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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눈]가는 자와 남는 자의 결탁, ‘박근혜-친박 시나리오’ 짜고 있다

최종수정 2016.12.21 14:24 기사입력 2016.12.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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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가 내놓은 내년 4월 퇴진-6월 대선 '복합 노림수'…친박 작전지령과 비박 공생공간 찾기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


나흘간에 벌어진 네 개의 사건이 있습니다.

11월28일 친박 핵심들이 대통령에게 ‘질서있고 명예로운 퇴진’을 건의했다.
11월29일 박근혜 대통령은 사전예고 없었던 3차 대국민담화문을 발표했다.
12월1일 대통령은 청와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다.
12월1일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과 대선의 로드맵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사건들은 우연히 이어진 것일까요. 그렇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한번 들여다보겠습니다.

[뉴스의눈]가는 자와 남는 자의 결탁, ‘박근혜-친박 시나리오’ 짜고 있다
1. 친박 핵심의 ‘명퇴’ 건의

서청원, 정갑윤, 최경환, 홍문종, 유기준, 정우택, 윤상현, 조원진 의원등 새누리당 친박계 8인은 서울 마포의 식당에서 28일 만났죠. 이들은 “이대로 간다면 국회에서 탄핵될 수 밖에 없는데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도 스스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입을 맞춘 뒤 청와대 허원제 정무수석에게 전화를 합니다. 친박계 단일안으로 ‘대통령의 질서있는 퇴진’을 건의했다고 볼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전날인 27일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 원로 20명이 박대통령에게 내년 4월까지 질서있는 퇴진론에 입각해 하야할 것을 제안한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합니다. 즉 원로들이 ‘질서있는 퇴진’이란 형식과 ‘내년 4월’이란 시한을 제시했고, 친박 핵심들은 그것을 ‘정치적인 행위’로 풀어낸 것입니다. 친박들은 그러나 시한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다만 탄핵을 피하는 것이 대통령과 여당에 유리하다는 공동이익에 대해서는 합의를 본 셈이었죠.

친박들의 ‘대통령 퇴진 건의’를 보고, 언론은 새누리당의 골수 친박들이 마침내 대통령을 ‘포기’하기 시작했다고 해석했고 여당이 드디어 궤멸의 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더 이상 회복불능의 만신창이가 되자, 충성을 거둬들이는 정치적 실리주의의 냉혹과 비정을 개탄하는 쪽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친박들의 회동과 건의는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움직임이었다고 봐야 합니다. 즉 원로들의 건의에 편승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대통령의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주는데 최대한 조력하겠다는 사인을 보낸 것입니다. 그들이 보낸 신호의 핵심은, ‘탄핵’으로 식물대통령화 하는 사태를 일단 막고 국회라는 ‘논쟁 공간’에서 충분한 시간을 벌어줌으로써 친박을 중심으로 한 여당의 정치적 재기 여지를 모색하겠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2.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문

박대통령으로선 상당히 극적인 선언이었을 ‘저는...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라는 말을 담화문에 포함시켰죠. 그런데 ‘말줄임표(...)’ 안에 들어있는 것이, 친박들의 윙크에 화답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살펴보겠습니다.

“저는 제 대통령직 임기 단축을 포함한 진퇴 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는 말은, 당연히 야당의 의지에 맡기겠다는 말이 아닙니다. 그런 의미였다면 그냥 ‘지금(혹은 **까지) 물러나겠다’고 발표했을 것입니다. 이때 국회의 결정은, 전날 자신에게 건의했던 친박 골수들의 ‘투쟁 결과’로서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죠. 즉 탄핵을 막아달라는 것, 그리고 충분히 시간을 확보하여 지금의 여론을 누그러뜨리고 최소한 퇴진 과정과 그 이후에 자신을 엄호해줄 수 있는 친박계 중심의 여당이 생존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해달라는 것. 그러니까 친박의 ‘건의’에 대한 발빠른 응답이었습니다.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말은, 자신의 퇴진과 대선 사이의 기간을 암시한 말입니다. 이미 원로들이 4월 퇴진을 얘기했으니, 대선 시기는 너무 늦게 잡지 말고 당기는 것이 좋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자신이 물러나면서 보일 수 있을 ‘동정의 역풍’을 기대했을 수도 있고, 공백이 길어지면 대통령이 중도하차한 집권당의 궤멸이 불가피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고려했을 수 있습니다.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라는 말은, 야당이 현재 공조와 연대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서로 근본적인 이견을 지닌 정당이라는 점과 정치적 노림수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일사불란한 의견통일을 기하기 어려울 것이며, 새누리당의 복잡한 역학 관계 또한 ‘논의’의 지지부진을 부를 수 밖에 없다는 근본적 약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팁일 것입니다.

