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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심심풀이 땅콩

최종수정 2014.12.15 11:03 기사입력 2014.12.15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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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송년 모임이 잦다 보니 잘 모르거나 처음 보는 사람들이 낀 자리도 가끔 생긴다. 자리를 만든 호스트는 두루 잘 아는 사람이지만 '객'들끼린 어색하기 마련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주제를 끄집어내기 쉽지 않다. 술자리의 단골 메뉴인 정치 얘기는 상대방의 성향을 모르니 자칫 분위기를 더 망칠 수 있고, 직장 상사 씹기는 친구들이나 직장 동료 간에나 가능한 주제다.

며칠 전 어영부영 확대된 송년회 자리. 그런 자리는 특성상 명함 교환하고 인사하고 몇 마디 나누고 나니 금방 소재가 고갈되기 마련이다. 딱히 함께 심심풀이 땅콩처럼 씹을 거리가 마땅찮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모두에게 부담없고 화제 만발인 재료, 땅콩이 있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는 '땅콩 리턴' 얘기는 다양한 주제를 화수분처럼 쏟아지게 했다.

'3대 가는 부자 없다'는 속담을 생각나게 하는 3대 세습의 폐혜를 얘기하니 자연스레 북한 체제가 도마에 오르고, 비행기에서 강제로 퇴출된 승무원의 정신적 피해 얘기를 하다보니 고교 때 어렴풋이 배운 '속지주의'니 '속인주의' 같은 국제법까지 나왔다. 손해배상에 인색한 우리나라 법정보다 미국 법정에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냐, 없냐는 식의 서로 정답을 모르는 얘기로 화제는 무한확장을 하며 서로의 어색함을 지워나갔다.

평범한 월급쟁이들이 이렇게 재벌 3세의 만행을 술자리 안주 삼는 사이 영민한 비즈니스맨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돈으로 연결시켰다.
오픈 마켓의 땅콩 판매업자들은 '땅콩 리턴' 사건을 절호의 마케팅 기회로 활용해 매출을 몇 배나 신장시키고 있다. 사건의 발단이 된 '마카다미아'라는 견과류에 쏠린 관심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긴 말은 않겠다. 그 땅콩은 마카다미아"라는 홍보 문구부터 봉지째 준 땅콩을 패러디한 이미지들까지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왔다.

화제가 재빠른 사업가들로 넘어가니 이들 중에 바다와 육지, 하늘을 아우르는 운송그룹을 만든 땅콩 부사장님의 할아버지 같은 창업 재벌이 나올지 모른다는 시나리오까지 나왔다. 상상의 나래는 누군가 땅콩 해프닝을 기점으로 불같이 일어나 훗날 재벌 회장님이 된다면 그 손녀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데까지 펼쳐졌다.

그때쯤이면 대한민국 1%들도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에 어울리게 될까?


전필수 아시아경제TV 차장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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