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러하다보니, 특히 한적한 곳에선 앞 사람과 일부러 거리를 두거나 먼저 지나쳐 걷기도 한다. 과민반응이라거나 겁 많은 성격 탓을 하다가도 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묻지마 폭행 범죄 소식을 접하게 되면 조심해서 나쁠 것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인천의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던 20대 여성은 지난 1월 40대 남성이 휘두른 둔기에 머리를 크게 다쳤다. 두개골과 손가락이 부러진 피해 여성은 사고 후 3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피해자가 자신을 경멸하는 듯이 쳐다봤다는 게 범행 이유였다.
지난 달 경북 포항에서는 20대 여성이 70대 할머니의 등을 칼로 찌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둘은 일면식도 없는 관계였다. 같은 달 역시 포항에서는 약국으로 뛰어든 40대 남성이 30대 여성 직원을 칼로 찌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약사와 함께 변을 당한 이 여성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으나 며칠 뒤 숨졌다. 경찰 조사 결과 피의자 남성은 정신과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었다.
연간 50건 정도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불특정 다수에 대한 분노로 표출된다. 묻지마 범죄의 70%가 살인과 상해 등 강력범죄라는 게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통계다. 언제, 어느 때, 어디에서 발생할 지 알 수 없다(물론 공공장소에서 많이 일어난다)는 게 묻지마 범죄의 특징이다.
법조계에선 '강력한 처벌'을 해법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경미한 폭행 등 묻지마 범죄자의 전조 증상에 대한 강력한 대응과 전과가 있는 정신질환자의 사후 치료까지 관리하는 의료관찰제 도입이 강조되기도 하지만 실현은 요원하기만 하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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