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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국민들의 노후자금 어디로 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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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석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맹수석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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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헌정유린사건으로 분노의 늪에 빠져 있는 와중에,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한 것을 두고 비판적인 여론이 비등하다. 불공정한 합병 비율인데도 합병에 찬성함으로써 국민연금공단이 적게는 3000억원에서 많게는 6000억원이 넘는 손해를 보았다는 주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해 6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는 과정에서 합병을 찬성하는 쪽과 반대하는 쪽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던 시점에, 7월 17일 개최된 합병결의 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공단이 찬성함으로써 9월 1일자로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흡수합병한 사건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이 투자원칙에 따르지 않고 의결권을 행사했다는 점이다. 합병결의 당시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합병 반대 세력의 결집에 나서면서 삼성이 상당한 궁지에 몰렸는데,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 비율(1:0.35)의 불공정을 이유로 한 극심한 반대 여론에도 국민연금공단이 합병에 찬성한 것이다. 특히 자문업체 4곳이 모두 '합병 반대'를 주장했을 뿐만 아니라 의결권 행사의 전문성 강화 및 독립성 확보를 위해 설치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도 소집하지 않은 채, 국민연금공단이 내부 기구인 투자위원회 결정만으로 국민적 관심사에 대한 의사 결정을 했다.

당시 청와대와 장관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증언이 나왔을 뿐만 아니라, 최근 판결문에는 삼성그룹의 주가 개입 정황까지 드러나 있어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의 찬성 직후 삼성이 최순실 일가에게 특혜 지원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는데, 결과적으로 국민연금이 큰 손실을 떠안으면서도 의결권 행사 절차까지 지키지 않아 여러 의혹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민연금은 가입자가 퇴직이나 질병 등으로 소득원을 잃었을 경우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현재 2200여만 명이 가입하고 있다고 하니, 소득이 있는 우리 국민 대부분이 그 구성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국민연금공단이 수급권 보호에 충실하지 못할 때 우리 국민들의 노후자금에 큰 차질이 생기게 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삼성총수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의혹을 낳은 사건이다. 삼성총수 일가가 제일모직에 유리하고 삼성물산에 불리한 비율로 합병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다른 계열사들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 사실상의 삼성지주회사를 만들어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은 재벌의 내부적 문제로 국한할 일이 아니다.

연금기금 규모가 540조원이 넘는 세계 3위권의 국민연금공단이 어떻게 이렇게 허술할 수 있는지 믿기지 않는다. 권력과 사리사욕에 취해있던 관련자들에게 '국민의 노후생명줄'은 안중에 없었던 모양이다. 사법 당국은 국민연금공단의 합병 찬성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범죄 사실이 드러날 때에는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향후 이러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각종 연기금의 자산운용원칙을 정립해야 한다. 2010년 영국에서 처음 적용한 이른바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 즉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을 조속히 채택해 기관투자자의 책임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회의 법적 지위의 명확화 및 임원 선임절차의 투명성 강화 등 지배구조개선과 함께, 기금운용위원회나 투자위원회의 회의록도 공개하도록 관련 법제도의 정비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맹수석 한국금융소비자학회장·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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