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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현웃과 개뿜이 무슨 뜻이지

최종수정 2020.02.12 10:16 기사입력 2016.10.1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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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지난 한글날, 한글은 말이 아니라 글이며 무슨 말이든지 받아쓸 수 있는 표음문자이기에 한글파괴란 말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냈더니 항의하는 분이 있었다. 그래서 '기자'란 분이 무책임한 신조어가 어지럽히는 현상태가 괜찮다는 거냐고 따져 물었다. 난 그걸 괜찮다고 말한 적이 없는데, 그 기사의 취지와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것 같았다. 읽고싶은 대로 읽고 성내고 싶은 대로 성내는 독자가 의외로 많다. 하지만 오늘은 신조어 알레르기를 지니는 분들을 향해 조금 거슬릴 수 있는 말들을 늘어놓고자 한다. 듣기 싫으시면 이쯤에도 돌아가셔도 괜찮다.

신조어의 남발을 물론 개인적으로 결코 지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것이 사회적인 수용과정을 거치고 있는 중일 때 그것을 기민하게 채택하는 행위는 언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생각에 대해서도 동의하지 못한다. 소통을 지향하는 언론은 언어시장에서 펄떡펄떡 뛰는 활어(活語)에 대한 매력을 거부하기 어렵다. 그 신조어를 좀 더 깊이 음미할 수 있는 역할 또한 언론이 해야할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런 핑계로 최근에 만난 두 '낯선 말'을 꺼내본다.

현웃이란 말은, '문자 메시지 시대'라는 전시대가 전혀 예측 못한 글자 전성기를 웅변해주는 말이다. 문자 메시지는 문자의 형상적 이해와 문자의 소리 표현, 또 문자 유희를 빠른 속도로 진화시켜왔다. 얼굴을 서로 대하지 않은 사람끼리,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문자의 소통은 신체가 표현하는 여러 가지 감정언어들을 문자 자체에 불어넣기 위한 고안을 늘려가고 있다. 웃음이나 울음,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나 도망치는 모습을 문자의 형상적 특징을 활용해 개발해냈다. 또 파자(破字) 언어도 일상화되었다. 이제 많은 이들은, ㅋㅋㅋ와 ㅍㅍㅍ, ㅌㅌㅌ를 모르지 않는다.

현웃은 이렇게 문자로 웃는 동안에 그것을 타이핑하는 주체의 실제 표정은 굳어있거나 웃음과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을 수 있는 실상을 인정하고 의식한 말이다. 그냥 문자로만 웃고 있는 게 아니라, 그 웃음을 치면서 실제 얼굴도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게 현웃이다. '현재 웃고 있음'의 준말쯤 될 것이다. 문자 소통이 이토록 번성하는 것은, 말과 표정으로 소통하는 일의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는 장점 때문일 것이다. 웃지 않으면서도 간단히 웃음을 보여줄 수 있는 이 간편한 감정전달 체계가 문자 웃음의 매력소스이다. 거기에 실제 웃음까지를 다시 '문자'로 알려주는 것은, 웃음 소통의 효과를 강조하기 위한 센스가 아닐까 싶다.

[초동여담]현웃과 개뿜이 무슨 뜻이지
개뿜이란 말은 최근 새롭게 바뀌고 있는 '개'의 의미가 쓰이고 있다. 이전에는 '개'가 '가짜' '저열한 것' '나쁜 것' '욕설(근친상간을 함의)'에 많이 쓰였으나, 최근 들어 무엇을 긍정적으로 강조할 때도 이 말을 쓰기 시작했다. 개가 가끔은 '캐'로 바뀌어 감정적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한다. 개뿜은 '몹시 뿜었다'는 뜻을 표현한 말이다. 뿜었다는 것은, 입속에 무엇이 들어있는 상태에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뿜어냈다는 의미를 담아, 몹시 우스운 상황을 함의한다.

이런 표현은 놀랍게도 조선 후기 추사 김정희의 편지에도 보인다. 어느 스님의 주장에 답장을 하면서, 그 주장이 어이없음을 강조하기 위해 '밥을 먹다가 밥상에 밥알을 가득 뿜었다'고 말하면서 조롱한다. 요즘 문자톡의 '개뿜'이나 추사 김정희의 '밥알뿜기'나 감정 표현의 적나라함은 그리 차이가 없다. 개뿜은 기쁨과도 글자 모양이 닮아, 묘하게 뒤틀린 말맛이 돋는다.

이런데도 추사는 위대하고 요즘 메신저 신조어꾼들은 허접하다 할 것인가. 어떤 상황과 감정과 메시지를 담기 위해 새롭고 특이하면서도 설득력이 돋는 '폭풍공감'의 낱말을 찾으려는 노력은 매한가지다. 마음을 붙잡는 노래 한 곡을 들으면서도 '소오름'이 돋는 게 요즘 세대다. 언어를 뒤틀고 조물딱거리는 창조적 센스를 보노라면 가끔은 경외심이 들 때도 많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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