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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자들]아시아경제에서 인턴기자로 산다는 것

최종수정 2016.12.21 14:24 기사입력 2016.12.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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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디지털 뉴스 파트를 맡으면서, 많은 인턴들을 만난다. ‘만난다’는 말에는 그들을 받아들이고 그들과 생활하고 그들을 내보내고 그들을 기억하는 전과정이 포함되어 있다. 그들에게 붙는 인턴이라는 표현은 경쟁이 치열해진 취업 시장에서 꼭 필요하게 된 현장경험과 스펙을 쌓기 위해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파격적인 저임을 감수하며 일하는 근로자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영화 ‘인턴’에는 경륜 있는 퇴직자인 고령인턴이 나와 감동을 주지만, 한국 사회에서 많은 인턴들은 대학이나 대학원에 재학중이거나 졸업한 뒤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 친구들이다. 아시아경제는 늘어난 다양한 뉴스수요(특히 디지털 쪽)에 대응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인턴기자를 뽑아 취재와 편집현장에서 일하도록 하고 있다.

[내부자들]아시아경제에서 인턴기자로 산다는 것


인턴기자를 보는 시선은 이중적이라 할 수 있다. 비교적 채용절차가 간결하고(서류심사와 면접만으로 이뤄진다) 일하는 기간도 현재로선 6개월을 대체로 넘지 않는다. 대학생활을 하고 있거나 아직 신문사 현장경험이 부족한 새내기 중의 새내기인지라 업무 능력이나 이해도가 미숙할 수 밖에 없다. 신문사로 보자면 가장 젊은 인력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들을 보는 시선에는 풋내기와 뜨내기라는 선입견이 생기기 쉬운 것도 사실이다. 단기 고용 형태인지라, 조직에 대한 로열티를 기대하기도 어렵고 경력쌓기용의 취업인지라 전력투구를 요구하기도 민망하다. 이런 시선들은 대개 그들을 훑어보는 쪽의 입장인지도 모른다.

그들과 함께 생활하며 그 짧은 기간 속에서 일어나는 그들의 성장을 발견하며 그들의 희로애락과 개성과 의욕들 그리고 다채로운 인간미를 만나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자연스럽게 다른 시선이 생기는 것 같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는 나태주 시인의 풀꽃철학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그 눈부신 청춘을 지근거리에서 살피는 일은 자주 감동을 준다. 인턴기자로 입사한 청년들 상당수는 언론인 지망생들이며, 곧 어디선가 이 나라 언론의 크고작은 일익을 담당하고 있을 ‘예비 기자’들이다. 그들이 아시아경제에서 일하는 시간은 짧지만, 한 사람의 삶으로 보자면 첫사랑처럼 오래 기억되는 세상경험일지 모른다. 만남이 짧아도 볼 것은 다 보며, 보일 것은 다 보인다. 뭔가를 해내고 싶은 넘치는 열정도 보이고, 자기 이름에 대한 책임감도 보이며, 모자라는 점에 대한 반성과 자책도 때론 격렬하다.
작년 언제쯤인가 고민 끝에, 인턴기자 실명제를 도입했다. 아직 그 이름으로 기사를 내놓기에는 불안한 감이 없지 않지만, 익명 뒤에 숨는다고 그 불안을 더는 보험이 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기 이름으로 기사를 쓰는 일이야 말로 ‘기자(記者)’라는 말의 원뜻과도 걸맞지 않은가. 책임감도 그 이름에서 생기고, 성실함도 그 이름에서 생기고, 또한 자부심도 그 이름에서 생긴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기사 앞뒤로 자기 이름을 쓰게된 뒤, 인턴들의 파이팅이 높아졌다고 감히 자부한다. 인턴이라고 얕잡는 댓글이 자주 달리지만, 그걸 개의하지 말라고 당부해왔다. 이름은 늘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무엇이다. ‘###인가 하는 인턴’이라는 표현을 신문사 내의 사람들이 쓰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그가 최근 쓴 기사가 몇 꼭지인데, 아직도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대충 부르며 호명한다 말인가. 잠깐 보고 자주 바뀌는 인력인지라 어쩔 수 없는 현실임을 알면서도, 뭔가 낮춰보는 듯한 태도가 마뜩지 않은 것이다.

최근 조직개편 이후 디지털 뉴스 조직이 집결했는데, 그러다 보니 인턴과의 심적 거리가 조금 멀어지는 느낌이 있어서 얼마전까지 시행하다가 그친 ‘퇴근레터’를 부활했다. 근무가 끝나기 직전에 그날의 소회와 다양한 생각들을 일정한 격식 없이 부서장인 선배에게 메신저로 보내는 일이다. 그 많은 쪽지들을 천천히 곱씹으며 읽는 일은, 나의 중요한 일들 중의 하나다. 그 속에는 그들의 눈에서만 보일 수 있는 발견과 착안이 있으며, 조직내 심각한 문제에 대한 통증도 있고 청년세대로서의 생생한 현재적 심경이 있기도 하다. 스스로에 대한 통렬한 반성도 있고 나날의 좌절과 성취에 대한 깨알같은 고백도 있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보내는 그 편지들은, 내가 이 자리에서 무슨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자주 돌아보게 한다.

근무를 ‘완료’하고 떠나간 인턴들이 꽤 자주, 전직장이 된 이곳으로 놀러와 근황을 전해주며 반가움에 깔깔거리기도 한다. 전직인턴들끼리 근처에서 만나 간단한 회식을 하기도 한다. 그들에겐 미우나 고우나 이곳이 하나의 의미있고 인상적인 ‘둥지’였다는 걸 웅변하는 일이다. 사무실 내 데스크탑 모니터에는 몇 달 전 퇴직한 한 인턴이 작은 초콜렛과 함께 남기고간 작은 메모지 하나가 붙어있다. 하트 마크가 여럿 달려있는 그 편지에는, 한 청년의 가장 중요했던 시간이 기입되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아시아경제에서 인턴기자를 한다는 일이, 참 괜찮은 생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도록 해주고 싶다. 봄날 흙을 떠밀며 올라오는 풀꽃의 힘처럼, 인턴과 함께 쥐고 올라오는 아메리카노 한 잔의 점심 뒤풀이의 유쾌함이 아시아경제를 들어올리는 의미있는 저력임을 나는 믿는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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