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22일 첫 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본격화되는 가운데 심판의 속도를 좌우할 절차진행 방식이 어느 쪽으로 정해질 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와 관련, 헌재 관계자는 "당사자 중 어느 쪽이든 심판 절차와 관련한 주장을 한다면 재판부는 타당성을 검토해 판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준용하라는 것을 반드시 그렇게 하라는 뜻으로 단정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현행 헌재법 제40조는 탄핵심판이 형사소송법을 준용해 진행되도록 정한다. 헌재법은 동시에 '심판절차에 관해 특별한 규정이 없다면 재판의 성질에 반하지 않는 한도에서 민사소송법을 준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형사재판에서 특정 증거를 법원이 채택하게 하느냐를 두고 검사와 피고인이 수 시간, 심지어 수 일을 들여 다투거나 서로의 주장을 허물기 위해 사안별로 증인 신문을 진행하는 게 이런 맥락이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서는 최순실씨의 태블릿PC,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이나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통화녹음 파일 등의 증거채택에 박 대통령 측이 부동의해 관련 당사자들을 모두 불러 신문하는 식으로 입증 또는 반박하는 장면을 가정해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의견서를 통해 소추사유 전체를 부정한 터라 형사소송법의 원칙에 따른다면 심리는 상당히 길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관련자가 수 십명 규모라는 점을 감안하면 심판 기간과 관련한 훈시규정인 180일로도 부족할 것이란 관측까지 제기된다.
민사소송법을 준용하거나 혼용하면 이런 절차가 획기적으로 단축될 수 있다. 민사소송에서는 특별히 부실하거나 조작된 흔적이 없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증거로서의 능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준비기일에서 심판 절차와 관련한 당사자의 주장이 제기될 경우 헌재는 준비절차를 담당하는 수명재판관들을 통해 판단을 내리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수명재판관은 헌재소장의 명을 받아 특정 소송행위를 전담하는 재판관을 말한다. 탄핵심판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 이정미ㆍ이진성 재판관이 준비절차 수명재판관으로 지정됐다.
한편 헌재는 준비기일의 성과나 진행 상황 등을 고려해 이르면 다음달에 첫 변론기일을 열고 이후 집중심리 방식으로 심판을 이끌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헌재 관계자는 "준비기일을 통해 양 당사자가 각종 절차적 사안에 관한 합의를 원만하게 이끌어낸다면 당장 다음달부터 변론기일을 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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