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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스티워드]오뎅과 어묵의 차이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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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깔나는 음식의 언어를 찾아서…④오뎅

길거리 오뎅(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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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인기 길거리 음식 중 하나는 뜨끈한 어묵이다. 찬바람 맞으며 길을 걷다가도 어묵 한 꼬치와 추위를 가시게 하는 따뜻한 국물을 먹을 수 있는 노점을 보면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든다. 이런 곳에서는 어묵이라는 말보다는 '오뎅'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생각해보면 주점 메뉴판에도 버젓이 오뎅탕이라고 쓰여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오뎅은 어묵의 일본말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어묵과 오뎅은 다르다. 어묵은 생선살을 으깨 만든 음식인데 일본어로는 '가마보코(かまぼこ)'다. 그렇다면 오뎅(おでん)은 뭘까. 이 어묵과 계란, 무, 유부, 소 힘줄 등이 들어간 국물요리가 오뎅이다. 이를테면 어묵탕이 오뎅인 것이다. 오뎅탕은 잘못된 말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오뎅볶음이나 오뎅반찬 등도 어폐가 있다. 정리하자면 오뎅은 요리의 이름인데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의 이름으로 와전됐다.
그렇다면 어묵은 어쩌다 오뎅이라고 불리게 된 것일까. 음식인문학자 주영하는 '식탁 위의 한국사'에 일본에서 가마보코에 대한 기록은 16세기 초반에 쓰인 '종오대초자'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썼다. 그러면서 조선시대 숙종(1661 ~ 1720)의 어의 이시필이 쓴 글에도 이 가마보코에 대한 기록이 있다고 소개했다. 이 무렵 일본 음식 가마보코가 국내에도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식탁 위의 한국사'에 따르면 해방 후인 1949년에 일본 음식 이름을 한글로 고쳐야 한다며 가마보코는 생선묵, 오뎅은 꼬치안주로 하자는 한글학회의 제안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가마보코와 오뎅을 따로 구분해 불렀다는 얘기다. 하지만 오뎅의 주재료인 가마보코가 바로 오뎅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오뎅은 꼬치안주, 꼬치 등으로 순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있었지만 자리 잡지 못했고 가마보코는 생선묵을 거쳐 어묵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결국 오뎅과 어묵이 같은 말인 것처럼 쓰이게 됐다는 게 이 책의 설명이다.

어묵과 오뎅을 비슷한 의미로 쓴 것은 최근의 잘못만은 아닌 듯하다. 언론인 홍승면 선생은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한 잡지에 연재했던 음식 칼럼 '백미백상'에 오뎅에 대해 "삶은 요리이고 보면 맛의 생명은 재료와 국물에 달렸다. 재료에 대해서는 굳이 거론할 것이 없지만 국물에 대해서는 시간을 강조하고 싶다"고 정확히 썼다. 그러면서 같은 글에서 "어떤 식당 앞을 지나가다 보니까 바깥에 써 붙인 메뉴에 '오뎅백반'과 나란히 '오뎅밥'이라는 것이 있었다. '오뎅국수'라는 것이 있는가 하면 '오뎅떡'이라는 것이 있었다"고도 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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