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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송구영신 편지]같이의 가치! 가치를 같이!

최종수정 2017.01.01 03:00 기사입력 2016.12.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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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촛불은 무엇이었는가, 새해 슬로건은 그 가치를 공유하는 것에서 시작하면 어떨지요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한 해 동안 우린 많이 피폐해졌습니다. 초유의 불황에 정치의 무능, 사회의 갈등에 스스로에 대한 깊은 자괴감과 자학까지. 탄식과 냉소가 판을 쳤습니다. 아직도 이 불확실과 불안의 찬 안개들은 걷히지 않았고 전망은 보이지 않습니다. 사랑과 열정은 재처럼 식었고 분노와 절망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시간의 끝과 시작의 자리에 섰습니다.

어떤 이들은 촛불을 서둘러 지우고자 하지만, 우린 시련 속에서 가녀린 희망을 함께 돋우는 법을 촛불로부터 배운 것 같습니다. 하나라면 주변의 어둠을 떨쳐내기에도 힘겨운 촛불. 그것이 1백만, 혹은 2백만이 모였을 때 얼마나 환한 빛이 되는지 그 기적을 문득 본 것 같습니다. 촛불은 어둠 속에 익명으로 숨은 자신의 얼굴을 비췄고, 그 얼굴의 표정을 비췄고, 한 삶의 정치적 주체들을 또렷이 드러나게 하였습니다. 감추고자 하는 이들은, 입들을 닫고 눈알에 힘을 주며 역사가 되어야할 진실을 자신의 컴컴한 뱃속으로 가라앉히려 하지만, 그것이 언제까지 그 어둠을 유지할 수 있겠느냐고, 깜박이는 촛불 하나와 하나가 묻고 있었습니다.
[빈섬의 송구영신 편지]같이의 가치! 가치를 같이!


2016년은 가장 힘겨운 시절 속에서 '같이의 가치'를 깨닫게 된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무엇인가를 같이 해낸다는 것, 무엇을 향해 같은 마음이 된다는 것, 같은 방식으로 분노하고 같은 방식으로 기뻐한다는 것. 이것이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배운 광장의 교과서였습니다. 이 마음이면, 무엇이든 못할 게 없겠다 싶은 자신감을 얻은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이리된 것, 우리가 벼랑까지 내몰린 것. 그것을 돌아보니, 사익과 사욕과 삿된 권력과 삿되게 새끼친 권력들이 지어낸 아수라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저 혼자 누리고 저 혼자 잘 났고 저 저 혼자 채우기에 급급한 이들이 이 나라를 이리 망쳐놨던 게 아닐지요. 더디게 가고 조금 모자라게 가더라도, 같이 가자는 것. 정직하고 따뜻하게 서로 나누며 세상의 온기를 높여가자는 것. 그건 어쩌면 우리가 처음 시작하던 날들의 다짐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니 그 마음으로 다시 돌아가면 되는 게 아닐지요.

제가 일하는 디지털뉴스시장도, 춥고 어둡고 막막한 게 사실입니다. 의욕이 넘친 많은 리더들이, 빼어난 식견과 힘찬 결단으로 새로운 지평을 만들어내겠다고 달려들었지요. 하지만 새롭게 벌인 일들은 반짝 소문은 낼 수 있었지만 오래 각광을 받기는 힘들었습니다. 요란하지만 결실은 없는 '빈수레 시장'이라는 탄식도 나옵니다. 지금 새로운 어둠 속에서, 우리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여는 작은 촛불들부터 켜보기로 합니다. 작은 창의와 작은 끼, 작은 수다와 작은 열정을 모아, 그 힘으로 큰 빛을 만들어내보자. 우리가 배운 촛불의 가치 즉 '같이의 힘'을, 여기에 적용해보자고 생각하는 겁니다. 말의 길을 열고 마음의 문을 열어, 서로 둘러앉아 낄낄거리며 문제의 중심을 향해 생각의 폭풍(브레인스토밍)을 만들어내보자는 합심입니다.
[빈섬의 송구영신 편지]같이의 가치! 가치를 같이!


이제 해가 바뀌면, 우린 '같이의 가치'를 우리 삶의 실질적인 형태로 만들어나가는 일을 할 것입니다. 그것이 '가치를 같이'라는 슬로건입니다. 서로에게 저마다 가치있는 일을 향해 나아가는 겁니다. 가치를 같이 생산하고 가치를 같이 고민하며 가치를 같이 누리고 번창시키는 것입니다. 사람의 가치, 일의 가치, 문화의 가치, 시장의 가치, 개개의 삶의 가치, 개성의 가치. 역사적 가치. 이런 다채로운 가치를 공유하고 서로 나누며 더불어 키워가는 것입니다. 일을 잘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일을 즐기는 것이며, 경제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남보다 우월하게 사는 가치보다 스스로의 만족감과 성취감을 느끼는 삶의 가치를 더 귀하게 여기는 것입니다. 가치를 같이 하기 위해서는 '남의 가치'에 대해 들여다볼 줄 알고, '남의 가치'를 존중하며, '남의 가치'와 '자신의 가치'를 함께 돋우는 배려와 관심과 소통이 필요할 것입니다.

가치를 함께 하지 못했던 것의 비극, 지나간 해의 슬픔에 대해선 굳이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새롭고 긍정적이며 따뜻한 가치를 함께 만들어내는 2017년 깊은 새벽. 정적을 깨는 한 오라기의 닭울음이 터져나옵니다. 저 빛과도 같은 희망 한 줄기. 2017년의 '새로운 가치'를 함께 나누라는 시간의 정언명령이 아닐지요. 어렵고 힘겨울수록 희망은 단단해지지 않을지요. 마음 속에 돋운 촛불을 어찌 바깥의 일시적인 바람이 끌 수 있겠습니까.

[빈섬의 송구영신 편지]같이의 가치! 가치를 같이!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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