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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춘화(春畵), 드디어 햇빛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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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풍속화 日 사상 첫 전시…피카소·로댕 등에 영향

日 춘화(春畵), 드디어 햇빛을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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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진수 기자] 일본에서 사상 처음 '슌가(春畵)' 전시회가 열려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슌가란 남녀 간의 성행위를 적나라하게 묘사한 풍속화로 일찍이 다이묘(大名ㆍ사유지에서 지배권을 행사하던 무사들의 우두머리)나 부유한 상인들이 당대 내로라하는 화가들에게 의뢰해 그리도록 한 것이다. 당대 유력가인 이들은 슌가를 몰래 감춰두고 볼 정도로 공개나 전시는 금기였다.

슌가 전시회 개최 실행위원회는 20개가 넘는 갤러리에 전시를 제의했으나 모두 퇴짜 맞았다. 물론 슌가 전시가 터부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전 총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도쿄(東京) 소재 에이세이분코(永靑文庫)에서 전시회를 갖게 된 것이다.

지난 9월 19일부터 열린 이번 전시회는 오는 12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작품은 총 133점으로 이 가운데 상당수가 대영박물관에서 빌려온 것이다.
손으로 직접 그린 슌가는 애초 상류계층만 은밀하게 즐겨보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에도(江戶)시대인 17~18세기 서민들의 경제ㆍ문화 발전과 더불어 우키요에(浮世繪) 판화가 유행하면서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후 슌가는 당대 사회가치와 상류계층의 위선을 풍자하는 도구로 기능하기도 했다. 절에 불공 드리러 간 미망인이 승려와 뜨거운 정사를 나누는 그림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대영박물관 일본관 담당자인 티머시 클라크는 최근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와 가진 회견에서 슌가의 주목적이 "성(性)을 즐거움과 재미의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슌가의 대표적 특징으로 과장되고 극적인 표현을 꼽을 수 있다.

1719년 조선통신사의 일원으로 일본에 다녀온 신유한(申維翰)이 기행기 '해유록(海遊錄)'에서 "일본 남자들마다 품속에 운우도(雲雨圖)를 넣어 갖고 다닌다"고 기록할 정도로 인기 만점이었던 슌가는 19세기 후반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근대화 세력이 슌가를 단속하고 나선 것이다.

이로써 많은 슌가가 불에 태워지거나 개인 밀실로 숨어들었다. 경찰은 슌가를 압수하고 슌가에 묘사된 낯 뜨거운 부위는 지워졌다.

그러나 슌가는 서양으로 전해져 인상파 등 여러 화풍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프랑스 화가 툴루즈 로트레크(1864~1901),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1840~1917),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슌가에서 영감을 얻었다. 20세기 초 오스트리아 빈의 화가 에곤 실레는 슌가를 광적으로 수집한 인물이다. 일본의 모던아트, 만화, 문신도 슌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슌가 팬들은 이번 전시회에 반색하고 있다. 이제 다른 박물관이나 갤러리도 외부의 눈치 볼 필요 없이 먼지 쌓인 서고에서 슌가를 꺼내 밝은 햇빛 아래 전시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런던 대학 산하 동양아프리카연구학원(SOAS)의 미술사학자 야노 아키코(矢野明子)는 "일본이 마침내 풍요로운 문화사의 잊힌 일부에 대해 자긍심을 갖게 됐다"고 평했다.

이진수 기자 comm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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