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순위를 결정하는 방법에도 이러한 우리 사회의 풍조가 그대로 녹아 있다. 금메달이 우선이고, 금메달이 같은 수이면 은메달의 수, 은메달도 동수이면 동메달의 수로 종합순위를 매긴다. 아무리 많은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도 금메달 수가 적으면 순위가 낮아진다. 올림픽이 인간의 다양한 역량을 견주는 지구촌 축제라고 한다면 순위와 메달의 색깔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을까. 수영 자유형 50m 경기나 100m 육상경기를 보면 0.01초 차이로도 순위가 갈린다. 그날의 몸 상태나 행운이 기량과 더불어 메달의 색깔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순위나 메달의 색깔은 큰 의미가 없어야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미국은 금메달이 아니라 전체 메달의 수로 종합순위를 매긴다.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그 영토 내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자유와 평등을 누리고, 경제적으로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보장받으면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大)전제 아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도 의미가 있는 것이고, 분배와 성장 논쟁도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동일한 조건을 가진 다수의 사람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때 이상적인 경제를 만들 수 있다. 동일하지 않은 조건의 맹목적인 경쟁은 불공평하고 불합리한 온갖 사회문제를 양산한다. 재벌들의 골목상권 침해, 소득의 양극화, 고령화와 노인빈곤, 청년실업 등도 크게 보면 출발점부터 이미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없는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이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경쟁을 강조하기보다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라는 생각으로 서로 배려하고 과실을 나누는 정신이 더 필요하다.
이번 리우 올림픽에서도 매우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려오고 있다. 한 점만 내주면 지는 10 대 14의 순간에도 '할 수 있다'를 되뇌며 승리한 펜싱의 박상영 선수의 모습은 지나친 경쟁에서 탈락해 좌절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선사했다. 패자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승자의 모습은 앞으로 우리가 나가야 할 사회의 모습이다. 노력하면 이룰 수 있는 나라, 실패해도 붙잡을 손이 있는 나라, 지나친 경쟁이 아닌 선의의 경쟁으로 서로 부축하는 나라를 올림픽을 보며 꿈꾸어 본다.
김창수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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