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한 오해·상호부담도 사라져"…교육계, 法 시행 반기는 분위기
학부모가 선물 몰래 놓고 갔을 땐 지체없이 반환·신고하면 면책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올 가을 학교운동회에서는 학부모들이 교사의 도시락을 준비하거나 간식을 돌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어진다. 오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되면 학부모가 교사에게 주는 선물 또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학부모와 교사는 평소에도 성적, 수행평가 등과 관련이 있는 사이라는 점에서 사교ㆍ의례의 목적을 벗어나기 때문이라는 게 국민권익위원회의 해석이다.
서울 송파동의 K교장은 "해마다 가정으로 안내문을 보내도 체험학습(소풍)이나 수학여행 때면 자녀가 회장, 부회장인 학부모들이 담임교사와 과목교사, 차량기사 점심으로 고가의 도시락을 맞춰 보내 난감할 때가 많았다"며 "이제는 엄연히 법으로 금지되니 차라리 속 편하다"고 토로했다.
교사 몰래 학부모가 선물을 놓고 가거나 집으로 선물을 보낸 경우에도 문제가 된다. 다만 교사가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한 뒤 지체 없이 반환ㆍ인도하고 신고하면 처벌대상에서 제외된다. 신고하지 않을 경우 교사는 징계를 받게 된다. 선물을 한 학부모 역시 물품가액의 2~5배에 해당하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사교ㆍ의례 등의 목적으로 3만원 내의 식사는 대접할 수 있으나 논문 심사를 받는 학생이 논문 심사위원인 교수에게 거마비를 제공하는 경우는 이 목적을 벗어나 직접적 이해관계에 놓이기 때문이다. 다만 학교 측이 이 비용을 논문심사비에 포함시켜 부담하는 것은 가능하다.
올 하반기 논문 심사를 앞둔 대학원생 B씨는 "이미 추석을 핑계로 지도교수와 심사위원 교수들께 선물을 드린 학생들이 있다"며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까 걱정하느니 차라리 법 시행 이전에 성의 표시를 하는게 낫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기업과 학교에서 특정 직위를 겸임하는 경우 때에 따라 김영란법 위반 여부가 달라진다. 민간기업 대표이사이면서 학교법인 이사장을 맡은 이가 대표이사로서의 업무수행 과정에서 거래처 대표이사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는 것은 제재대상이 아니다. 법인인 학교 이사장으로서 직무 관련 금품을 받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동문회가 주최한 행사에 모교 총장이 참석해 3만원 이상의 식사를 한 경우에도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성적 심사 등 직무 관련성이 없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사립 지방대학 교수가 신입생 모집을 위해 지역의 고등학교를 방문하면서 학교의 로고가 새겨진 5000원 상당의 수건을 교직원들에게 나눠준 경우에도 문제가 없다. 기관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수건을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포하기 위한 홍보용품으로 보고 허용한다.
김영란법은 유치원을 비롯한 각급 학교 뿐 아니라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해당된다. 초ㆍ중등학교와 유치원의 기간제교사도 교원에 해당하므로 적용대상이 된다. 다만 매점ㆍ경비 등 학교와 용역 계약을 맺은 전문업체의 종사자나 대학의 조교, 명예교수, 외래교수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시간강사는 현재는 교원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2018년 1월부터는 시간강사도 교원으로서의 지위를 부여 받게 되므로 청탁금지법 적용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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