3. 박대통령의 서문시장 방문

박대통령의 핵심적 지역기반인 대구, 그 중에서도 친박1번지라고 할 수 있는 ‘서문시장’의 갑작스런 화재는, 이미 정치적 축대를 잃어버린 그에게는 또 하나의 상징적인 치명상 같이 느껴졌을 것입니다. 화재는 우연이지만, 그 화재 현장을 찾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주위의 만류에도 굳이 대구까지 내려가 이 시장을 찾은 것은, 그간 자신을 믿어주고 밀어준 사람들의 불행한 사태를 외면할 수 없었다는 그 ‘말’에도 이유가 담겨있겠지만, 그보다는 자신이 아직도 죽지 않았다는 환기를 시키는 효과를 겨냥했을 것입니다.

담화문 발표 이후 더 강경해진 여론을 보면서 흔들릴 수 있는 친박들에게, 담화문의 행간에 담긴 ‘정치적 작전수행 지시문’을 흔들림없이 수행하라는 눈짓을 보낸 건 아닐까요. 서문시장은 곧 ‘친박’이며, 새까맣게 타버린 그곳을 찾아나선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내 할 일을 하며 책임을 질테니, 다만 나의 명예를 지키는데 힘을 기울여달라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4. 새누리당 퇴진-대선 로드맵 결정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가장 합리적인 일정”이라며 내년 4월 30일 시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 6월 조기 대통령 선거를 제시하고 “당 소속 의원 전원이 만장일치 박수를 통해 당론으로 채택했다”고 밝힙니다.

4월 퇴진론은 이미 친박이 공유하던 지점이고, 두 달의 텀을 둔 대선은,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대통령 담화문의 당부를 담은 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총의 이런 결정에는, 친박의 의견을 ‘추인’한 비박들의 태도전환이 중요한 역학으로 작동했을 것입니다. 대체 비박은 왜 이런 의견에 박수를 쳐준 것일까요.

비박들은, 박근혜라는 지붕이 무너졌다 해도 여당이라는 둥지를 벗을 생각을 지니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선택이 부를 리스크가 작지 않기 때문입니다. 비박이 탄핵에 동조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을 옥죄면서 함께 친박의 입지를 없애버려 여당의 주류 자리를 제대로 차지하겠다는 정략적 계산도 깔려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당이 궤멸되는 것은, 쪽박을 깨는 결과일 것입니다. 굳이 탄핵을 하지 않더라도, 4월 대통령 퇴진이 확정 되면, 비박이 뭔가 해낼 여지가 있어 보입니다.

앞으로 5개월 동안, 아주 제한적으로 대통령이 움직이는 동안 여당의 프리미엄을 활용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자신들이 잡아갈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죠. 야당에서 뽑은 총리가 등장해 국정을 수행하는 상황보다는 낫기 때문입니다. 거기다가 친박들 또한 조기퇴진이 예고된 대통령을 발판으로 삼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기에, 비박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여당 구상이 가능해진다고 볼 수 있겠죠. 물론 지금 비주류가 ‘탄핵’이라는 카드를 놔버리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는 이견과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친박들이 5개월 동안 새로운 ‘교란’카드를 내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진 합의 또한 5개월이란 긴 시간동안 제대로 지켜질지 문제입니다.

즉 퇴진 이후의 ‘공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퇴진 이전의 ‘공백’ 동안에 벌어질 정치 투쟁이 예측불가능한 변수를 낳을 가능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죠.

내일 있을 촛불시위는, 이제 대통령의 문제와 국회의 문제를 함께 따져야 하는 복잡한 내면을 지니게 됐습니다. ‘퇴진 시위’가 아니라, ‘퇴진 일정’에 관한 요구와 ‘탄핵 문제’에 관한 요구를 함께 내놔야 할 것 같습니다. 야3당이 오늘 발의한 ‘탄핵안’은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것이지만, 이미 흔들리고 있는 비박 때문에 쉽게 성사를 예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가는 자’는 이왕 떠나는 것이면 좀 더 모양새 있는 형식으로 정치적 보험도 들어놓고 떠나길 원합니다. ‘남는 자’는, 보낼 사람은 보내더라도 자신의 기반은 지키기를 원하며 대통령의 퇴진이라는 극적인 요소를 어떻게든 활용하여 정치적 입지를 넓히기를 원합니다. 친박은 살아남고 싶고, 비박은 여당으로 남고 싶을 것입니다. 가는 자와 남는 자들이 눈짓으로 나눈 이익의 결탁. 그것이 향후 정국을 움직이는 숨은 힘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민심은 이제 ‘분노’를 넘어, 그들의 ‘생존의 술수’들을 읽어야할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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