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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10분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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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디 가볼만한 곳 없나?" "좋은곳은?"
 여름휴가철이 시작됐다. 이맘때면 꼭 한마디씩 듣는다. 명색이 '여행담당' 기자이니 주위 사람들로부터 '가본 곳 중 가장 좋은 곳을 알려달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기막힌 여행지를 딱 집어 추천해줄것을 바라는 마음일것이다. 해변이 아주 멋있는 강원도 어느 마을이 떠올랐다. 이내 경상도나 전라도의 이름난 명소도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그러나 쉽게 입밖으로 말이 나오지는 않는다. 사실 '좋은 여행지'야말로 취향에 따라 저마다 다를 것이니, 이런 질문은 좀 난감하기 하다. 사람마다 식성이 다른 법인데 '가장 맛있는 음식 하나만 대보라'는 질문을 해온다면 도대체 뭐라 대답해야 할까. 여행지의 풍경은 그때 그때마다 다르다. 기자가 '좋았다' 고 '멋있다'고 열변을 토한들 그곳이 다른 이들에게도 감흥으로 다가올지는 만무하다. 어설프게 추천 했다간 망신만 당하기 딱 일터.
 사람들은 모두가 여행을 꿈꾼다. 아마 떠나기 전의 설렘과 돌아와서는 남겨진 추억과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다. 경험으로 미뤄보면 여행의 계기는 어떤 것이라도 좋다. 다만 목적이 개입되지 않았을 때다.
 '여행'을 한자로 적어보면 '旅' 나그네 여, '行' 다닐행으로 쓴다. 여행이란 꼭 아름다운 풍경을 봐야 되고, 뭘 먹어야 되고 체험을 해야되는것은 아니다. 목적없이 그저 여행만으로도 충분하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동기부여 전문가이자 행복을 그리는 철학자로 불리는 앤드류 메튜스는 이렇게 말했다. "여행은 목적지에 닿아야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다."
 여행이 지니고 있는 가치는 '자유로움'과 '여유'일 것이다. 떠남이란 그 자체를 즐기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가 또 있다. 기다림이다. 잠시 그자리에 서 보는 것이다. 일상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빨리 빨리는 여행에선 잠시 내려놓는게 좋다. '뭐 볼게 하나도 없잖아'라며 돌아서지 마라. 풍경을 눈으로만 담을 생각은 버려야 한다. 10분이면 충분하다. 풍경의 변화가 주는 10분의 여유말이다. 이제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자. 얼굴을 스치는 바람, 길섶에 앙증맞게 피어난 야생화, 구름, 사람들의 모습… 등 눈앞에 그려진 풍경은 10분 전 그것과는 확연히 다를터이다. 평소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한 세상이 펼쳐진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한 세상은 아니다). 잠시 멈춰서면 비로소 보이는것들이다. 여행에서 만나는 작지만 아주 소중한 순간들이다. 천천히 다녀야 마음에 남는것이 생긴다.

 참 그러고 보면 잘 쉬고, 잘 여행한다는것도 그다지 쉬운 일은 아닌것 같다. 비록 '가장 좋은 여행지'는 추천할 수 없지만 '소중한 10분의 여유'는 강추 하고 싶다. 이젠 기다리는 여행을 떠나자.
 조용준 사진부장 겸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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