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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눈]'만사순실통'인 세상에서, 감히 최순실을 거부한 두 남자는

최종수정 2016.12.15 16:32 기사입력 2016.1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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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시청 감독직' 제안받고 거절한 빙상 김동성, "딸의 남자 떼달라"요구 받은 조폭간부…


최순실을 거절한 두 남자의 사건을 통해 국정농단 세력이 얼마나 우리사회 곳곳에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해왔는지 많은 지점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최순실을 거절한 두 남자의 사건을 통해 국정농단 세력이 얼마나 우리사회 곳곳에 깊숙이 영향력을 행사해왔는지 많은 지점을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일러스트 = 오성수 작가


[아시아경제 김희윤 작가]

“자 솔직해 봐요, 딱 우리 둘만은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고.“

- 박재정의 노래 ‘두 남자’ 중

영화 ‘대부’에서 꼴리오네가 읊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은 사실 제안을 가장한 강권이자 협박임을 당사자와 꼴리오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꼴리오네와 같은 누군가와의 만남은 그와 나, 각각 1인칭으로 기억되지만 그걸 지켜보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이는 3인칭의 시점으로 달리 기억되기 마련. 역사는 가급적 3인칭을 지향한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최순실은 자신을 향한 거의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태블릿PC도, 줄을 잇는 증인들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사이 시간은 흐르고, 이 와중에 그녀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거절한 두 남자가 힘들게 당시의 기억을 되살려 세상에 내놓았다. 나이와 직업, 살아온 인생궤적도 판이한 두 남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최순실이 ‘필요’로 한 남자들이었다는 것. 청와대 비서관 차를 타고 권력의 심장부를 제집 드나들 듯하던 그녀의 위세도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진 못했다. 올림픽 빙상영웅 김동성과 한 폭력조직의 간부, 두 사람은 비선실세로부터 어떤 제안을 받았고 왜 거절했으며, 그 후엔 어떤 일을 겪었을까.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권력의 담장을 손쉽게 뛰어넘듯 그녀의 언행은 상식을 뛰어넘는 해괴함으로 가득했고, 두 남자는 본능적으로 사태의 이상징후를 감지했다는 점이다.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방송화면 캡처

사진=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 방송화면 캡처


‘무조건 된다’, 강력한 유혹

최근 불거지고 있는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의 전횡은 몸통으로 지목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을 넘어 평창동계올림픽을 둘러싼 각종 이권사업에도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는가운데, 빙상계를 비롯한 스포츠 스타들을 차례로 포섭하며 ‘새로운 판’을 짠 핵심 인물이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개명 전 장유진)였고 그녀가 빙상계 스타들, 특히 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김동성에게 공을 들였던 사실이 밝혀져 눈길을 끌었다.

앞서 이규혁 스포츠토토 빙상팀 감독과 함께 동계스포츠영재센터 건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장시호는 단체 설립 1년 6개월 만에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국가예산 6억 7,000만 원을 지원받아 특혜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그녀는 김동성에게 강릉시청 감독직을 제안하며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참여할 것을 종용했고, 그 자리엔 현재 검찰이 소환 조사를 예고한 김종 전 문체부 제2차관이 동석해 그녀의 발언에 힘이 실렸지만, 김동성 본인은 한국에서 지도자 경험이 전무한 자신에게 선수시절 프로필을 근거로 덜컥 제안된 감독직이 탐탁잖아 거절했다고 일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상황을 전했다.

장시호가 준비하던 사단법인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설립한지 불과 1년 6개월 된 신생 단체이나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성장했다. 전 스키 국가대표 허승욱 선수를 회장에 앉히고 전 스피트스케이팅 국가대표 이규혁을 섭외하는 등 빙상계 스타들을 줄줄이 섭외한 뒤 자신은 사무총장을 맡은 장시호는 “내가 하면 무조건 된다”며 각종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나섰다. 그녀는 섭외에 공들였던 김동성이 자신의 제안을 거절하자 빙상계에서 그를 철저히 배제해 나갔고, 이로 인해 빙상계를 떠난 것이 아니냐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 김동성 선수는 “사실이다, 아니다 얘기할 수 없는 부분”이라는 다소 애매한 반응을 보여 궁금증을 자아냈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서 이룬 것이 아니면 온전히 자기 것이 될 수 없음을 잘 꿰뚫고 있던 스포츠 스타의 선택은 운신의 폭을 좁힌 족쇄가 되어 한동안 그를 옥죄었던 셈. 장시호를 통해 최순실은 빙상계를 딛고 평창동계올림픽의 이권사업까지 장악하려 했고, 그 과정에서 이들 최씨 일가의 제안을 거절하고 내몰린 빙상영웅은 빙상 밖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고 있었다.

