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노우래 기자] 전인지(21ㆍ하이트진로ㆍ사진)가 괴롭다.
몸이 아파도 쉴 수 없고, 무조건 대회 출전을 강행해야 한다. 스폰서는 흥행에 눈이 멀었고,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스폰서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 당초 6일 개막하는 ATD캡스챔피언십에 불참하고, 그 다음 주 올 시즌 최종전 포스코챔피언십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스케줄을 짰다. 협회 사무국에는 지난달 25일 일찌감치 불참 서류를 제출했다.
하지만 4일 새벽 다시 부산으로 향했다. 프로암에 나가기 위해서다. 당연히 자발적인 출전이 아니다. ADT캡스의 거듭되는 요청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선 셈이다. 올 시즌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서 메이저 5승을 포함해 8승을 쓸어 담은 월드스타가 '을'이 되는 현실이다.
KLPGA가 불참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미뤘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전인지는 결국 "KLPGA투어에서 성장해서 스타가 됐는데 협회나 스폰서 측에 피해를 줄 수는 없다"며 "기권하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했다. 최대한 몸을 보호하기 위해 프로암에서는 공을 치지 않고 레슨을 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5일 공식 연습라운드는 신청하지 않았다.
전인지가 만약 경기 도중 기권하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긴다는 문제도 있다. 바로 출전권을 얻기를 간절히 기다리며 대기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들이다. 시즌 막판 어쩌면 내년 시즌 투어카드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스폰서와 협회의 '소탐대실'이 아쉽다. 이제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효율적인 마케팅이 이뤄질 때가 됐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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