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충훈 기자]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겨드랑이나 옆구리를 간지럽히면 대부분 웃게 된다. "제발 그만 해"라고 거절 의사를 밝히면서도 터져 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런데 왜 간지럼을 태우면 웃음이 나오는걸까?
최근 독일 훔볼트 대학의 신경과학자 이시야마 심페이 교수 연구팀이 간지럼과 웃음의 관계를 파헤친 논문을 과학 저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연구팀은 '왜 간지럼을 태우면 웃는가?', '왜 등 부분은 간지럼에 강한가?', '본인 스스로 간지럼을 태우면 왜 간지럽지 않은가?' 등에 대해 연구했다.
그 결과 인간이 간지럽히면 큭큭 소리를 내며 웃는 것처럼 쥐도 간지럼을 태우면 초음파로 찍찍거리는 소리(USV)를 낸다는 것을 밝혀냈다. (참고로 쥐의 웃음소리는 50kHz의 초음파로 인간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다)
연구팀이 쥐의 배 부분을 간지럽히니 쥐의 USV가 증가했고, 간지럼 태우기를 중단한 이후에도 간지럽히는 손을 따라다니거나 펄쩍펄쩍 뛰는 등 기분이 좋을 때의 행동을 보였다.
연구팀은 USV와 신경 세포 흥분과의 상관성을 알아보기 위해 체성 감각 피질(몸의 감각에 반응하는 뇌의 한 부분)에 서로 다른 깊이로 전극들을 삽입하고 펄스 자극을 주었다.
그 결과 L5a라는 층의 신경을 자극했을 때 USV를 100 % 유도 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쥐의 배를 간지럽히면 L5a 층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신경이 흥분되기 시작하고 웃음을 유도하게 된다는 의미다.
중요한 건 이같은 반응이 쥐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불안하고 우울한 사람은 아무리 간지럼을 태워도 좀처럼 웃지 않는다. 이와 마찬가지로 쥐 역시 강한 빛에 노출시켜 불안케 했더니 간지럼을 태워도 소리를 내지 않고 신경 세포도 흥분하지 않았다.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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