지역경제 환경은 심각하다.

손 회장과 함께 모임에 참석한 신기수 대건테크 대표(중소기업융합경남연합회 회장)는 "주변에 있는 기업인들이 다들 어떻게 하면 사업을 접을까 생각하고 있다"며 지역경제의 침체된 분위기와 위기감을 나타냈다. 대건테크는 창원에 본사를 두고 산업용 기계장비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실제로 경남지역 경제와 기업경영 환경은 어려운 상황이다. 조선과 자동차 등 주력산업의 경기가 침체되면서 지역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조사한 경남지역 제조업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살펴보면 업황BSI가 하락세다. 경남지역 제조업은 지난해 7월 업황BSI가 56을 기록했지만 올해 7월에는 52로 떨어졌다.

코텍 공장 내부 모습.

코텍 공장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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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에 국내 전체 중소제조업의 업황BSI가 각각 72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경남지역이 크게 낮다. BSI가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인식하는 기업이 좋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다.

◆인건비 부담에 가격 경쟁력 추락= 지난 7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항공ㆍ방산 관련 표면처리 전문업체 코텍 본사. 최주원 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글로벌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우려했다. 최 대표는 "현재 최저시급 7530원과 비교했을 때 인도와 베트남, 말레이시아는 각각 우리나라의 11%, 15%, 18% 수준으로 임금에 차이가 난다"며 "우리나라는 항공산업이 임가공 형태인데 임금 차이 때문에 글로벌 물량이 이들 국가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저임금이 16.4% 올랐는데 우리 회사에는 10년 이상 일한 장인 기술자들이 많아 명목상 인건비만 오르는 게 아니다. 퇴직금도 바로 증가해 우리 입장에서는 40~50% 오르는 것이다. 항공산업은 원가와 인건비 싸움으로 변하고 있는데 지금 환경에서는 이미 국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항공산업 정책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최 대표는 "항공산업의 특성이 있는데 정부기관에서는 항공이나 자동차나 같은 기준으로 연구개발(R&D) 심사를 해 지원을 받기 어렵다"며 "특히 항공기 소재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미래 항공산업에 대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가야하는데 정부의 육성 지원정책이 미진하다"고 꼬집었다.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가 경남 창원 소재 본사에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3D 곡면 글라스 비연마 기술과 유리 열성형 장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정영화 대호테크 대표가 경남 창원 소재 본사에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3D 곡면 글라스 비연마 기술과 유리 열성형 장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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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경남지역 중소기업인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열심히 노력 중이다. 해외시장 개척과 신기술ㆍ제품 개발 등을 통해 희망을 찾는 것이다. 최주원 코텍 대표는 내년에 해외에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그는 "비행기와 부품ㆍ장비 등 글로벌 항공산업의 규모는 2014년 588조원에서 2023년까지 813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에 물량이 부족하면 해외시장을 개척하면서 먹거리를 확보하고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개척·기술개발로 돌파구 마련= 창원 소재 광학제조장비 전문기업인 대호테크. 이곳에서 만난 정영화 대표는 생산공장에 설치된 '양면 3D 곡면 유리 열성형' 장비들을 소개하면서 지속성장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 대표는 "우리가 개발한 장비들로 스마트폰 디스플레이를 기존 평면에서 곡면으로 디자인할 수 있게 됐고 스마트폰 갤럭시 엣지에 적용했다"며 "꾸준한 기술개발 등을 통해 앞으로는 자율주행자동차 디스플레이 부분에서 대형화되고 있는 곡면유리쪽에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1989년 설립돼 '상식의 제품보다는 상상의 작품을 만든다'는 사업 목표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 90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에서 해외 비중은 90%에 달한다. 지난해 7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한 글로벌 강소기업이다.

대호테크 생산라인에 설치된 유리 성형 장비들.

대호테크 생산라인에 설치된 유리 성형 장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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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3D 곡면 글라스 비연마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이 기술을 장비에 적용해 열 성형을 하면 유리 표면에 생기는 주름 및 성형자국 등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지적재산권은 특허와 디자인 등 총 57건에 달한다. 정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면서 아이디어와 연구개발, 지식전략 등에 의미를 많이 부여하고 있다"며 "광학,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개발에 투자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통계청의 전국사업체 자료 등에 따르면 경남지역은 전체 사업체 23만9000개 가운데 99.9%(23만8900개)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다. 전체 종사자 108만명 가운데 89.4%를 차지한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남지회 회장이자 창원에서 20년 넘게 강관ㆍ강판 등을 제조하는 신화철강의 정현숙 대표는 "(여러 어려움들이) 지나갈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지역 중소기업인들이 기업 경영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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