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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읽는기자]'우병우-검찰' 조선일보 사진, 영화 '내부자들' 방불

최종수정 2016.12.21 14:22 기사입력 2016.11.0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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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의 팔짱낀 모습과 기립경청하는 검찰 찍어보인 '내부풍경', 최순실 수사가 어디로 갈지 보이는 묵시록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오늘 경향과 한겨레, 그리고 한국일보는 토요일의 촛불시위 사진을 1면에 대문짝만하게 썼다. 운집한 시민의 숫자는 각기 다르지만, 서울 광화문 일대에 20만명이 몰렸고 전국적으로는 30만이 모인 이 민심 분출에 대한, 신문의 감회는 작지 않았다. 경향신문은 그 큰 사진 위에 '시민항쟁이 시작됐다'고 썼고, 한겨레는 '민심 둑이 터졌다'고 표현했다. 한국일보는 사진 밑에 '이 함성에도...미적대는 靑'을 비판하고 있다. 조간으로서는 이틀 전의 기사와 사진을 이렇게 대대적으로 배치하는데, 일정한 결단이 필요했을 것이다. 역사적 뉴스가치를 아주 크게 매긴 셈이다.

[신문읽는기자]'우병우-검찰' 조선일보 사진, 영화 '내부자들' 방불
사진들은 수많은 시민들이 쥔 촛불을, '촛불노도(怒濤)'처럼 표현하는 센스를 발휘했다. 큰 강물이 거세게 흐르듯 불길이 흐르고 있는 모양이다. 이 시위는 다음주말인 12일 민중총궐기와 맞물린 '최대시위'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에 지나간 일이 아니라 다가올 일의 거대한 전주곡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신문읽는기자]'우병우-검찰' 조선일보 사진, 영화 '내부자들' 방불


오늘 아침 가장 한심한 1면사진을 쓴 신문은, 자사 행사 사진을 쓴 중앙일보이다. 이런 심각한 시국에 행사를 강행한 것도 이채롭지만(어제 만난 택시기사가 "이 난리에 신문사가 무슨, 마라톤이랍니까"라며 혀를 찼다), 그것을 다시 홍보하기 위해 역사적인 사진들을 외면하고 이것을 첫면에 내세우는 편집도 강심장이 아닐 수 없다. JTBC 뉴스룸이 최근 보여준 일련의 성가가 이 지면 앞에서 참 무색하다.
마침 1면 톱기사를 대통령 측근들이 책임을 돌리는 행태를 비판하고 있는데, "제 살길 찾는 이익집단 모습"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있다. 사진 옆에 있는 그 멘트를 읽다보면, 뉴스를 뒤로 물리고 자사행사의 이미지를 앞으로 내세운 스스로의 편집에 대한 '고백'같은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오늘자 조간 사진의 위너는 단연 조선일보다. 고운호 객원기자가 찍은 이 사진은, 놀라움을 넘어 섬뜩하기까지 하다.

[신문읽는기자]'우병우-검찰' 조선일보 사진, 영화 '내부자들' 방불


한국경제 1면에 등장한 피고발인 우병우는, 검찰 출석을 하는 자리에서 부끄러움이나 죄의식은 전혀 없는 무서운 눈매를 보여주었다. '가족회사의 자금을 유용한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기자가 묻자, 그는 질문한 기자를 잠깐 쏘아보았다. 이 오만하고 불손한 태도의 바로 다음 장면이, 조선 1면의 사진이다.

[신문읽는기자]'우병우-검찰' 조선일보 사진, 영화 '내부자들' 방불


6일밤 9시25분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11층을 창밖에서 멀리 당겨 찍은 사진이다. 우병우는 김석우 특수2부장실(1108호) 옆 부속실에서 검찰 직원으로 추정되는 사람 둘과 함께 있다. 우병우는 팔짱을 끼고 있고 표정에는 웃음끼가 머물러 있다. 창의 다른 쪽에 비친 두 남자는 우병우를 향해 기립한 채 웃음을 띠며 말을 건네기도 하고 고개를 숙인 채 뭔가를 경청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사진의 의미는 불길하다. 30만이 거리로 뛰쳐나와 외쳤던 민심을 일순간 무기력하게 만든다. 과연 저런 우병우를 검찰이 어떻게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까. 그에게 무엇을 심문하고 그의 죄상을 어떻게 캐낼 수 있을까. 그가 최순실 사태의 중요한 고리이기도 한 만큼, 수사에서 밝혀야할 것 또한 무게가 가볍지 않다. 저 담소(談笑)가 의미하는 것은, 분노한 민심이 목놓아 외치며 원했던 것들에 대한 참담한 냉소에 가깝다. 유사 이래 최대의 정권 농단 사태를 밝혀내야할 '칼'이, 저렇게 '내부자들'의 한 장면처럼 웃고 있는 상황은, 최순실 관련 수사와 향후 일련의 정국이 어디로 갈지 예고하는 묵시록이 아닐까.

'잠깐 저렇게 들끓다 말겠지'라는 시국 인식이 청와대와 검찰의 공기일지 모른다는 사실. 그래서 오늘은 신문 몇 개의 사진을 번갈아 바라보며, 냉철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대한민국 정치의 해묵은 주술을 간파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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