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이명재 칼럼]'세계 최장 근로 대통령'에게 휴식을 권한다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이명재 논설위원

이명재 논설위원

원본보기 아이콘


장맛비가 연일 이어지고는 있지만 끝자락이다. 비가 그치면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에겐 1년 중에 거의 유일하게 휴가다운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때이니 많은 이들의 마음이 벌써 들뜨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휴가와 휴식, 여기에 들어가는 ‘휴(休)’라는 글자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데 이 글자가 시각과 청각으로 그 의미를 발산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무 옆에 사람이 있는 글자의 생김새도 그렇지만 그걸 발음할 때면 ‘휘~’서늘한 바람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게다가 우리가 뭔가에 마음을 안도할 때 자신도 모르게 내뱉는 소리가 ‘휴~’이듯이 심신을 풀어주는 주문 같지 않는가. 휴가와 휴식을 표현하는 데 딱 이 글자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글자다.
‘休’에는 지금은 잘 쓰이지 않지만 원래 ‘아름답다’는 뜻도 있었다는데, 그만큼 옛사람들은 휴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알았던 것 같다. 우리 사회도 이젠 점점 휴식도 근로만큼이나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마침 지난주에 ‘일·가정 양립’캠페인을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벌일 것이라는 발표도 있었다. 그 내용 중에는 휴가 신청할 때 사유를 적어내지 않도록 한다는 것도 있었는데, 휴가를 마음 편하게 갈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는 그만큼 휴가를 내려면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형편인 것이 적잖은 직장에서의 여전한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는데 이런 캠페인으로라도 근로시간이 세계 최장인 우리 국민들에게 더 많은 휴식을 주게 됐으면 한다. 그러자면 우리 사회를 이끄는 이들의 솔선수범이 특히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이 모범을 보이는 게 좋겠다. 여기서 굳이 대통령 얘기를 꺼내는 것은 지난주에 들었던 말이 매우 걱정을 자아냈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바로 옆에서 보좌하는 이는 국회에서 “대통령은 공식 일정이 없으면 주로 관저에서 휴식하거나 업무를 보나”라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휴식이란 말씀엔 동의할 수 없다. 제가 보기엔 잠자는 시간을 빼고는 100% 일하고 있다”.
이렇게 밤낮으로 열심히 일하는 지도자의 모습에 우선은 여간 감사하고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국민으로서 면목이 없고 미안한 심정이다. 아무리 강철같은 체력이라도 그렇게 혹독하게 자기 몸을 부리는 것이 안쓰럽지 않을 수 없다. 보좌진들은 ‘세계 최장 근로 대통령’의 과로가 되지 않도록 잘 보필해야 할 것이다.
휴식 없는 집무는 건강도 건강이지만 대통령 직분을 수행하는 데도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중요한 일, 여러 집단과 여러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하게 얽힌 일을 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일상을 벗어나 봐야 한다. 자신의 세계를 떠나 보지 않으면, 일상의 삶을 벗어났다가 다시 돌아와 보지 않으면 늘 자기복제에 그칠 수밖에 없다. ‘떠남’과 ‘건넘’이 있어야 자신의 안과 밖을 함께 볼 수 있다. 더 넓게 보고 더 멀리 볼 수 있다. 그래야 근면과 성실도 스스로를 돕는 자조(自助)가 될 수 있다.

굳이 따로 휴가를 내지 않아도 된다. 휴가는 반드시 멀리 떠나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 여행지로 가기가 어려운 형편이면 짐을 싸지 않고도 여행을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중 하나가 책을 읽는 것일 텐데 특히 소설을 읽을 것을 권한다.
소설은 작가 조정래 선생이 말했듯 '인간에 대한 총체적 탐구’다. 인간들의 삶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면적이며 입체적인지를 보여준다. 얼마 전에 한국을 찾은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소설가는 100% 지능만으로 할 수 있는 직업이 아니며 다른 세계와의 연결고리를 찾고 총체적인 사고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그래서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이라고 했다.

청와대 비서실장은 국회에서 “그 분 마음속에는 대한민국 발전과 국민 외에는 없는 걸로 안다”는 말도 했다. 무척 고마운 말이다. 다만 ‘국민’이 뭔지 ‘대한민국의 발전’이 뭔지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두 번 세 번 생각할 문제이고, 다른 사람들 생각도 많이 들어봐야 한다. 앞만 보지 말고 멈춰서 보기를, 휴식을 취하길 권한다.




AD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올봄 최악 황사 덮쳤다…주말까지 마스크 필수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포토PICK

  • 첨단사양 빼곡…벤츠 SUV 눈길 끄는 이유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국가 신뢰도 높이는 선진국채클럽 ‘WGBI’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