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우리나라 대학생 절반은 청년의 최대 성공 요인을 '부모의 재력'으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개인 능력만으론 성공하기 힘들고 '개천에서 용 나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한국 청년층의 좌절감이 드러난다. 반면 중국과 일본 대학생은 '재능'을, 미국 대학생들은 '노력'을 성공 요인 1순위로 꼽았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KDI 겸임연구위원)는 지난해 한국ㆍ중국ㆍ일본ㆍ미국 4개국 대학생 각 1000명씩, 총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의 성공요인에 관한 인식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이들 국가에서 청년들이 성공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을 재능, 외모, 성격, 노력, 부모의 재력, 인맥, 우연한 행운 중에 3순위까지 고르게 했다.
해외 대학생들은 개인의 재능이나 노력 여하에 따라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중국 대학생의 45.3%, 일본 대학생의 35.4%가 가장 큰 성공 요인으로 '재능'을 꼽았다. 미국 대학생의 23.4%는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성공 요인 1순위로 부모의 재력을 꼽은 일본 대학생은 6.7%에 그쳤다. 중국과 미국 대학생들도 12% 정도만이 부모의 재력을 가장 큰 성공요인로 생각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중반부터 소득분배 개선 추세가 멈추고 양극화 조짐이 나타났다"며 "노동시장은 대기업ㆍ중소기업 간 격차, 정규직ㆍ비정규직 간 격차가 커져 이중구조가 심화됐고 사회 초년부터 고용이 불안정한 '미생'들이 늘어났다"고 진단했다.
삼성 등 세습형 재벌기업이 많은 경제 환경도 이러한 인식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2015년 자산 10억달러 이상의 전 세계 억만장자 1826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한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세습형 부자가 많았다. 억만장자 중 자수성가형 부자가 아닌 상속형 부자의 비율은 한국이 74.1%로 미국 28.9%, 일본 18.5%, 중국 2%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최근 공공기관,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가 잇따라 터지면서 취업준비생들을 또 한번 좌절하게 만들고 있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국제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 지위가 하위 35%인 이른바 '흙수저' 학생 중 학업 성취도가 높은 학생의 비율은 9년 새 16%포인트 급락했다.
개인의 능력만으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청년들의 인식은 최근 '가상통화 광풍' 현상과도 무관치 않다. 한국 거래소의 가상통화 시장은 '김치 프리미엄'이 붙을 정도로 높은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김 교수는 "가상통화 투자자의 60%는 20~30대였을 정도로 컴퓨터에 익숙하고 다른 희망은 없는 청년층 일부에게 잠시나마 꿈을 꾸게 했다"고 말했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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