최순실은 지인을 통해 조폭 간부를 만나 자신의 딸과 당시 남자친구를 떼어놓으려 했으나, 조폭의 거절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남자를 사위로 받아들였다. 사진 = 영화 '신세계' 스틸 컷

최순실은 지인을 통해 조폭 간부를 만나 자신의 딸과 당시 남자친구를 떼어놓으려 했으나, 조폭의 거절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결국 남자를 사위로 받아들였다. 사진 = 영화 '신세계' 스틸 컷


‘남자를 떼 달라’, 은밀한 제안

이화여대 ‘특혜입학’ 의혹을 받아 온 최순실의 딸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가 어제(10일) 온라인 학사관리 시스템을 통해 자퇴서를 제출했다. 약관의 나이에 온 국민이 그녀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임신에서 출산, 고교 출석 여부와 대학입학, 출전 대회와 소유한 말들까지 부모의 권력을 무기로 그녀가 편취하고 누린 특혜가 연일 화제가 됐으나, 정작 스스로는 그 모든 것을 천부(天賦)라 생각한 모양이다. ‘돈도 실력’이며,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하라던 그녀의 부모는 정작 그녀와 그녀의 남자를 원망하며 돈을 물 쓰듯 하는 자식 단속을 위해 조폭을 섭외하는 대담함을 보였다.

2015년 7월 강남의 한 식당에 등장한 최순실, 최순득 자매는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폭력조직 간부 A 씨에게 은밀한 제안을 건넸다. ‘딸에게 붙은 남자를 떼어내 달라’는 요청에 다소 황당해하는 그에게 최순실은 ‘가출한 딸이 신림동 인근에서 남자친구와 동거를 하고 있으며, 한 달에 2,000만 원이 넘게 쓰며 속을 썩인다’고 털어놓았으며, ‘온갖 수를 써도 헤어지게 할 방법이 없다’며 남자를 딸로부터 떼어낼 것을 요청받았다고 A 씨는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도와주면 큰 사례를 하겠다’며, 만나기 전에도 돈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라고 소개받았다던 최순실의 고민은 그녀가 마음껏 휘두르던 권력으로도 어찌할 수 없는 딸의 일탈이었던 것.

앞서 정유라는 지난해 1월 SNS를 통해 초음파 사진을 올리며 ‘말도, 부모도 모두 다 저버리더라도 아이를 살리고 싶다’며 심경을 밝힌 바 있는데, 이때 임신 25주차라고 한 점을 미루어 짐작해보면 2015년 5월께가 출산 예정이 되고, 최순실 자매가 조폭 A씨를 만난 시점에 정유라는 출산 후 남편으로 알려진 신 씨와 신림동에서 동거 중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신림고등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진 신 씨는 정유라보다 1살이 많으며, SNS를 통해 2015년 12월 12일에 결혼한 내용을 게재한 바 있다. 결국, 조폭을 섭외해서라도 딸 곁에서 떼어놓으려 했던 남자를 사위로 맞은 최순실은 이들 부부와 자녀를 거둬 독일에서 생활하게 거처를 마련해주기에 이르렀다. A 씨는 앞서 언급한 인터뷰에서 당시 최씨의 인상에 대해 “한눈에 봐도 이상했다”고 술회했다.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권력 핵심층에 있던 다수의 인사들이 줄줄이 거론되고, 부인하며, 검찰 구속을 받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거절은 하나의 혜안이자 소신으로 재조명받고 있지만, 빛과 그림자의 영역을 종횡무진 하며 권력을 남용한 그녀의 제안을 손쉽게 수락하고 함께 국정농단에 가담한 사회 고위층 인사들은 아직도 그림자의 영역에 숨어 자신의 흔적 지우기에 고심이지 않을까. 고립무원이 된 빙상영웅의 현재와 ‘가오’를 지킨 조폭에게서만 찾을 수 있는 ‘결기’ 앞에 현실에 대한 절망만이 더욱 깊어진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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