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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의 라이브리뷰]유스오케스트라, 클래식의 미래다

최종수정 2018.08.23 09:15 기사입력 2018.08.23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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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호 객원기자

한정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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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왜 오케스트라가 필요한가. 정명훈은 "클래식은 인류가 남긴 가장 훌륭한 유산인데 이걸 안 살리면 무엇을 살리나"고 반문한다. 한국 사회에 왜 오케스트라가 긴요하냐는 질문에는 "같이 모여서 싸우지만 말고 서로 듣는 훈련을 해야 한다. 그래서 오케스트라가 필요하다"고 답한다. 사회와 클래식이 건강하게 연관되기 위해 정책 입안자와 지휘자들이 일제히 주목하는 조직은 청소년 악단, 유스오케스트라(Youth Orchstra)다. 구성원은 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 기악 전공생을 대상으로 한다.

정명훈은 지난해부터 롯데문화재단과 함께 원 코리아 유스오케스트라를 운용하고, 지난 19일 런던 BBC 프롬스에 데뷔한 조성진의 반주 악단은 유럽연합(EU)의 후원을 받는 유럽연합 유스오케스트라(EUYO)다. 뉴욕 카네기홀은 2013년 미국 내셔널 유스오케스트라(NYO-USA)를 창단해 이달 초 첫 내한공연을 가졌다. 대구시도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주축으로 솔라시안 유스오케스트라를 창단해 일주일간의 연습 과정을 거쳐 지난 18일 창단 공연을 열었다.
청년 음악도들이 참여하는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삿포로 퍼시픽 뮤직 페스티벌은 오디션과 훈육을 통해 각각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연주회를 갖는 과정이 축제의 핵심 과제다. 손열음 감독의 평창 대관령 음악제도 세계 각지의 악단에서 활동하는 청년 음악가들과 캠프에 참가한 유망 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한데 어우러지는 장을 마련했다.

왜 2010년대 후반, 세계 음악계는 유스오케스트라에 주목하고 투자하는가. 흔히 문화 정책 입안자들과 저명 음악가들이 '클래식의 위기'를 담론하면서 관객 개발과 관련한 기술과 방향을 골몰했지만 과연 음악인이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하고 있는가에 대한 성찰은 부족했다. 오케스트라 안에서 청년 음악가들은 예술적 영감뿐 아니라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계기를 맞는다는 점에 여러 선배 지휘자들이 먼저 주목했다.

정명훈은 본인의 소리를 낮추고 주변의 사운드를 들으라고 했고, 틸슨 토머스는 본인의 10대 시절 오케스트라 경험을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순간으로 회고한다. 청소년 악단이라도 정해진 시간 약속과 예절을 지키지 않으면 조직에서 도태된다. 경쟁을 통해 수석과 부수석의 자리에 도전하고, 오디션 결과에 따른 악단의 자리 배치에 순응하며, 오케스트라 공연의 성공을 위해 각자 최선의 역량을 발휘한다. 연습에 몸이 아프더라도 책임감을 갖고 청소년들이 공연장으로 나선다. 공동체의 건전한 발전과 일맥상통하는 발전 로드맵이 유스오케스트라 운영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심지어 청소년 악단의 기량이 기성 오케스트라를 자극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았다.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1986년 창단한 구스타프 말러 청소년 오케스트라(Gustav Mahler Jugendorchester)에는 설립자를 만나기 위해 세계 각지의 유망주들이 한데 모였고, 2005년 부활절 시즌에 연주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알프스' 교향곡의 업적은 어지간한 유럽 프로 악단을 능가한다.

정명훈과 원코리아유스오케스트라(C) 롯데문화재단

정명훈과 원코리아유스오케스트라(C) 롯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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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청소년 축구 대회 우승팀의 기량을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권 팀에 견줄 수 없듯, 유스오케스트라 운동에 궁극적으로 바라는 점은 퍼포먼스의 질이 아니라 청년들이 유스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배운 바를 훗날 어떻게 사회에 환원하느냐에 달렸다. 외부에선 원 코리아 유스오케스트라 프로젝트에 지휘자의 명성을 투영해 비약적인 연주 성과를 바라지만, 재단은 리더십을 겸비한 전문 오케스트라 연주자 양성에 상당한 비중을 둔다.

대구콘서트하우스의 솔라시안 유스오케스트라는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이 적용된 사례다. 베네수엘라의 유소년 음악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가 배출한 지휘자 호세 루이스 고메스가 감독을 맡았고,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부악장 조윤진을 비롯해 10여 명의 악기별 교수진이 120여 명의 청년들을 지도했다.

보통 여름 축제의 악단 프로젝트에선 학생 수준이 충분히 올라오지 않아, 결국 교수들이 악기별 수석을 맡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런데 솔라시안 프로젝트는 인내심을 갖고 원칙을 지켰다. 교수진들은 가이드를 제시할 뿐 조직 운영은 음악도 자율에 맡겼다. 그러자 학생들이 규정된 시간을 넘기면서 앙상블 연습에 매진했다. 프로 악단도 리허설 시간에 늦으면 상조회를 통해 지각비를 걷는 경우가 잦은데, 연주의 질만큼 약속을 지키는 게 조직에서 중요하다는 점을 청년들은 오케스트라를 통해 배웠다.

언젠가부터 클래식의 위기를 이야기하면서 음악계는 이를 한 방에 해결할 위인을 갈구하는 양상이다. 파격적 해석을 이어가는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를 비롯해, 2000년대 초반에는 사이먼 래틀의 조수, 구스타보 두다멜이 주역이었다. 베네수엘라에서 두다멜을 육성한 엘 시스테마를 래틀과 다니엘 바렌보임이 '기적'으로 칭송했고, 그곳의 청소년악단, 시몬 볼리바르 오케스트라의 내한을 보면서 '클래식의 미래'로 꼽은 국내 정치인도 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 음악인들부터 유스오케스트라 육성의 명분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데 유의해야 한다는 자성이 이어진다. 고국을 떠난 피아니스트 가브리엘라 몬테로는 한때 친구였던 두다멜을 향해 차베스 정권의 폭력성을 위장하는 데 유스오케스트라 활동이 쓰이는 점을 공개 경고한다. 한국을 포함해 엘 시스테마를 벤치마킹하겠다는 경쟁적 열기도 수그러들었다.

단순히 음악을 가르치고 예술 육성의 정책 대상으로 청년 음악가를 가둔다면 앞으로도 유스오케스트라를 지원하는 측의 선의만을 믿고 무임승차하는 광경이 뻔하다. 지휘자는 사라져도 오케스트라와 지방자치체는 남는다. 최유준 음악평론가의 지적처럼 "'내 아들'을 들먹이기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음악을 생각하는 것이 미래의 조성진을 위해서도 더 중요한 일"이란 점에 주목할 때다. 유스오케스트라 지원의 공적 명분은 올바른 미래 시민을 양성하려는 담세자의 집단 의지와 닿아있다.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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