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Book]그 잘나갔던 GM의 추억…'나의 GM시절'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냉철·원칙주의 CEO성공론…앨프리드 슬론 회고록

나의 GM시절

나의 GM시절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GM(제너럴 모터스)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은 것이다."

1952년 미국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내각에 GM사장 출신인 찰스 윌슨이 국방 장관으로 발탁됐다. 청문회에서 누군가 물었다. "GM의 이익에는 반하지만 미국의 이익에는 도움이 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 그러자 윌슨의 대답이 저 유명한 "GM의 이익이 곧 미국의 이익"이란 말이다. 1950년대, GM은 명실공히 미국을 대표하고, 또 상징하는 국가기업이었다. 그 전까지 미국 자동차 산업을 장악하고 있었던 포드는 1930년대부터 서서히 GM에게 추격당하더니 결국 선두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GM제국'의 시대를 연 것은 앨프리드 슬론(1870~1954)이라는 탁월한 경영자였다.
슬론은 1923년 GM 사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23년간 최고경영책임자의 자리를 지켰으며, 45년간 이사회 멤버로 주요 정책결정과 경영 전반에 관여했다. GM에서 보낸 이 기나긴 시간들을 꼼꼼하게 기록한 그의 회고록 '나의 GM시절'은 그가 GM을 어떻게 최고의 기업으로 만들었는지 A부터 Z까지 담아내고 있다. GM의 창립자는 윌리엄 듀런트다. 미국 굴지의 수레와 마차 생산자였던 듀런트는 자동차 회사 '뷰익'을 인수한 후 1908년 GM을 창립해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이후 적극적인 M&A를 통해 기업의 외형을 키워나갔지만 경영난에 빠지면서 자리에서 물러났다. 슬론은 그에 대해 "창업은 할 수 있었으나 관리는 할 수 없었던 큰 약점을 가진 위대한 인물"로 평가했다.

슬론은 자신의 방식으로 GM을 '관리'했고, 그럼으로써 사실상 GM을 재창업했다. 그의 체질 개선은 과감했다. 무엇보다 분권화된 조직체계를 만들면서 동시에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할 수 있는 조직구조를 선보였다. 이는 포드의 중앙집권적인 시스템과 결정적인 차이다. "GM은 분권화된 조직의 한 유형으로서 일상적인 매일의 사업 활동뿐만 아니라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장기적 사업 운영방식으로서 다른 기업과 경쟁했다. 반면에 연로한 헨리 포드는 집권조직과 하나의 고정된 자동차 모델을 더 신뢰하고 있었다. 우리는 진보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전진했다."

제품에 대한 가치관 역시 포드와 GM은 상반된 노선을 보였는데, 결과적으로는 GM의 점유율이 포드를 압도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포드는 '저가의 하나의 모델로 만들어진 자동차'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저렴한 가격의 자동차를 대량생산했다. 반면 슬론은 '소비자들의 호주머니 사정과 목적에 맞는 여러 종류의 자동차'라는 콘셉트에 맞게 제품을 세분화하는 다품종 정책을 썼다. 자동차의 기능만큼이나 디자인을 강조한 것도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다. 그는 "모든 차가 기계적으로 훌륭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이고, 우리 차는 개별적 매력이 아주 중요하다"고 공공연하게 강조했다. 회사 내에 '미술/색상부'를 만들어 전문 디자이너를 고용했을 정도다.
슬론의 경영철학의 핵심은 '사실에 입각한 신중한 의사결정'이다. 이를 통해 회사가 위험에 빠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겼다. 항상 작고 검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회사경영에 관한 세세한 것들까지 깨알같이 메모를 하고, 사실을 확인했다. 실제 생활에서도 회사 경영 외에는 아무런 취미도 없었고, 술이나 담배는 물론 골프도 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만약 슬론이 있었다면 GM이 현재처럼 어려움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란 탄식도 흘러나오고 있다.

책에는 오직 회사밖에 모르는 슬론의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600쪽이 넘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는 일절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GM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과 끝을 마무리한다. 오히려 피터 드러커가 쓴 서문에서 그에 관한 재밌는 에피소드를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올바른 진단을 대체할 수 없다", "최고 경영자는 직장에서 친구를 가져서는 안된다", "CEO는 항상 공평하고, 성과에 의해서만 판단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들은 경영인으로서 그가 얼마나 냉철하고, 원칙적이며, 공정한 사람이었는지를 다시 한 번 증명해준다. 

슬론이 이 회고록을 내게된 과정도 흥미롭다. 피터 드러커는 1946년 GM의 전폭적인 도움을 받아 연구한 결과로 '기업의 개념'을 발표했다. 하지만 GM의 성공스토리를 담았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일부 비판적인 의견이 책에 담겨있자 GM 경영자들은 매우 불쾌해했다. 이후 1964년 슬론은 자신이 직접 GM이야기를 쓰기로 하고 이 책을 집필했다. 원래는 1954년에 탈고했지만 슬론은 책속에 언급된 인물들이 생존해 있다는 이유로 한사코 출판을 거부했다. "경영자는 공개적으로 부하직원들을 비판해서는 안된다"고 그는 말했다.

'나의 GM시절'은 미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최고의 경영학 고전이 됐다. 국내에서는 5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번역, 출간이 됐다는 점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나의 GM시절 / 앨프리드 P. 슬론 2세 지음 / 심재영 옮김 / 북코리아 / 2만5000원)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강릉 해안도로에 정체모를 빨간색 외제차…"여기서 사진 찍으라고?"

    #국내이슈

  •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푸바오 잘 지내요" 영상 또 공개…공식 데뷔 빨라지나 대학 나온 미모의 26세 女 "돼지 키우며 월 114만원 벌지만 행복"

    #해외이슈

  •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이미지 다이어리] 그곳에 목련이 필 줄 알았다.

    #포토PICK

  •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매끈한 뒤태로 600㎞ 달린다…쿠페형 폴스타4 6월 출시 마지막 V10 내연기관 람보르기니…'우라칸STJ'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 용어]'비흡연 세대 법'으로 들끓는 영국 사회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